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탐구-아무튼감정> 2회 '감정 있습니까?' 후기

김지연
2022-03-01 21:37
237

  단짠단짠 글쓰기 이후로 오랜만의 세미나였다. 오랜만에 소설이 아닌 사회학 책을 읽고 발제도 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내가 발제하기로 한 부분만 두번 읽고 먼저 발제문을 쓴 다음에 후다닥 다른 챕터들도 얼른 읽고 나서 세미나에 참석했다.

  주제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서인지, 모두에게 생소한 사회학이 흥미로워서인지, 세미나는 열정적이고 즐거웠다. TVN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책이나 사회현상에 대해 어쩜 저렇게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까 궁금했는데, 내가 마치 알쓸신잡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기린샘은 1-2장 감정코칭과 감정방어에 대해 읽고 발제하셨다. 기린샘은 이전에 들었던 반야심경 강의를 반추하며, 코칭과 방어 이전에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하셨다. 감정을 언어 말고, 몸짓이나 행위로 해결하며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고도 덧붙이셨다. 

  나는 6-7장의 수치심과 공포에 대해 발제했다. 수치심은 타자와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현대는 자연의 공포보다 더 예측하기 불가능한 제조된 공포가 두려운 시대라고 정리했다. 특히 사회/역사적 사건에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수치심의 고귀함을 처음 깨달았고, 제조된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정세랑의 소설을 하나하나 열거해 보기도 했다.

  언희샘은 8-9장 혐오와 애도에 대해 발제하셨다. 혐오를 얘기할 때는 메갈리안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여, 스스로 남성성이 내사화된 '낙타성'이 있는 것 같다는 솔직한 이야기로 웃음을 주기도 하셨다. 애도에 관해서는, 깊이 슬퍼한 후에야 죽은 이를 온전한 타자로 기억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 작년 글쓰기 클래스 에세이에 썼던 동서 이야기를 상기하기도 하셨다.

  각자 발제를 하고 책을 읽었으나, 아직은 생소한 영역이기도 해서 저자들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챕터 별로 각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핵심에 대해서는 겸목 샘이 보충설명을 해주셨다.

  감정 코칭과 방어에서 핵심은 자본주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감정이 맥도날드처럼 표준화/계량화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근대에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하며 감정을 매너화하고 컨트롤 하는 것이 산업화되고 있는 현실이 조금 슬펐다. (이 대목에서 언희샘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듯도 했다.) 수치심과 공포의 핵심은 각각 상호인정과 예측불가능성이었다. 반면 혐오는 상대를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공감없이 비난하는 감정을 의미했다. 그 밖의 감정 챕터들까지 종합해 보건대, 사회학자들은 각각의 감정을 분석하며, 소속감/공감/연대를 기반으로, 나와 사회, 타자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것 같았다.  

  이렇게 힘든 세상을 보면서도 여전히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학자들이 다소 순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없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살았겠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택배사 파업으로 다음 책이 아직도 배달되지 않고 있지만 (^^;;;) 앞으로 읽을 책들에서는 또 어떤 점을 깨닫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댓글 5
  • 2022-03-01 22:03

    발제문 읽고 멘토님 말씀도 듣고 다른 분들의 말씀까지 들으니 더 이해 되고 정리되고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저도 다른 분들에게 도움되도록 다른 생각을 덧붙여야 하는데 넘 쫒아가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지연님(제 본명도 동일해서 어색ㅋㅋ) 후기까지 읽으니 다시 2회차 수업의 내용들이 떠올라요~! 입체적으로 공부하는 느낌. 요 맛에 함께 공부하는 거군요! 잘 읽었습니다~! : )

  • 2022-03-01 22:16

    감정의 맥도날드화와 탈감정 부분이 전 인상적이었어요. 혐오와 수치, 공포, 애도에 대해선 자주 들어봤는데 탈감정은 낯설기도 했고, 왜 그렇게 오은영박사의 인기있나 하는 의구심에 해명도 돼서요^^ 그래서 감정 어쩌라고? 감정 조절해 말어? 라고 하는 결론으로 비약하지 말고 현상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작용하고 있는가 천천히 따져보자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 2022-03-02 07:22

    ㅋ 알쓸신잡 같다는 지연님 표현에 오호~ 그런가 싶네요~~

    저는 2회 세미나에서는 수치심에 대한 정의에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수치심이란 자아와 타자 사이에 형성되는 심리적이면서도 관계적인 복합 감정"(170)

    이와 관련 현대사회에서 수치심이 어떻게 발생하고 작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2022-03-02 22:36

    지연샘 후기를 읽으니 지난 시간의 풍경과 저의 복잡한 마음이 휘리릭 스쳐가네요. 

    그런데 세미나 끝나고  몽글몽글 행복감이 올라왔습니다. 

    정형화되진 않았지만,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자유롭게 오고갔던 덕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겸목샘의 말대로...

    비약하지 말고 현상들이 일어나는 장을 애정어린 마음으로 찬찬히 보려고 합니다. 

  • 2022-03-07 23:40

    공부의 열기가 느껴지는 후기입니다~~

    “감정이 맥도날드처럼 표준화/계량화되고 있다는 것”,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하며 감정을 매너화하고 컨트롤 하는 것이 산업화되고 있”는 것!

    푸코를 공부하면서도 느꼈던 건데 많이 공감가는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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