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생각한다』2, 3장 세미나 후기

둥글레
2021-11-17 17:42
296

이번 세미나에서는 2장과 3장을 공부했는데 거칠게 말하면 자기들의 관계방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기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은 기호 작용이고 의미-화 과정이다. 주로 논점이 되었던 것은 부재, 혼동, 알지 못한 채 알아가기, 퍼스펙티브 주의, 자기성의 소멸, 혼맹 등이다.

 

1) ‘부재’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기린샘이 질문을 해서 다시 짚어보았다.

1장에 나와 있기를, “모든 방식의 기호 과정이 부재로 인해 의미를 갖게 된다.”(72쪽)

 

현재의 기호(작용)는 선택되지 않은 과거와 가능-미래(기대-미래 또는 추측)라는 여러 차원의 부재들이 구성한다. 예컨대 큰개미핥기는 하나의 기호로서 선조 개미핥기들의 잘못된 (미래에 대한 )추측들의 결과이고 미래에 살아가게 될 환경에도 개미굴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의 산물인 것이다. 

 

2) 혼동.

이 혼동도 자기들이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중요하다. 2장의 시작에 에두아르도 콘이 인용한 보르헤스의 <기억의 천재 푸네스>의 한 대목이 나온다.

“사고를 한다는 것은 차이를 망각하는 것이다.”(127쪽)

 

콘에 의하면 기호작용이 바로 사고를 하는 것이다. 기호작용 중 차이를 망각하는 게 뭘까? 예컨대 진드기가 자신이 기생하는 존재들 간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무차별성 또는 혼동도 일종의 망각이다. 이 때문에 라임병이 사슴에서 인간으로 전염된다. 콘은 이런 혼동에 기초한 관계맺음의 형식도 세계 속에서 창발하고 번영한다고 얘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일무이한 특이성만이 아닌 부류 및 계층과 같은 일반적인 것들 또한 실재한다는 것이다. 

 

3) ‘알지 못한 채 알아가기’는 혼동과 연결된다.

“[한] 인격은 절대로 하나의 개인이 아니다.”(154쪽)

 

코투샘은 책에 나온 맹인의 색에 대한 느낌과 나의 느낌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에 대해 동의가 잘 안된다고 하셨는데 맞나요? 암튼 콘은 “절대적 타자” “환원불가능한 차이” “심연의 균열” “통약불가능성”에 이의를 제기한다. 기호작용이라는 ‘살아있는 사고’를 생각해보면 유사성과 차이는 직접적으로 명백한 본래적인 특질이 아니라고 콘은 말하는데 왜냐하면 모든 경험과 사고는 기호적으로 매개되기 때문이다. 자기성찰, 인간 사이의 상호주관성, 종을 횡단하는 공감과 의사소통까지도 모두 기호 과정이다.

 

루나족이 잉꼬에게 맹금류처럼 보이는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있는 것도 잉꼬의 혼동과 루나족이 ‘매개적이고 잠정적이며 오해하기 쉽고 그 근거가 희박하다 해도’ 무언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4) ‘퍼스펙티브주의’. 

허수아비 만들기는 루나족이 잉꼬의 퍼스펙티브에서 맹금류가 어떻게 보이는지 상상하려는 시도다. 이 입장은 자기들 간의 근본적인 유사성을 상정한다. 생태학적 도전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른 유기체가 가진 관점(퍼스펙티브)에 대한 세심한 주의이다.

 

“그들은 하나의 관점을 가진 자기들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을 활기차게 만들고, 이 활기animation가 세계에 주술을 건다.”(170쪽)

 

5) 자기성의 소멸

자기성의 소멸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유기체적 죽음이다. 그외 탈주체화와 탈신체화 그리고 혼맹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자기성의 소멸은 관계적 삶을 구성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게도 한다.

 

사냥에 나선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탈주체화하여 즉 무기가 되어 다른 한사람의 행위 주체성이 확장된다면  느슨하게 결합된 일종의 사람을 창출할 수 있다. 또 루나족이 다른 부류의 신체화에 구비된 관점이 되어보는 탈신체화(귀뚜라미를 먹는 원숭이나 부패한 음식을 먹는 콘도르가 되어 곤충을 먹거나 부패한 파카이를 먹는 것)는 인간적인 것을 낯설게 보기 위한 기법이다.

 

하지만 혼맹soul blindness은 자기 자신 혹은 다른 존재들의 혼-질(자기성)을 인식하는 능력을 상실할 때 발생한다. 예컨대 사냥꾼이 혼맹이 되면 동물을 식별해낼 수 없다. 혼맹은 요즘 말로 ‘영혼없음’ 또는 무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무능력은 당연히 관계맺음이라는 기호작용의 창발을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의 삶은 다른 자기들의 동기에 대한 우리의 잠정적인 추측을 신뢰하고 또 그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에 의존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아빌라 사람들은 이 자기들의 생태학 안에서 그들을 사냥할 수도 없고 그들과 관계 맺을 수도 없다.”(206쪽)

댓글 2
  • 2021-11-17 18:00

    다른 유기체의 관점으로 인해 생명성이 활기를 띠고 그 활기가 세계에 주술을 건다~ 이 문장을 다시 읽는데 < 이웃집 토토로> 같은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지네요~~ 남은 부분에서 저자가 기호작용 하는 생명성을 어떻게 더 깊이 멀리 넓게 확장할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 2021-11-17 21:29

    자기성의 소멸에서 정리해놓았듯이, 저는 지금까지 읽어오던 부분에서 이 부분 - 혼맹 - 에서 현타가 왔던 거 같아요. 

    사실 콘이 이야기하는 비인간 존재와 인간이 맺는 관계는, 사고를 더 확장하여 훨씬 더 넓은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아니면 엄청 도덕적인 (도덕적이라는 표현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그런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삶속의 죽음을 접하면서, 아 이게 현실적인 이야기구나. 하는 자각 같은 게 온 거 같아요. (이제야... 바보지요...) 

    "다른 자기들을 파괴하는 능력은 그 능력을 가진 자가 덧없는 자기라는 사실에 기반하며 그 사실을 두드러지게 한다.

    사냥꾼은 수많은 다른 부류의 자기들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들을 죽여야 하는 하나의 자기로서의 입장을 고수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세상 전체는 삶 본래의 모순으로 울려 퍼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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