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과 역사] 1회차 후기

오이도
2021-11-30 16:56
407

이번 ‘깨달음과 역사‘(현응 지음) 첫 시간은 나란히 앉게 된 미르님과 자작님 덕분에 ’만담‘에 준하는 나름 활력 있는 세미나를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흥미로운 시간을 갖게 해 준 미르님과 자작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여기에 저자의 이력을 예의주시하며, 텍스트의 새로운 이면을 추론해 준 다자와님 덕분에 더 풍요로운 세미나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깨달음’(보디: 존재의 비실재성에 대한 인식) 과 ‘역사’(사트바: 비실재하는 존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설명합니다. 통상 ‘사트바’를 ‘중생’이라고 해석하는데, 굳이 ‘역사’라고 표현한 것에는 저자가 서문에 적은 ‘불교가 역사현실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신이자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젊은 날의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요님이 설명한 대로 87’년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미르님이 표현한 저자의 ‘젊은 날‘이라는 조건이 이러한 문제의식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깨달음」(돈오)에 대해 저자는 ‘“인식과 존재의 이중적 상관성이 동시에 풀림 이라고도 하며, 그 내용에서는 깨달음 이전의 세계관과 이후의 세계관이 전면적으로 전환 되는 것” 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에 대해 요요님은 ”기존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을 점차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게 아니구나‘하고 삶을 바꾸는 전환 그 자체‘가 돈오고 깨달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전환 그 자체‘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깨달음」(돈오)은 ’어쩌면 깨달음이나 완전함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인식 주관과 대상 존재의 ’불완전함을 철저히 통찰하고 수용한다면 탐진치가 없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과정 자체가 깨달음이지 않을까?“ 라는 라라님의 조심스런 제안에 상당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우리네 삶을 바꾸는 전환의 과정 그 자체가 쉽지만은 않을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깨닫는 것이 세수하다 코만지는 것보다 쉽다.‘고도 하니 기대해 봅니다. ( 코 만지게 될 그 날을..^^ )

끝으로 미르님이 이 책에서도 언급된 내용 가운데,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깨달음=괴로움의 해결깨달음=()’로 변환되어, 초기 붓다가 가졌던 문제의식과 그것에 대한 통찰이 변용되었다.“라는 부분을 강조하였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개인적인 괴로움의 해결보다는 조금 더 확장된 의미의 ‘깨달음=도‘라는 해석의 오류나 변용이, 무언가 명분이나 거대 담론을 선호하거나 필요로 했던 동아시의 상황과 조응하여 불교가 확산하는데 도움이 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에 고정되어 상을 만드는 인식의 습성을 통찰하고 그 근간을 흔들어 놓는 선종은, ’깨달음=도(道)‘라는 변용된 생각들에도 다시 질문을 하게 하는 그런 역할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잡아갔던 것은 아닐까? 하고요...(ㅎㅎ 너무 많이 나갔나?..^^)

 

(다음 주는 현응님의 ‘ 깨달음과역사’ (2~4부)를 읽고 질문을 메모로 정리해 오시면 됩니다.. .^^.)

댓글 4
  • 2021-11-30 21:03

    "어쩌면 깨달음이나 완전함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인식 주관과 대상 존재의 ’불완전함을 철저히 통찰하고 수용한다면 탐진치가 없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과정 자체가 깨달음이지 않을까?“ 라는 라라님의 조심스런 제안에 상당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

     

    라라쌤에서 출발한 그 고민이 오이도쌤의 후기를 거쳐 제게 오는 동안,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는 '돈오'를 경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공부를 계속 하다가. 몸과 마음으로 더 경험하다보면, 확신의 순간이 생길지도 모르죠.

    그냥. 돈오! 그거 뭐 그렇게 어려운거 아닐거라고. 

    곧 쌤들의 말과 글에서 그런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믿습니다~~~ _()_

    • 2021-12-01 21:28

      돈오! 그까짓꺼 뭐 대충~ ㅋㅋ

  • 2021-11-30 21:13

    그동안 읽어온 선불교를 우리시대와 연결해서 현실적 문제의식으로 정리해볼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텍스트를 한병철선생님 책에서 현응스님 책으로 바꾸었는데 그 과정에서 성실하게 저자의 이력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제가 저자의 불미스런 이력문제를 인지했다면 세미나의 텍스트로 이 책을 선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세미나 내내 제 불찰이 몹시 부끄러웠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제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제 불찰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2021-12-01 21:33

      이력은 그 뒤의 일이고...

      저 책을 썼을때의 순수함과 젊은 혈기, 그런데 어른들이 가만히 계시니 차마 나서지는 못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

      그리고 그 나이에는 가지기 쉽지 않은 예리한 통찰들이 보여서 저는 아주 맘에 들고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 아주 감사하는데...

      요요님은 죄송하다 하시는 요지경 세상~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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