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밀한 세미나 5주차 후기

경덕
2022-03-21 20:40
221
 
 
눈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전! 밀레나 포포바의 <성적 동의>를 읽고 만났습니다. 
 
<S&M 페미니스트> 에서도 성적 동의를 중심으로 하는 성적 의사소통에 관한 분량이 상당했었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동의'를 "성적 행동에 앞서(또는 와중에) 주고받는 실천 양식"이자 "성폭력을 조장하고 허용하는 모든 방식을 파헤쳐볼 수 있는 도구로서 유용한 개념"이라는 전제 위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성적 동의 개념의 역사를 간략하게 보여주면서 동의가 동의로 제대로 전달되기 위한 여러 접근법들, 이를테면 남성은 여성의 비동의 표현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노 민스 노' 접근법, 명확하고 분명한 동의를 중심에 놓고 상대방이 진심으로 또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보는 '예스 민스 예스' 접근법, 성적 동의 협상에 내재한 구조적인 힘의 불균형 탐색에 집중하는 '성 비평' 접근법 등을 소개합니다. 
 
동의 협상에 관한 이 모든 논의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 성폭력 사건들을 막기 위한 뼈아픈 분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조건을 '강간 문화'와 '강간 신화' 라고 봅니다. 그리고 강간 문화를 '가해자가 성폭력을 저지르기는 쉽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에 맞는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과 관습', 강간 신화는 '강간을 저지르는 부류, 피해자, '강간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상황, 피해자의 외양과피해 이후 행동, 강간을 막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고정된 생각들'이라고 정의하며 강간 신화가 강간 문화를 공고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와 개념들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패턴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폭력 사건이 공적 영역(정치권, 언론, 예술계 등등)과 사적 영역(가족, 연인, 이웃 등등)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것 또한 동의 협상의 실패가 얼마나 만연한지, 그것이 얼마나 사소하고 주변적인 일로 여겨져왔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S&M 페미니스트>를 쓴 클라리스 쏜과 비교해서 밀레나 포포바의 사뭇 다른 서술 스타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같은 성적 동의에 관하여 이야기하지만 두 저자의 접근 방식은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포포바는 담론과 권력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연구자이자 성폭력 근절 운동가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쏜은 다양한 성적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직접적으로 탐구하는 탐험가이자, 다양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성적 의사소통 전술을 교육하는 교육자의 면모가 보입니다. 만복님은 쏜의 방식이 좀 더 읽기 편하고 와닿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우현님은 내용이 겹칠 것 같아서 걱정했지만 [S&M 페미니스트]와 [성적 동의]는 상호보완적인 텍스트라고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세미나 끝무렵, 우리는 뜬금없이 틴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현님이 발제에서도 쓰셨지만 틴더에서 은연중에 작동하고 있는 '성 각본'과 틴더를 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애인이 없는 두 사람(틴터를 어느 정도 해 본 한 사람, 틴터를 처음 깔아본 한 사람)은 틴더에서 과연 우리가 논의한 성적 의사소통 전술과 성적 동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면 어떻냐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며 세미나를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 후에 퇴비주의자 고은님이 준비해주신 과일을 든든하게 먹었습니다(잘 먹었습니다!!!!). 
 
담주에는 영화 <티탄>을 줌으로 함께 봅니다! 각자의 방구석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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