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 사전 세미나 -푸코 성의 역사 -후기

우현
2020-03-16 18:00
499

 안녕하세요, 우현입니다. 요즘 아주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데요..ㅎ 이번엔 양생 세미나가 쉬는 동안 새은, 초희, 그리고 여울아샘과 푸코의 저작을 차근차근 읽어보는 세미나를 하게 되었습니다! 성의 역사 1권부터 커리큘럼대로 읽어나갈 것 같구요, 이번 시간에는 성의 역사1의 절반 정도를 읽고 만났습니다.

 

 저희의 세미나 방식은 작년 고전대중지성의 애프터 세미나 형식을 따라갑니다. 분량을 나누고 맡은 부분을 꼼꼼히 읽어와서, 발제하듯이 내용을 정리해주는 방식입니다. 글이나 메모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지만, 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말해야하는 방식이라 책을 평소보다 꼼꼼히 읽게 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책을 꼼꼼히 읽지 못하는 저와 매우 잘 맞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우선 책마다 번역이 조금씩 달려져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행위들을 뜻하는 ‘섹수알리테Sexualite’와 성의 구분을 뜻하는 ‘성Sexe’의 번역문제였습니다. 구판에서는 전자를 ‘성’으로, 후자를 ‘섹스’로 음역했습니다. 구판의 역자 서문에서는 “푸코에 의하면 섹스는 추상적인 것이고 관념적인 것이며 섹쉬알리테는 실제하는 구체적인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이러한 대립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가?”라고 설명합니다.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갈만한 이유였지만 저자가 푸코의 의견을 많이 적극적으로 해석해내었다고 생각이 들었구요ㅎ 역시나 신판에서는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아 전자를 ‘성 행위’, 후자를 ‘성’으로 번역했습니다.

 더듬더듬 찾아가며 읽었던 이번 책의 중심내용은 이러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가진 성에 대한 관념은 17세기 빅토리아 여왕시대와 다를 게 없는데, 생식의 기능을 제외한 것들을 부모중심의 가족들이 독점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억압’의 속성을 부여했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세 가지 의문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성의 역사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 억압의 역사가 실제 했는지? 둘째, 어린이들에게 성적인 얘기를 금지시키는 것 등의 행위가 ‘억압’의 범주에 속하는지? 마지막으로 억압이 이루어졌던 시대와 그것을 문제시하고 비판하는 시대가 역사적 분리를 이루고 있는지, 즉 억압과 그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동시대부터 존재해왔고, 그것이 하나의 균형을 이룬 채로 굴러가던 게 아닌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뭐가 어떻다는 입장을 표명한다기 보다는, 이런 의문들을 가지고 어느 부분은 인정하고, 어느 부분은 비꼬기도 하면서 성의 역사를 세세하게 ‘검토’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 와중에 푸코의 문체는 아름다우기까지 했으니, 변태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재밌던 지점은 세 명의 청년들과 여울아샘의 세대 차이였습니다.ㅎㅎ 성에 대한 관념의 차이도 존재했지만, 여울아샘이 드시는 예시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이죠. 스무살의 여울아가 이불을 덮고 읽던 ‘태백산맥’, 에로영화 ‘변강쇠’, 샤론스톤의 ‘원초적 본능’ 등등... 들어본 것들도, 처음 듣는 것도 있었습니다만ㅋㅋㅋ 재밌었어요. 푸코가 말한 ‘검열’의 맥락과는 조금 달랐지만, 미디어 속 검열에 대한 논의들도 있었습니다. ‘쇼미더머니’에서의 비속어 검열 덕분에 랩을 온전하게 들을 수 없는 저의 불만, 비속어의 좋지 않은 어원들 때문이라도 검열하고,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새은의 의견도 있었죠. 여울아샘은 태백산맥의 구수하고 맛깔난 사투리 욕으로부터 통쾌함과 시원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저도 욕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주는 나머지를 모두 읽고 만납니다! 이번에 못한 3장의 뒷부분과 4장의 첫 부분은 초희가, 4장의 두 번째 부분은 제가, 마지막 부분은 새은이가 준비하구요, 5장은 여울아샘이 준비하십니다. 다음시간에 만나요!

댓글 4
  • 2020-03-17 08:35

    꼼꼼히 읽는 것은 매우 좋은 태도임. 일단 푸코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를 잘 생각해볼 것.
    그래서 질문. 푸코는 억압가설을 비판하면서 도대체 뭘 말하고 싶어하는 걸까? 성의 역사1의 주제는 도대체 뭘까? 푸알못들에게는 넘 어려운 질문일까? ㅎㅎ

    피에쑤 1: 위 질문에 대한 힌트는 책의 부제에 있음
    피에쑤 2 : 섹슈알리떼...는 강의때 설명할 테지만...어쨌든 번역 안하고 그대로 쓸 것임 그 대신 sexe는 '성'으로 번역해서 말하고...

  • 2020-03-17 09:04

    저도 지금 2장까지 읽은 상태인데...
    단순히 성에 대한 금기나 억업이라는 말 이면에
    성이 훨씬 더 촘촘하고 디테일하게 말해지게 되었고 그게 권력의 강화와 함께 가고 있다...
    저는 성이 분류되고 이름 붙여지게 되는 이 과정이 결국 권력의 개입을 늘린 과정이라는 것을 밝히는 푸코의 '다른 눈'에 놀랐달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진짜 푸코의 관점만으로 다 설명되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아직은 한 번 슬쩍 읽은 거라 더 읽고 더 생각해보고 싶어졌어요.

  • 2020-03-17 09:47

    살면서 성의 억압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책에서 얘기하는 다양한 성의 억압과
    다양한 성의 담론화에대한 움직임이 정말 신기하고
    또 새로웠습니다
    저는 섹스라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기 위해 마음가짐이 필요했던 사람인지라 이 책을 정말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당
    샘들의 질문형 피드백을 보니 으엥? 또 뭐가 있나 싶어지네영..!

  • 2020-03-19 13:40

    신판은 섹수알리테를 성행위 아니고 성생활로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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