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욜엔 양생> 2회차 후기 -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그믐
2022-03-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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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내며 씩씩거리고 단풍님이 나타났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도저히 차를 가지고 올 수가 없어서 집에서부터 문탁까지 걸어왔단다. (물론 나도 아침에 기린과 차로 동행하자고 연락을 하면서 내가 퇴짜를 맞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생각만 ^^)  단풍의 간증은 이어졌다. 회사에서 주차지원을 해주는데, 그 대상이 팀장 이상 그리고 영업팀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 직원이 특혜라며 문제를 제기하자 바로 본인의 주차권을 반납했다는 결단을 내린 단풍님!

사유님은 20년 넘게 이용하던 자동차를 끊게 된 이야기를 하였다. 결정적인 계기는 집 근처 학교 앞에서 30km/hr 에 걸려 여러 번 벌금을 내게 된 것인데, 그 당시엔 벌금보다 빨리 집에 가서 애들을 보는 게 더 소중했다고 한다. 결국 차를 뺏기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로 인해 세상을 보는 여유가 생기고 새로운 인생의 빛을 얻었다는 이야기, 차가 없기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르다는 !

은영님은 화제의 전기차 주인공이었다. 순수한 의도로 친환경을 실천한다는 생각이었을 뿐, 또 다른 이면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

막내 초희는 사실 자동차가 없어서 굉장히 모범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자동차가 없는 삶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동에 있어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 이케아 매장에 가볼 시도도 못하고, 장을 많이 볼 수도 없고, 부피가 큰 것은 짧은 거리를 옮기려고 해도 할 수 없으니, 일상생활에 많이 불편하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간증이 봇물처럼 터졌을까, 시간이 부족했다.

 

이 책의 원제는 <에너지와 공정성에 대하여> 이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박홍규 선생님이 2004년에 처음 번역하였을 때 한글판 제목으로 뽑아놓으신 모양이다. 사실 자전거라는 책제목만으로는 친환경, 복고를 이야기하는 건가 했는데 관점은 방향이 조금 다른 원제 그대로 에너지와 공평성이었다. 결국 행복한 사회는 오직 자전거의 속도로만 가능하다. 인류라는 종의 절멸 앞에 서 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전환점은 결단의 문제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에너지 과잉소비에 기초한 현대의 수송이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인간의 자율적인 능력을 잊게 하는지 고발한다.

에너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에 말려들어 결국 인간을 그 도구에 종속시킨다. 이미 우린 자동차에 대해 집과 동일한 기본 삶의 필수품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집은 소유하지 못해도 자동차는 소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동차 구입,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주차료, 세차비, 정비료, 벌금 등을 부담하고 또 관리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 자동차는 대중교통보다 절대 빠른 속도를 낼 수 없고, 자차로 출근하기 위해선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또 신차가 나오면 차를 바꿔보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예산을 다시 세운다. 결국 러시아워를 견디며 일을 하면서 또 그 러시아워에 빠질 궁리를 하고 있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반복되는 노예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자동차에 얼마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일리치가 이 글을 쓸 1970년 당시 미국의 경우 거의 40% 의 시간을 차를 위해 쓰고 있다고 한다. 물론 미국이 땅이 넓으니 차를 타는 시간이 훨씬 많겠지만, 시대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도 이 정도, 그 이상 충분히 차에 내 시간을 쓰고 있다고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   

급해서 자동차를 이용했는데, 막상 주차때문에 뺏긴 시간들 그래서 급한 용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도 했던 일들, 그럴 땐 자동차를 꼬깃꼬깃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 넣고 싶을 때가 많았다. 

 

자동차를 통한 속도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선 기름 독점, 주차장, 도로를 독점하고 공해를 일으킨다. 비행기는 이착륙을 위한 공항을 어마어마하게 지어대지만, 사실상 비행기를 탈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게 하는 것이다. 물론 물류의 이용도 있으니, 내가 비행기를 타고 어디를 가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인천공항 이용률이 0%인 것은 아닐 것이다.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친환경 에너지로의 유인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타려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지원금을 주고 있다. 전기차이든 어떤 차든 신차를 구입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 지원금이 좀 과도하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어쨌든 그 지원금엔 내가 낸 세금의 지분도 있는 것일 테니…

러시아워에 시달리는 건 사실상 다수이고 소수인 부자들은 러시아워에 도로로 나오지 않는다. 한가한 낮에 한가한 도로를 이용한다. (다수는 6개월 무이자 할부를 겨우 이용하지만, 소수는 현금으로 할인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이지만, 현대문명의 거부가 아닌 ‘절제’를 이야기한다. 즉, 25km/hr 를 넘으면 사회적 불공정이 발생한다고 하니, 결국 자전거를 이용한 자력이동을 추천한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주차 걱정 없고, 저절로 운동이 된다.

자전거보단 걷기에 꽂힌 우리들, 걷는 이야기로 또 넘어갔다.   여기서 기린의 간증, 작년 어느 일요일 대략 5-6시간 정도를 걷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지갑이 집에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즉, 차비를 낼 일이 없이 자력으로 5-6시간을 잘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말에 아, 우리도 지갑놓고 만나서 걷자. 5월 1일은 이반 일리치와 명상하는 걷기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때 우린 그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볼까? 등등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남은 건 결단 뿐이다 !!

세미나가 끝나면  오후엔 튜터와 짝을 맞춰 걷기로 했다. 지난 일요일 사유님과 단풍님이 바로 일리치의 기운을 받았다. 이 기운이 앞으로도 주욱 지속되길 소망합니다. 

 

다음 주 발제는 사유님, 

간식은 은영님입니다. ^^

댓글 5
  • 2022-03-23 07:13

    ㅋㅋㅋ 공부하는 힘으로 그 결단에 여유와 유연도 한 웅큼 보태도록 함께 애써봅시다~~~ 5월 1일의 걷기는 어디로 할지 즐겁게 상상하면서^^

  • 2022-03-23 07:28

    멋지군요, 결단!의 세미나팀이라^^

  • 2022-03-24 00:31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일리치를 읽을때면 생겨나는 어떤 결기들이 느껴져요^^

  • 2022-03-24 12:31

    그믐샘의 디테일이 느껴지는 후기예요^^  

    매 세미나에 만나는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매번 여지없이 나란 인간의 후짐을 마주하게 되는거 같아요~그러고는 또 다시 쉬운 방식인

    뭉탱이로 매도해서 자책이라는 편한 방식으로 넘어가려 하죠!

    기린샘께서 사회구조에 안의  많은 결들을 다름질로 다리듯 생각하는 방식이 아닌 일리치처럼 사유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텍스트를 만나자고 

    길을 안내해 주시니~ 같이 공부하는 힘을 느끼는 시간이랍니다^^ 

    • 2022-03-24 14:10

      그니까요.  다림질 너무 하고 싶은 저는 ~~  구겨진 것(결)들이 제 속과도 같아서 아주 거시기 .... 구겨줘요....

      그저 다릴 생각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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