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선> 시즌 3 에세이 1차

미르
2021-12-18 14:08
386
공부의 끝, 그리고 계속되는 배움
수행의 끝, 그리고 계속되는 수행
 
문탁은 기대 없이 놀러 왔다가 노다지를 캐는 곳이다.
이전 시즌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전혀 기대가 없었는데 또 노다지를 캔 것이다.
그래도 이전 시즌에서 맛지마 니까야를 할 때에는 공부가 끝나기 전이었기에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이미 나의 공부가 끝난 후라 기대가 아예 없었고, 배움이 계속되는건 알았지만 노다지를 캘 줄이야...
그래서 더 놀랍다.
 
반년 전 쯤 공부가 끝났음을 알았다.
'아...이제 더 배울 것이 없구나. 더 이상 얻을 것도 해야 할 것도 없구나.'
 
초기 경전의 반복 문구로 정말 지겹도록 본
'청정범행은 완성되었다.
해야 할 일은 마쳤다.
다시 태어나지 않음을 안다.'  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 자유롭고 편안함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좋았다.
 
이 생에 해야 할일 은 다 마쳤으니 무엇을 하고 놀면 재밌을까 궁리를 해본다.
'아 문탁에 같이 놀 사람들이 있지? 거기 가서 놀자.'
 
무엇을 하는가 보니 이번 시즌 주제는 선? 대승기신론? 내가 제일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네?
하지만 뭐 같이 놀 사람이 여기밖에 없는데 일일이 따질 처지가 아니다.
장난감은 별로지만 사람들이 좋기에 같이 잘 놀았다.
 
같이 논다.
놀면서 배운다.
배울수록 더 깊어진다.
공부는 끝났지만 계속 배운다.
그래서 점점 더 깊어진다.
 
대승기신론이 끝날때쯤 충격을 받았다.
내가 주로 듣는 법상스님의 법문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모두 대승기신론의 단어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 대부분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책에서 모두 나온 것이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극과 극은 통한다?
나는 같은 것을 놓고 좋다고 하고 싫다고 하고 있었다.
본질의 자리에서는 좋을것도 싫을것도 없으며, 다 내가 지은 상일 뿐이라는 것을 제대로 공부시켜주는
또 한번의 체험 사례였다.
 
두번째 장난감은 달마
육조 단경은 제대로 배웠고, 선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기에 제대로 공부를 해본적은 없지만 줏어들은 것이 많아
나는 선에 대해서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보면 파편으로 나뉘어진 여러 잡 지식들의 모음 정도였던 것이다.
무엇의 역사를 모른채로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세상 사람들과 비슷하게 막연하게 알고 있던 달마에 대해 그가 한 말과 역사에 대해 잘 알수있었고
좌파, 우파처럼 선도 그냥 평면적인 하나의 개념으로 보다가 초조 달마로부터 그 뒤의 제자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변함을 보며 평면적인 선이 아닌 선의 다양성도 볼수 있게되어 너무 감사했다.
 
세번째 장난감 깨달음과 역사
요요쌤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이 책을 정했음에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하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함이 큰 책이었다.
35살 비구의 예리한 역사적 통찰과 안목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깨달음에 대한 오류를
역사적 근거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명확하게 짚어준다.
나도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와 사례들을 제시할수 없어서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현응스님 덕분에 뿌옇던 마음이 명쾌해지고 제대로 설수 있게되었다.
 
어떤 노스님이 그랬다고 한다.
자기가 젊었을때 견성해서 끝인줄 알았는데 그래서 죽어도 여한이 없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 깊어지더라.
그때 이미 행복으로 충만했는데 그 행복이 계속 더 깊어지더라.
몇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더 깊어지더라.
 
공감가는 말이다.
지금도 너무 자유롭고 편안해서 좋은데 이렇게 같이 놀다보면 자동으로 배움이 일어나고 더욱 깊어진다.
더욱 깊어질수록 더 자유로워지고 더 편안해진다.
이 자유로움과 편안함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얼마나 더 큰 자유로움과 더 큰 편안함을 느낄수가 있는것인가...
 
사대가 원래 주인이 없고
오온이 본래 공하다.
번쩍이는 칼날에 머리를 내미니
마치 봄바람을 베는 것 같구나.
 
四大元無主
五蘊本來空
將頭臨白刃
猶似斬春風
 
승조스님의 위 게송에 대해 글을 쓴 기자가 다음과 같이 궁금해한다.
'얼마나 공부해야 이토록 소름끼치는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게 다 비슷한거 같다.
좋아는 보이는데 얼마나 걸리나? 얼마나 해야하나?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다. 
너무 오래 걸리면 뜻있는 사람이나 하지 내가 할것은 아닌거 같고
별로 오래 안걸리면 한번 해볼만 하고 ㅋㅋ
 
초기 경전에서 깨달음을 얻으려면 얼마나 걸리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사리뿟다나 제자들의 표현은 한결같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자에게 내가 대답해주고 싶다.
'별로 공부 많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가성비 좋으니 어서 하세요.  ㅎㅎ
 
공부가 끝나 더 이상 배울것이 없으니 더 이상 얻을것이 없으니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재밌게 놀다 오면 장땡..이라며 시작했는데
지난번 맛지마 니까야 시즌에도 그랬듯이 너무 큰 것들을 배워간다.
이 재미난 놀이터를 만들어 주시고 같이 놀아주신 우리 멤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6
  • 2021-12-19 10:10

    왜 '아~멘'이 하고 싶죠? ^^

    저희가 감사합니다. 

     

  • 2021-12-19 21:54

    마무리되지는 못했는데, 일단 정리한 부분까지만 올립니다..^^

  • 2021-12-19 22:32

    구상만 한 건데.... 일단 올립니다~

  • 2021-12-19 23:50

    올립니다.

  • 2021-12-20 00:58

    올립니다.

  • 2021-12-20 08:10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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