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감정> 4회 감정 자본주의 후기

스르륵
2022-03-16 10:43
232

예전 세미나에서 <시적 정의>라는 책을 잠깐 스쳤던(?) 적이 있었다. 법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의 책이다. 제목부터 요상했던 이 책의 서문에서 그는 스토리텔링과 문학적 상상이 합리적 논증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적인 구성 요소를 제공해준다는 확신을 휘트먼과 공유하고 있다고 썼다. 끝까지 읽진 못했지만 이 말은 내 마음에 간질간질하게 남아 이번 아무튼 감정 세미나로 나를 인도했다.

 

"감정은 사회 이전 문화 이전의 어떤 것이 아니라, 극도의 압축되어 있는 문화 의미들과 사회관계들 바로 그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감정 자본주의>에서 이제껏 감정을 심리 단위로만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던 나의 습관에 균열을 냈다.  감정은 심리 단위임이 분명하지만 사회 문화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관계속에서 극도로 압축되어있는 에너지같은 것. 해서 감정은 문화와 사회관계들 속에서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사회학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번 시간 3장 로맨틱한 웹에서는 인테넷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감정 자본주의의 측면을 살펴보았다. 평소 넷플에서 미드같은 영화들을 볼 때 영화 속 그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데이트(만남) 싸이트가 신기했었는데 우리도 이미 인터넷데이트 시장은 많이 커져 있는 상태다. 인터넷 테이트 싸이트는 과거에 우리가 로맨스를 경험하던 방식- 즉흥적이고 비이성적인-과는 다르게 합리적인 선별방식과 비용편익 측면(일명 가성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유사 '소비 경험'으로 변화되었다. 

 

우리는 요즘 광고 상품등의 '정체'를 알면서도 구매한다. 아니 복종한다. 이것이 바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 소비의 양태라고 사회학자 아도르노는 말한다. 이미 우리는 소비에는 감정이 90%라고 인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심리학 설득담론과 결합된 이러한 시장의 '계략들'을 비판한 적이 없었나. 많이 했단다. 그러나 나는 일루즈가 이제껏 그렇게 전통적으로 시행되어온 문화비평가들의 비판을 새롭게 비판한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문화를 아름다움과 도덕성과 정치적 이상을 발견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간주하고 경이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그들 비판의 '순수성'을 비판한 것이다. 

 

"무릇 비판론은 사람들이 가진 욕망과 욕구를 더욱 조장하는 실천들과 그러한 실현을 차단하는 실천들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한다. 사회적인 것을 분석함에 있어는 해방적인 것이 무엇이고 억압적인 것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있다고 전제해서는 안되며, 사회 실천들에 대한 두꺼운 맥락적 이해를 통해 해방적인 것과 억압적인 것이 스스로를 드러내게 해야 한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어쨋든 나는 요즘 슬그머니 나이탓을 하며 복잡다양한 사회문화적 양상들에 피로감이 쌓여가며 거리두기를 할 참이었다. 아니 적극적으로 이미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소한 사회학적 용어들에 노안을 갈아 넣어가며 더듬거리며 읽어가는 요즘 솔직히 이래 저래 많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세미나시간 겸목튜터가 강조한 것처럼 과연 줄타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이제는 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처음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은 아직은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성실하고 생기가 넘친다. 그래서 더불어 나도 몸과 맘이 건강한척 하고 있다. 뽀룍은 이미 났겠지만 어쨋든 함께 감정의 양상을 들여다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안심도 된다^^ 그리고 오랜만에 쓰는 후기...무엇보다도 얼마나 오랜만에 쓰면 쓴 걸 날려버리나.............짜증나지만 반성한다!

 

댓글 4
  • 2022-03-16 11:01

    억압적인 것이 무엇이고 해방적인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 여기로부터 벗어나기^^ 외우고 싶은 문장입니다. 근데 잘 외워지지는 않네요~

  • 2022-03-16 11:17

    해방적인 것과 억압적인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미리 전제하지 말고 사회 실천들에 대한 두꺼운 맥락적 이해를 통해 스스로 드러나게 하기. 저도 알듯 말듯 하지만 봄의 생기 받아서 계속 공부해 나가보아요~! 책도 어렵지만 재미있고 함께하니 더 재미있어요~! 

  • 2022-03-16 20:20

    ㅋㅋㅋㅋ 그래도 이 정도 복기해서 썼으니~~ 나이탓 하기는 이른듯~~

    밑줄 좍좍 그어가며 따라가 보는 공부가 어디로 갈지 한 번 가봅시다~

  • 2022-03-19 00:13

    복기해서 다시 쓰신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ㅎㅎ 에바일루즈가 파헤치는 '계략들'이 새로 읽기 시작한 책에서도 많아 보이네요! 저도 생소한 용어와 이름들을 따라잡기 어렵지만.. 희한하게 주제가 감정이라서인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네요- 내일(아니 오늘) 또 흥미로운 이야기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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