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욜엔양생> 9회후기-상황에 집중하는 마음이 노니는 마음이다

기린
2022-10-11 11:28
173

『장자』를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원문에 충실해서 읽을 수도 있고 사자성어 중심, 혹은 이야기만 따라서 읽어볼 수도 있다. 올해 일욜엔양생 에서는 『낭송장자』로 장자를 읽어보기로 했다. 낭송이니만큼 총 여섯인 회원들이 매일 각자 꽂힌 문장을 낭송이나 암송으로 소리 내어 읽는 맛을 느껴보는 액티비티도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에 세미나한 날 저녁 엄지님을 시작으로 회원들이 저마다 장자의 문장과 만나면서 이번 장자가 어떻게 스며드는지 써 볼 수 있는 시간을 구축해가는 중이다.

 

『낭송장자』를 읽는 첫 회에서는 1장과 2장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했다. 미리 숙제로 나갔던 장자의 원문 “且夫乘物以遊心,託不得已以養中”이 나오는 부분을 펼쳐놓고 각자가 찾아온 내용들을 나누었다.

 

일이 되어가게 두면서 마음을 놀게 하세요.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타고난 마음’을 기르는 것이 최선입니다.(낭송장자 54쪽)

 

乘物以遊心을 ‘일이 되어가게 두면서 마음을 놀게 하다’ 라고 해석을 했다면, 이 의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체득될까라는 질문에 복혜숙님이 요즘 마음에 남는 경험을 이야기 해 주셨다. 오랫동안 맺어온 모임인데 정리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 먼저 나서서 한 마디 할까 하다가...흘러가는대로 두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복혜숙님의 경험이 물꼬가 되어 다른 회원들의 생각도 스스럼없이 주고받게 되었다. 마음을 놀게 한다는 의미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럼 어떻게? 이것은  託不得已以養中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타고난 마음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부득이와 관련해서 여러 버전의 해석을 두고 이러저러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피할 수 없는 것에 함의된 ‘우연’의 성격을 끄집어내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의지로 세상의 일을 성사한다고 여기지만, 사실 일의 흐름은 당사자의 의지와는 반하게 ‘우연히’ 겪게 되는 경우도 많고, 또 다른 사람의 도움 등등의 요소들이 모두 작동한 결과라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의지와 반대된다든가 의지를 더욱 불태운다 등의 표현을 경계하고, 맞닥뜨려진 상황에 집중해서 그 일이 되어 가는 방향에 맡겨본다는 해석에 이르렀다. 결국 일이 흘러가는 상황에 집중하는 능력이 곧 일 속에서 마음을 놀게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2장 「인간세」에서 다룬 心齋우화의 마음을 텅 비게 하라는 의미도 좀 더 구체화 되었다. 텅 비어야 物을 탈 수 있는(乘物)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장자의 문장들을 혼란한 세상을 벗어나라는 좁은 의미를 좀 더 확장해서 혼란에서도 살아가기의 길을 내는 시작이었다.

 

장자의 문장은 기원전 4세기 제후국들의 전쟁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들던 혼란한 시대의 사유였다. 21세기의 혼란은 그 시대와 어떤 점에서는 같고 어떤 점에서는 다를지를 계속 탐구하면서 그 속에 건져낼 언어들을 좀 더 벼려 보자고 생각을 모으면 세미나가 끝났다.

댓글 4
  • 2022-10-11 13:13

    음... 혼란에서도 살아남기 !! 

    그래서인지, 이번 시간 엄청 파바박 꽂혀들었습니다.  

    그리고도 한 주가 시작되니, 또 비비빅 꼬이고 있네요... 아니 꼬이는 게 아니라, 음... 왜들 이케 열심히들 하는 거야... 왜들 그러냐고...

    그러니 남도 그러길 바라고 있고.. 제발 그러지마시라고요... 속으로 읊조리고 있슴다. 

    소리내어 읽는 소리 듣기, 넘 좋습니다.  이걸 계속 소리내어 읽으면서 녹음하고 오며 가며 들어야겠어욤.

    매일 일요일이면 좋겠어요. <일욜엔 양생> 매일하게요.

    • 2022-10-11 14:05

      🥰

  • 2022-10-11 18:16

       첫 세미나 수업이라 설렘과 걱정으로  참여했는데 앞으론  유심(遊心)히 놀러가는 마음으로 편히 가려구요..ㅎ

       소리내 읽는 것이  언제적이었나  새삼 좋고 학우들의 목소리를 주중에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좀  망설였는데  잘 했다  싶습니다. 

  • 2022-10-11 19:01

    원문해석숙제에 이걸 어떻게 하나....

    읽으면서 뭔가 심오해.....궁금함이 없이 쭉쭉 읽어 나갔다가

    장자낭송 수업하면서 아~이래서 원문 숙제를 내주신거구나~~아~~이렇게 해석을 하면서 읽어야 심오해 보이는 문장뒤에 뜻이 보이는구나 했어요~

    지리기형신/지리기덕신의 원문과 내가 이해한 뜻이 맞는지 막~~궁금해지더리구요~바로 해소가 안되서..다음 세미나 질문으로 가져가야 겠어요~

    아무튼 아침출근길에 학우들의 낭송목소리는 최고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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