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봄 시즌 6회차 후기: 활기찬 이야기 만들기 시간

고은
2022-04-28 22:46
228

1교시: 고은 선생님과 <식물전> 이야기 얼개 그리기

 

 

▲ 친구들의 <식물전> 이야기 책 제목

 

 

   수업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1교시에는 <식물전>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어요. 여태까지 익혔던 것처럼, 등장인물 간의 관계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아직 관계로 얼개를 짜는 일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서 줄 글로 쓰게 했습니다. 스스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워도, 어떤 감각인지는 충분히 익혔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업 내내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했고, 활동 역시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친구들과 여러 글쓰기 수업을 해보았지만, 이야기 만들기만큼 생기가 넘치는 글쓰기 수업은 처음입니다.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하는 친구들도 없고, 너무 어려워서 손을 대지 못하는 친구들도 없습니다. 친구들은 각자의 특성을 살려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아연이나 은수 같은 친구들은 아주 많은 등장인물을 그리고, 그 등장인물의 관계와 사건을 촘촘하게 그려냅니다. 반면 (오)선우, 한이와 같은 친구들은 적은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관계의 변화도 단촐합니다. 그러나 등장인물이 많은 친구의 이야기보단 이야기의 임팩트가 강하지요.

 

▲ 친구들의 <식물전> 얼개 그리기 연습

 

 

▲ 은수의 <식물전> 관계도

 

 

   요즘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것들이 ‘이야기’로 많이 귀결되고 있다보니, 친구들의 작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대 여자들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열녀전>을 읽고 있고, SF소설계의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코니 윌리스’의 소설들을 읽고 있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역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이야기에 대해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기도 한데요.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정리를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조금 더 공부한 뒤에 <한문이 예술> 수업에서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다뤄보고 싶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번 시간에 만들어 놓은 이야기 얼개를 가지고 진짜 이야기 책을 써봅니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지만,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친구들이 차근차근 이야기 내용을 쌓아놓았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어떤 이야기를 쓸지 기대가 무척 됩니다!

 

 

 

 

2교시: 동은 선생님과 <식물전> 삽화 그리기 준비하기

 

 

   저와는 이번 시간 삽화를 진행하며 친구들의 <식물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바로 '기호'로 말이에요!

   한자의 초기 모습인 갑골문을 살펴보면 한자가 기호로서 그림문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날 생生자의 갑골문인데요, 땅을 뚫고 피어난 새싹의 모습이 갑골문에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싹에서 출발한 문자가 시간이 지나 여러 의미인 낳다, 삶, 싱싱하다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된 것이죠. 친구들은 각각 새발바닥 같다, 손가락 같다, 등등 다양한 감상을 말해줬습니다. 저게 왜 새싹이냐?!?!는 반응이었죠.

   사실 새싹 말고도 한자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기호 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시간에 배웠던 비 우雨도 갑골문의 형태에서 내려오는 빗방울의 모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독 날씨와 관련된 한자의 갑골문들이 원래 모습의 형태가 살아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구름 운雲도 그렇고, 번개 전電, 눈 설雪 등등... 비와 다른 기호가 합쳐져서 다양한 날씨를 의미하는 문자를 만들 수 있던 겁니다. 주변 환경을 가장 먼저 문자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지난 시간에 주인공의 모습을 만들었죠. 이번에는 주인공을 특색있는 기호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야기 단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두 번째 장면의 삽화를 아예 기호로 그려보기 위해 사건의 여러 요소까지 기호로 표현해보았습니다. 날씨나 풍경 같은 배경에 대한 기호,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기호, 그리고 주인공과 등장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기호까지!

 

▲ 친구들이 그린 기호들

 

   기호라는 것은 대상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시키고 특징을 살려 어떤 대상인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친구들이 꽤나 고심했지만 저와의 대화를 통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서로 겹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해도 알아볼 수 있는 친구들만의 <식물전> 기호들이 만들어졌죠.

   그렇게 만들어진 기호들로 다음 시간에 <식물전>을 만들게 될 겁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삽화 작업이 될 것 같아 기대되네요 ^.^

 

 

 

댓글 1
  • 2022-04-29 15:01

    아이들이 기호를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ㅎㅎㅎ

    귀한 수업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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