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히 올라온 고은샘의 후기에 저희의 구구절절한 사정이 적혀있으니 저는 다른 변명도 하기 힘드네요... 후기가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다음 차시는 두 시간이 묶여서 후기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럼 얼른 2차시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짝수 차시에는 고은쌤이 1교시를 맡고 저는 2교시를 진행했습니다. 고은쌤은 우선 지난 시간 배웠던 [子曰, 君子不器 자왈, 군자불기]를 복습했습니다. 그런데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를 돌이켜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어렵게 한자를 기억해내야 하는 복습이었죠. 아이들은 빈칸을 앞에 두고 멍해졌습니다. 틀리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더라고요. 아니 그 많은 한자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물론 한 번에 정답을 맞추길 바라는 의도로 복습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틀려도 복습을 하는덴 문제가 없으니까요. 제각각의 한자들이 모두 재미난 모양들입니다.

     공자는 특정한 것만을 담지 않고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최고로 칭했지만 저는 술만 담는 호련이 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는 무엇을 담고 있는 그릇일까요? 고은쌤은 자기가 세숫대야같은 그릇이라고 했습니다. 고은쌤은 수영을 좋아해서 물장난을 치기 좋은 그릇인 세숫대야가 자기의 그릇같다고 했죠. 친구들도 각자 가지고 있는 관심, 장점,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면서 내가 어떤 그릇인지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자를 좋아하는 친구는 좋아하는 것과 합쳐 문자를 담고 있는 보트모양의 그릇이라고 했고요, 누군가는 주전자, 그리고 야구배트를 담는 가방모양을 떠올리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이어 친구들이 떠올린 그릇을 삼발솥의 형태로 다시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겨울특강이 분기별 수업과 가장 다른 점은 활동을 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 특강의 짝수 수업에서 저와는 대부분 활동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여러 활동이 있어 준비물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그 덕에 아이들이 올 때부터 지점토를 만들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자리에 신문지를 깔고 삼발솥의 다리가 될 세 기둥과 그릇바닥, 그리고 그릇 벽까지 차곡차곡 단계에 따라 만들었습니다. 준비해온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물을 묻혀서 지점토를 쓸어주면 겉이 매끈해지면서 모양이 에뻐집니다. 각자 개성있는 모양으로 그릇을 만들었는데 다들 뿌듯해보입니다. 이번 수업에는 이런저런 과정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잘 따라올까 걱정을 했었는데 괜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만든 그릇은 그대로 응달에서 잘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삼발솥을 만든건 이제 시작일 뿐이랍니다 ㅎㅎㅎㅎ 앞으로의 과정은 다음 후기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