[레비스트로스세미나] 슬픈열대8부 후기

겨울
2022-02-02 22:03
212

레비-스트로스 세미나 <슬픈 열대> 8부 후기

 

<슬픈 열대>와 <야생의 사고>라는 제목이 주는 매력 때문에 덜컥 레비-스트로스 세미나를 신청했습니다(레비-스트로스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요). 책을 읽고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 되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웬걸, 발제도 하고 후기도 써야 한다네요.

 

책 서두의 해제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건너뛰었습니다. 본문도 이야기가 이리저리 펼쳐지는데, 특히 이론적인 내용은 도통 알 수 없어서 후회하는 마음이 올라오던 차에 일몰에서 빠져들었습니다. 문장이 정말 좋았습니다.

 

발제, 실은 요약을 맡은 8부는 레비-스트로스가 아마존의 오지로 들어가 몬데족과 투피 카와이브족을 만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다를 건너와 고산지대를 지나 아마존강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는, 브라질에서의 원주민 조사의 마지막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적은 인원수의 집단으로 남아 멸족을 향해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레비-스트로스의 시선이 지친 듯이 느껴졌습니다. 책을 쓰던 시기(1950년 이후)에 접한 원주민들의 소식은 그들이 이제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자로서의 자신의 일에 대한 갈등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합니다.

일몰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분들이 숲에 대한 묘사에 찬탄을 나타냈습니다. 안내자의 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걸어야 했을 텐데(원숭이 루신다가 발등에 달라붙어서 가시덤불에 찔리기라도 하면 비명을 지르기도 했고...), 레비-스트로스는 숲의 나무들과 먹을거리들에 대해서 소상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기보다 더 밀도 높은 어떤 요소 속으로 숲이 잠겨버리는 듯한” 분위기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두껍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책을 정말 오래간만에 읽었습니다. 8부를 요약하기 전에 막막하여 다른 분들의 발제를 다시 읽어봤는데, 각각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더군요. 이렇게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소감을 얘기하며 읽은 덕에 모르던 부분들에 대한 깨달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만치 않은 <야생의 사고>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 3
  • 2022-02-03 10:48

    <슬픈 열대> 9부 후기

     

    타자에게 배운다

     

    <슬픈 열대>가 9부를 읽으며 끝났다. 발제를 맡았던 9부에 이르면 레비스트로스의 마음이 온갖 상념에 빠져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자기 목표를 이루어감에 따라 순수한 미개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함께 그곳에 얼마 동안 있는다고 해서 그들의 삶을 그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게다가 이제는 익숙해져 새롭지 않은 환경이 그에게 지루함과 권태를 불러오자 그는 자기 안의 모습을 살피기 시작한다. 민족학자로서 자기가 속한 유럽인들의 오만한 문명관을 비판하고 다른 문화에 열려 있으려고 했으나 그 안에서 모순을 발견한 자신을 마주한다. 미개인에게서 유럽인의 모습과 같은 것을 발견하면 그들의 삶을 비판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체훼손과 관련해 식인풍습과 시체해부의 의미를 동일한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된다. 이것은 우리가 공부를 하면서도 늘상 마주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개의 문화 사이에 비슷하게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야말로 우리가 인류학을 공부하는 이유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다른 문명 속에서 그들이 타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펴본다. 대부분 자기문화와 타자의 문화의 경계를 정하고 이분법적인 시선을 갖는다. 사회에서 해가 되는 존재에 대해 살펴보면, 어떤 곳은 안고 가고 어떤 곳은 추방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것들의 논리는 사실 차이가 없다. 오히려 나의 무지를 알 수 있도록 그러한 타자들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조사의 영역이 확대되어 갈수록 차이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유럽인, 열대인, 아시아인이라는 분류너머, 실제로 특정한 그들의 문화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사회에 맞는 문화와 관습을 만들어가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잔인해보이는 사회들도 다른 관점에서 검토하면 더없이 자애로운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한계 앞에서 이러한 사유를 전개해 가고 있다. 스스로가 유럽인이기에 갖는 우월감이 분명 있었을텐데 그것을 계속해서 견제해가는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역시 나보다 혹은 우리보다 낫거나 못한 대상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이르면, 레비스트로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을 파악해보자고 제안한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인간이 수천 년에 걸쳐서 이룩해 놓은 것이라고는 반복의 역사밖에 없음을 잘 아는 이상, ‘시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인지를 언제나 반성의 출발점으로 삼는 그런 고귀한 생각을 가지자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진 39장과 40장은 1950년 42세의 레비스트로스가 유네스코의 문화사절로서 동 파키스탄과 인도를 약 4개월간 여행하면서 쓴 기록들이 수록된 것이다. 나로서는 이슬람교와 불교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워 좀 더 공부를 한 다음에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인간의 무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무지를 아는 것은 결국은 타자를 통해서가 아닐까 싶다.

     

    공부를 하다보면, 아는 것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알던 것을 견고하게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더군다나 깊이가 없는 채로 습관적인 공부가 견고해지면 일상에 있는 것들을 자세히 살피거나 사유하지 않게 되기 쉽다. 하던 대로 그냥 하는 것이다. 열대우림을 통과하며 변화무쌍한 감정변화를 보여주고 권태로움과 분노까지 대하고 있는 레비스트로스가 보여주는 자세는 내가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타자를 통해 무지를 알아가는 공부... 나는 너무 무지하구나^^::

     

    지난 시간까지 함께 세미나를 해온 수수님이 방학이 끝나가는 관계로 2월에는 함께 하지 못한다. 낮에 함께 세미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 2022-02-03 10:55

    같이 하자고 꼬득인게 죄송스러웠지만 또 쌤 덕분에 셈나분위기가 따사로웠네요~~

    멀미날 정도로 큰 폭으로 오가는 저자의 사유를 그래도 이 정도 두께니까 끌려는 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함께 읽은 덕분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던 책이기도 하고 어려웠던 만큼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2022-02-04 09:18

    저도 마지막 장인 9부가 레비스트로스가 나름의 시각을 갖고

    그간의 현지 조사에 대해 정리를 하는 '결론'에 해당된다고 생각해서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참석을 못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후기를 읽으니 뭔가 훈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스멀스멀 느껴집니다ㅎ

    그렇지만 역시 중요한 건 '현장'이네요:) 

     

    '철 지난' 이론이 돼 버린 '구조주의자' 레비스트로스로 인식되면서

    늘 누군가가 정리한 산뜻한 몇 줄의  글로 대신하고 '후기 구조주의자들'에게 더 시선을 주느라 

    그의 두꺼운 책은 '엄두'를 못 냈었는데 세미나 덕분에 읽을 수 있었답니다. 

    함께 한 선생님들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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