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자기서사 s3> 5회차 후기 - 「공정 이후의 세계」2부

해야
2022-10-30 04:08
209

마감 기한이 한 달 정도 여유(?) 있게 남아 있는 기말 에세이 주제에 관한 이야기로 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죽음, 인생의 전환점, 노년을 보내는 법, 미니 자서전, 수행 등 다양한 주제들이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에세이 주제를 아직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현재 시공간에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공유했습니다. 지난 세 학기 동안의 세미나가 많은 선생님들에게 나이듦과 관련된 고민의 지점을 파악하게 도움을 주었다는 도움이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창 밖에 보이는 울긋불굿 가을 단풍처럼 각자만의 색깔있는 자기서사가 나올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책에 대한 토론은 주로2030세대의 공정에 대한 감각 및 이해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20대 자녀를 둔 분들과 젊은 세대와 접점이 있는 분들이 실제 사례를 공유해 주셔서 그들의 세계관과 사고체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030이 사회문제에 둔감해지고 공동체나 연대에 무관심하게 된 것은 각개 전투식 생존게임을 우선시 하는 신자유주의, 한국의 교육과 입시 정책,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 때문일 거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는 세대갈등이나 계급의 문제로 치환해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소외된 계층의 청년이든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청년이든 이들은 배경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생존의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 하에 놓여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기를 지킬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능력주의와 공정 경쟁의 신화를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문제 의식이 없다고 가르치려 하거나 논쟁으로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선별적 보편이냐에 관한 얘기도 있었습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영역들에는 선별을 취해야 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대안을 실험하면서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문탁샘은 2030 여성운동의 방향으로 주목받는 교차성 페미니즘과 sanctuary운동을 언급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고통과 젖소의 고통을 동일시하며 페미니즘을 동물권과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영 캐어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청년 유니온 등도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아래로부터의 운동들의 공통 분모는 돌봄입니다. 시민적 돌봄을 실현하고 확장하기 위해 이러한 젊은이들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일시적 대안 세계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예시의 정치'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예시의 정치란 어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한 다음 이를 요구하여 기존의 구조나 제도를 바꾸는 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기득권이 늘 변명으로 들고 나오는 유예의 정치에 대항하기 위해 참담한 현실 가운데에서도 당장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같이 연대하여 돌봄과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위기나 재난 상황에서 일시적 코뮨을 조직하고 규율을 마련하고 지키면서 윤리적인 저항을 하는 것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사회 운동가들의 소모임, 생존자들의 쉽터… 새로운 이론을 공부하고 생산하기 위한 동네 책방 모임, 대안적 주거 공동체, 선택가족” 등이 예시로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일시적 대안 세계를 구성하고 운영할 때 선별적 보편주의, 관계 정의, 정보 정의 등이 개념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 고민하게 됩니다. 어떻게 정의가 구현할지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됩니다.  결국은 지금 내가 현재 있는 곳에서 일시적 대안 세계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구체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일시적 대안 세계가 내 주변에서 구현된다면 어떤 의제로 구성될 수 있을까. 누가 같이 참여할 수 있을까. 저는 한번 목록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계지만 질문을 계속하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얘기도 계속 해봐야 (어색하기 하지만) 뭔가 작은 아이디어라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차성' 이론과 '예시의 정치'와 같은 개념이 공정이나 능력주의를 넘어고 또 내가 속한 공동체의 대안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풀뿌리 운동이든 정치적인 운동이든 구성원으로 참여해 본 적이 없는, 따라서 경험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으니 많은 개념들이 추상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저자가 소개한 이론이나 개념들이 앞으로 공정이나 정의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던 것 같은데 제가 메모를 꼼꼼히 못해 기억이 다 나지 않습니다. 추가할 것이 있으면 댓글로 보충해 주세요. ^^

 

 

댓글 5
  • 2022-10-30 12:06

    혜성샘의 꼼꼼한 메모 덕분에 잊은것들이 다시 기억납니다~ 아침부터 참담한 기사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조차 모르겠네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론적으로는 너무 공감되고 이해가 되었지만, 현실적 실현방법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 막막함이 느껴지는 지점도 있었어요. 제가 살고있는 도시는 더욱이 보수적인 도시라 일시적 대안적공동체를 찾기도 쉽지 않죠. 제가 할 수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막막함이 있구요.
    에세이도 막막하네요. 기사도 참담하구요. 생각이 많이 드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 2022-10-30 22:06

    해성샘 후기 고맙습니다.
    세미나 시간엔 얘기들이 사방으로 퍼지는 느낌이었는데
    잘 모아주시니 내용이 보이네요.

    의료나 돌봄제도를 공부하며 드는 느낌은
    우리 시대의 노년/말년은
    세상흐름의 밖으로 나오는 때라기 보다
    오히려 더 의존적으로 되어가는 시기로 다가온다는 거예요.
    질병, 외로움, 노화 이런 것들을
    비의료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찰하는 게
    참 중요하단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시즌1 할 때는 제대로 못 느꼈던 시즌1의 중요성이랄까..
    그래서 다음 텍스트가 기다려집니다.

    (효진샘처럼 저도 참사앞에서 말문이 막힌 채 하루가 지나네요.. 소중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허망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2022-10-31 11:24

    저는 이번 나이듦 세미나를 통해 일시적 대안사회에 대한 비젼을 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식으로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이번 요양보호사 시험준비는 좋은 경험이 된것 같아요.
    내년에도 비슷한 세미나로 다시, 계속 뵙음 좋겠어요. ㅎㅎ

    이번 시즌엔 발제를 못해 여러샘들께 얻혀가는 기분이라 죄송스럽고 감사드립니다.
    (허망하게 가신 모든분들의 명복을빕니다.)

  • 2022-10-31 16:52

    저자가 1부에서 분석했던 폐쇄적 담론에 대한 부분은 여러 사례와 함께 논의되어서 '공정'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알수 있게 하였습니다. 세밀하게 분석한 앞의 내용에 비해 저자가 말하는 대안은 약간 구체성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1부에서부터 생각했지만, 개념이나 현상을 정의하는 용어들이 많다보니, 그게 저한테는 쉽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약간 대학교 수업 교재같은 느낌...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해보여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저자가 말하는 예시의 정치를 보며, 우리가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고 구조화하지 않아도 돌봄과 연대, 공동체 등으로 우리 스스로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이건 아닌 것 같아..'라며 자정작용을 하고있는 것일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이번 세미나가 저에게는, 그동안 전혀 생각지 않았던 영역을 접하고, 새로이 알게 되고,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생각의 흐름이 살짝만 바뀌어도, 제가 하는 행동과 앞으로의 방향이 많이 바뀌게 될 것 같아요.. 저자는 그런걸 바랐던게 아닐까, 살짝 짐작해봅니다...

    (허망하게 가신 분들 소식에, 지금 여기가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세계가 맞나 싶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평안에 이르시길)

  • 2022-11-04 22:10

    공정이 한창 이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때, 쏟아져나온 갖가지 진단과 나름의 공정론을 봤는데, 지금은 대부분 잊었다. 뾰족한 얘기가 있었다면 뇌리에 박혔을텐데 대체로 희미한 기억 속의 그대처럼 그게 그거 같은 느낌만 남았다. 이 책도 대체로 쌀로 밥짓는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많은 개념들을 쏟아놓으며 저자가 배움을 자랑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 화려한 개념을 동원해 그럴듯하게 진단했지만 결국 대안(결론)은 제대로 내지 못하고 끝맺는 용두사미 같은 책은 아닐까 하는 혐의를 내내 거두지 않고 이책을 읽었다.
    마침내, 예시의 정치가 나왔을 때 비로소 관심이 갔다. 제시된 수준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새로운 시각의 해법을 만난 느낌. 큰 문제라 여겨지는 것에는 그럴듯한 근사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은연 중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급히 반성도 했다. 암튼, 내게 일시적 대안세계를 향한 노력을 해보고 싶다는 작은 용기를 불러일으켜주었다. 감사하다. (그런데 늦은 후기 쓰는 주제에 반모네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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