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s3> 2회차-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 -후기

새벽별 이효진
2022-09-29 15:04
142

파커의 깊은 울렁임에 빠져 있다가 우에노 치즈코를 읽고 한순간에 전쟁 속의 현실로 던져진 기분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집에서 혼자 죽는 것’과 ‘치매에 걸린 고령자의 재택사’와 ‘존엄사’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 이제 늙어도 혼자 살아가게 되는 것은 시류에 따라 당연히 도래할 일이고, 혼자 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집에서 죽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예전에는 집에서 죽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는 병원에서 죽는 것이 당연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재택사의 비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미국도 그렇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샘들은 초기 치매일 때까지는 혼자 사는 것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데 동의하였다. 특히 원래 사시는 시골마을에서 계속 살거나 공동체 안에서 살게 된다면, 주변인들이 함께 돌보고 도와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고지가 없더라도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면 노인 분들이 많고, 도시보다는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분위기라 초기 치매 고령자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문제는 치매가 많이 진행 되었을 때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의 형태에서는 치매가 많이 진행된 고령자가 혼자 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시는 샘들이 많았다. 우에노 치즈코의 책에서 가장 의아하고 동의가지 않는 부분도 여기라고 했다. 치매 고령자가 끝까지 혼자 집에서 살면서 재택사하는 것이 가능할까? 얘기를 나누면서도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자유죽음 같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고 하는 의견도 있었다. 아무래도 많이 진행된 치매 고령자의 경우에는 혼자서 사는 것은 무리이며, 언젠가는 시설에 들어가야 되는 게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어떻게 누가 정할 것인가? 아무래도 나의 현재 삶을 자주 공유하지 않는 가족보다는 지금 함께 하고 있는 공동체안의 친구들이 그 시기를 알아채고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존엄사 문제 역시 어려운 의제였다. 과연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살면 안 되는 것일까? 우리는 비대해진 자아로 인간이 우월하다고 느끼고, 그 중에서도 정상적인 인간의 우월성을 당연시 하게 된 것 같다. 과연 그들은 살 가치가 없는 것일까. 무겁고도 복잡한 문제이다. 아직 아무도 그 끝자락까지 가보지 않았기에, 또한 지금 우리의 시대가 이 모든 과정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음에 우리 모두 그 어떤 것도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 계속 고민하고 함께 나누며 방법을 찾아봐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후기를 쓰긴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빠진 부분이 있으면 댓글에 덧붙여 주세요...^^

 

+ 다음주 세미나 책은 <병든 의료>입니다. 세미나 전에 푸코와 이반 일리치에 대한 문탁샘의 강의가 조금 있겠습니다. 다음 주 발제는 지영샘 입니다. 다음 주에 뵈요!^^

댓글 5
  • 2022-09-29 16:05

    우와 따끈따끈한 후기 감사합니다.

    어제의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휘리릭 잡아 머리에 넣어두었어요.ㅎㅎ 

    지난시즌에 읽은 새벽세시의 몸들과 영화 씨인사이드가 생각났습니다.

    옆집 숫가락이 몇개인지 아는 작은 규모의 마을에서는 치매노인이 혼자사시는 것도 가능할거 같아요. 

    동네사람들 누구나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전 어제 나눈 애기 중 노인을 위한 공동체는 오프라인의 새로운 공동체의 형태가 필요하다가 와 닿았어요.

    저도 그런 공동체를 원하고 어떤 형태가 되었든 어떤 방법으로든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그러기위해 다양한 공부와 토론이 필요하고

    적절한 때, 시도를 해 나가야겠죠.

    문탁네트워크가 있으니 그래도 안심입니다. 

    다양한 시도의 뿌리  근간이 될 때니까요. ㅎㅎ

  • 2022-09-29 22:21

    효진샘 발제도 잘 들었는데,   빠른 후기가 올라와 또 잘 읽었습니다. ^^

    우에노 책들은 직설적이고  웃음코드가 많아서 잘 읽히기는 하는데,  곧바로 동조하기엔 어려운 점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우에노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점을  큰소리로  말해주는 듯 합니다.

    저도 어제는 내가  진짜 염려하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봤어요. 

    책에 나온 모든 상황을  대충 시뮬레이션하면서 한참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은  '닥쳐오면  다  어떻게든 되겠지' 였어요.  하하하  

    몇가지 원칙을 세워서 병원에 의존하는 것만 피하면, 

    집에서의 임종, 시설임종, 고독사, 존엄사, 모두 다 유효한 선택지로 갖고 있어도 될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다보니

    지금 어떤 결심을 해 두기에는 내가 삶과 죽음의 차이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얼 끌어안고, 무얼 피할 것인지 좀 더 알아가야 할 것 같아요.

  • 2022-10-02 04:53

    효진샘, 후기 감사합니다. 후기를 보며 책과 세미나 내용을 다시 짚어볼 수 있어 좋습니다.

    저는 이 책이 혼자서 사는 것과 그러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두렵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구나, 아니 오히려 노년기를 보다 충만하게 보낼 수 있는 옵션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여러 샘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을”에서 같이 늙어가기 위해 지역 중심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게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며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구나 라는 걸 지각할 수 있었던 게 좋았습니다. 문탁샘의  노후 생활 공동체는 공부를 같이 하는 공동체나 같이 수행을 하는 모임과는 다른 성격의 공동체일 거란 얘기가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그리기가 어렵긴 하지만요. 그러한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겠죠.

    마지막으로 저는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타지에서 늙어가고 거기서 생을 마감한다는 데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탐구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 2022-10-02 14:53

    효진쌤 후기 잘 봤습니다. 전 아직도 후기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세미나에서 나눴던 얘기 위주로 정리하는 것처럼 쓰게 되는데, 효진쌤은 나눴던 의견들을 잘 아울러서 하나의 멋진 요리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전 우에노 지즈코의 책을 보고, 몇 가지의 논란과 화두가 되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해성쌤의 댓글처럼 내가 살던 집에서 혼자 사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도 집에서 혼자 죽을 수 있다는 지즈코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치매에 걸린 사람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은 저도 맞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늘상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점들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준 것 같아 좋았습니다. 나중에 혼자 살지도 모르는 그 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 살아있을 때 고독하게 있으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들도 하게 되었고요..

    이 세미나를 하면서 저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자리잡은 고정관념들에 제가 아무 생각없이 휘둘렸었구나, 하면서 여러 번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관성적으로 생각해오던 방향에 제동이 걸린 것은 좋지만, 이젠 제가 하나하나씩 사유하고 판단해야할 것 같아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인간의 존엄성, 존엄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도 생겼고요...음, 전 아직 실행하진 못했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할 계획입니다.

    저도 이제서야 노년, 나이듦, 질병, 치매, 돌봄, 죽음... 이런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얘기하고, 숨김없이 서로의 생각을 많이 나눴으면 하게 되었어요. 그래야 우리 사회도 조금씩은 바뀌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맥락없이 주절주절 말이 많아졌습니다 ㅎㅎㅎ

  • 2022-10-06 00:49

    효진 쌤 후기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후기 읽은 지 꽤 됐는데, 발제의 압박감에 이제서야 후기 남깁니다(마음의 여유란 이렇게도 중요한 것).

    저는 '시민 후견인'에 관심이 갔습니다. 가족은 후견인으로 삼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했고, 문탁 샘은 여기에 동의하면서 친구들을 후견인으로 하시겠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책에서 언급된 '시민 후견인'이라면 친구도 되겠지만, 친구도 가족도 아닌 제3자인 누군가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시민적 돌봄'의 짝꿍 단어 같기도 한데, 엄밀히 따지면 시민적 돌봄이 포함해야 할 요소겠지요? '시민 후견인' 강좌 안 만들어지면, 나라도 나서볼까 싶더라고요. 만들자고 꼬셔 볼 은퇴 몇 년 앞둔 시민단체 활동가 선배도 (제 머릿 속에) 찜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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