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자기서사 s3> 5회차 후기 - 「공정 이후의 세계」1부

김미정
2022-10-2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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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세미나 토론에 앞서 문탁쌤께서는 공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현재 나의 포지션은 어떤 것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어떤 입장에 있어서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연령대, 계급, 경험을 갖고, 어떤 포지션과 입장에서 ‘공정’이라는 것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리 생각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나의 이해관계가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겠죠.

 

그래서 우리는 이참에 각자의 포지션을 공유해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나의 포지션에서 경험했던 공정과 불공정(이라고 느꼈던) 이슈사항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서 ‘이건 공정과 불공정을 논하기 보다 더 중요한 사항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의 입장과 포지션에 따라서 (정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생각해왔나? 하며 횡성수설... 「공정 이후의 세계」는 우리에게 ‘공정’이라는 가치를 다른 시각(폐쇄적 담론)에서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까지는(혹은 저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 우리가 겪었던 이슈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리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록산 게이의 학자금 면제와 같은 사항에서도 해성쌤 주위의 흔히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 조차도 학자금 탕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했다고 하셨죠. 개인의 책임을 국가가 떠안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인데요. 저 역시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쉽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전과는 다른 것은 이제는 그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힘들게 이루어냈으니, 너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들여야 된다는 생각. 나는 힘들게 빚을 갚았으니, 너도 너의 빚은 열심히 갚아야 한다는 생각.. 갑자기 Give & Take가 생각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는 나와는 별개의 일이다. 나는 받지 못 했던 혜택인데, 네가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이런 생각들이 나와 너를 개별적인 존재로, 의미없는 관계로 인식해서는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도 저자는 얘기합니다..) 건 by 건으로 단편적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같고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에도, 우리는 부분적으로만 보고 이해 여부를 판단하고..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배려와 사회적 배경의 변화로 혜택을 받았던 점이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은 또 괜찮은 듯 지나쳐버렸던 것은 아닌지... 이 생각 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저자는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제시하고, 교육 기반의 쇄신을 중요하게 얘기했습니다. 2부에서 공정을 논하는 현 상황의 대안으로 보다 자세하게 다룰 것 같기도 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인지 의문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능력주의, 성과주의, 각자도생의 삶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듯한데, 인식 변화가 가능할지... 자원적인 측면과 교육 기회의 재분배로 출발선의 차이를 좁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이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사고방식, 가치판단을 바꾸는게 더 중요한게 아닌가....싶습니다.(이건 더 어렵겠죠...) 저자가 2부에서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궁금합니다..

 

후기까지도 횡설수설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댓글 4
  • 2022-10-24 10:46

    미정샘의 명료한 후기를 읽으니 저번주의 수업이 환기되면서 다시한번 정리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참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인지조차하지 못한채로 한방향의 시선으로만 해석하며 살아온것을 느꼈습니다. 각자도생의 원리가 너무나 당연시되는 세상이 되어서 그 너머를 보기가 더 힘든것 같습니다.

    예전에 학창시절만 생각해봐도 누가 잘못하거나 학급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면 단체기압을받았습니다. 한명이 잘못한것은 우리모두의 책임이 있다는걸 인지시켜주려는 목적이있었던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내가 한 일도 아닌데 왜 벌을받냐며 투덜대는 친구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냥 다 기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즘같은시대에 학교에서 그러면 난리가 나겠죠? 요즘은 단체기압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없어요. 잘못한 당사자나 분쟁이 생긴 아이들만 따로 불러 혼내거나 벌점을  주죠. 엄청 합리적이고 담백해보이는데 (그렇다고 단체기압을 찬성하는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개인주의, 각자도생이 당연한것처럼 생각될거 같아요. 왠지 무섭고 씁쓸해집니다. 

    저는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개인주의 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되네요. 

  • 2022-10-24 14:24

    미정샘, 발제와 후기 고맙습니다.

    일상 속에서 늘  유ㆍ불리를 가늠하며 살아야하는 우리로서는

    의료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통째로 피하거나 통째로 변하는 건 불가능하지않나 싶어요.

    미정샘 말씀대로 우리 사고방식 가치판단 그런 것에 대해  얘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실은 그런 부분들이 솔직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고요.. 

    저마다 다른 어떤 환경, 어떤 이유를 바탕으로 결핍을 안고 살아왔기에 가치관과 욕구가 생겨났을텐데

    그런 것들이 '까발려지는' 식이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이야기되면 좋을까 고민해봅니다.

  • 2022-10-26 07:38

    솔직 담백한 후기. 미정샘 감사합니다. 진작에 미정샘 후기를 봤지만 마음이 자꾸 댓글 달기를 미루네요. 흔적이라도 남겨야지 싶어 이제서야 입을 떼 봅니다.
    1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저에게 이런 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세계(장 아메리가 말한)'로 나아가 삶을 살았던 시절에 대한 평가. 저에게는 너무 빨리 도착한 물음이라, 복잡한 마음 표현할 길은 없고... 세미나 때 샘들 말씀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확성기로부터 나오는 공정, 재판정으로부터 들려오는 공정, 자기방어를 위해 나오는 공정과는 비교할 수 없이요.
    지난 시절을 대충 뭉개고 지내지 말고, 천천히 곱씹고 반추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길을 찾아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쓸데없이 비장한데,,, 비장한 감정은 아님). 그래서 2부도... 내내 손에 잡지 못하다가 벼락치기로 읽었습니다.^^ (벼락치기로 읽어서 뭔말인지 잘 모르겠는 것이 함정 ;;;)

    • 2022-10-26 10:06

      저도 지영쌤이랑 비슷한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저의 지난 과거와 당연하게 해왔던 생각들을 떠올렸습니다. 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부던히도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인정받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자존감인줄 알았는데,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욕망)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우월하다는게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서, 그걸 우월한 감정으로 덮어버리려고 했던것 같아요. 한참 지나고 보니 저는 사라지고,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만 주체가 되어 남아있더라고요.. 그게 어느 순간 지쳐서, 이렇게 살기 싫다.. 다르게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뭉게뭉게 커져간 것 같습니다...ㅎㅎㅎ 지금에서 보면 30대까지의 저는 반쪽짜리로만 살아왔어요~ 40대부터 나머지 반쪽을 채워가려고 합니다~~ 지영쌤의 말씀처럼 저도 지난 시간을 천천히 곱씹고 반추하고, 여기에서 다시 살아갈 길을 찾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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