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자기서사> 영화리뷰 - <더 파더>

김경희
2022-07-30 20:53
227

2022년 양생글쓰기 / 치매노인의 삶과 보살핌 / 영화 『더 파더』 감상후기 / 20220731

                      김경희

<더 파더> 영화는 치매을 앓고 있는 80대 노인 안소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엉켜버린 기억으로 시작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의 안타까움과 슬픔의 감정선 위주로 이야기로 흘러간다 <더 파더>는 주변인의 시선이 아닌 치매환자 본인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영화에서 나오는 장소는 집과 병원 두 곳이다. 모두 복도가 길고 벽에 여러 그림액자들이 진열되어 있다. 마치 영화 주인공 안소니가 미로 속에 갇혀버린 느낌이였다.

안소니의 입장이 되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억 속에서 혼란에 빠지고 함께 몰입했다. 최근 기억이 사라져가는 현상을 겪고 이로 인해 안소니는 극심한 혼란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게 한다. 파현화된 기억들 속에서 상황을 올바르게 인지하기 위해 퍼즐 조각을 맞추듯 조각 모음 해보지만,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된다.

안소니가 엄마를 찾으며 오열하는 85세 노인의 얼굴에 어린 소년의 감정도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린 안소니가 어린아이처럼 울며 절규하는 장면은 긴 여운으로 울컥한 기분 이였다.

전체적으로 시간의 흐름은 뒤죽박죽이며, 인물들도 달라진다. 안소니의 유일한 가족은 딸 앤이다. 앤과 앤의 남편이 다른 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퇴행성 뇌 질환을 앍고 있는 아버지를 정성껏 모셔온 앤 그 동안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온 자신의 아버지가 점점 나약하게 변모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그녀에게도 큰 충격이자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의 병환이 한층 짙어질수록 그녀는 아버지 돌봄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간병인을 여러 차례 변경했지만, 결국은 요양원을 선택하게 된다.

극의 변곡점마다 장엄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소니가 느끼고 있는 불안과 혼돈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가늠케 해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면에 푸르른 나뭇잎을 비추고 있습니다. 노인과 대비되는 모습에 많은 생각을 품게 만드는 장면 이였습니다

나이듦이란 곧 죽음과 가까워 진다는 의미이다. 신체기관의 퇴행 역시 자연스럽게 다가 온다. 특히 뇌의 퇴행, 즉 노인성 치매와 관련된 이야기, 우리의 신체 기능 전반을 관장하는 뇌의 퇴행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댓글 5
  • 2022-07-31 19:31

    영화는 치매가 진행되는 당사자의 혼란스러운 시각으로 다뤄져, 보는 사람 또한 내내 혼란스러운 지경에 빠져있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아직까지 혼란스럽습니다. 누가 딸인지, 딸은 새로운 남자를 만나 파리로 가는 것인지, 10년 간 함께 산 남자(남편)가 있는 것인지...

    자신을 흔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 자신의 시계를 스스로 숨겨놓고, 계속해서 잃어버린 시계를 찾으며 타인의 시계를 본인의 것이라 의심하는 장면. 치매란 자신이 '살아낸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비유인가 싶었습니다. 

    결국 요양원에 가게 된 안소니는 묻습니다. "내가 누구인가요?" 그리고는 "엄마"를 부르며 웁니다. 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혼란스럽고 두려운 일인지...  영화의 마지막에 쓸쓸하게 밀려들던 슬픔이 다시금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아 슬퍼

  • 2022-08-01 17:02

    경희샘,   제가 <더 파더> 보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고조되었던 곳들(힘들었던 곳들)을 콕콕 짚어주셨네요... 

    변해버린 늙은 아버지,  주변사람들을 일부러 괴롭히는 건가 싶을 만큼  자기중심적인 말과 행동을 계속하시죠.   

    영화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실제 상황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것과 아버지가 느끼는 상황이 얼마나 다른 지, 영화를 보던 사람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영화는 돌보는 사람의 심정 보다, 치매인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껴지게 해서  다른 영화들과 달랐던 것 같고  가슴이 너무나 아팠네요.

    오래 전  몹시 약한 모습으로 하늘나라로 가신 저의 친할머니, 지금 저의 시어머니, 매순간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무서울까...  

    경희샘 올려주신 마지막 장면의 나무와 하늘, 구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흐르고. ㅠㅠ

     

    영화에서 아버지가 듣던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와  딸의 그림 같은 장치들은  올리버 색스의 책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표상작용이 무너져도  음악 소리와 회화적 표현에 대한 기억과 반응능력은 계속 있다는 것. 

    돌봄을 더 섬세하게 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한다면  투약과 수면, 식사, 배설 외에도 

    남아있는 감각적 기억을 찾아 그 안에 머물며 시간을 견뎌보게끔 노력해봐야 할까...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냥 생각 뿐.  슬프네요.

  • 2022-08-01 17:36

    "마치 잎이 지는 것 같아요."

    "멀리 가야하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메모해둔 대사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카메라가 주인공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눈이었다는 것입니다. 관람자를 치매를 앓고 있는 안소니의 안으로 들어가보는 경험을 하도록 하지요. 그래서 인물과 배경이 뒤죽박죽 섞이게 됩니다. 그것이 치매노인의 뇌입니다. 엄마와 시어머니를 떠올리며 자존심 강한 꽂꽂한 노인을 너무 잘 그려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시즌 영화와 책은 늙어감에 대해 전혀 위로하지 않는 냉혹한 리스트입니다!! 

  • 2022-08-02 09:40

    경희 샘, 리뷰 감사합니다. 저도 치매환자의 시점으로 그려진 나이듦과 치매환자로서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 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아메리가 생각났습니다. 각 장면마다 혼란스러운 정보가 혼재되어 있어 치매를 앓는 사람의 뇌가 이렇게 작동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저는 치매환자와 장시간 접촉해 본 적이 없어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아메리책을 읽는 후에 느꼈던 우울함도 있었구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지? 하는 질문이 자동으로 이어졌구요. 아마 감독과 배우는 관객들에게 이런 감정과 질문을 일으키려고 의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소니 홉킨스는 어떤 역할이든 전혀 어색하지 않군요. 

  • 2022-08-03 07:07

    어제 다운 받아놓은 영화를 빗소리를 들으며 봤습니다.

    저는 먼저 치매환자의 뇌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세트를 여러개 만들었겠다 싶었어요.

    자신의 아파트라고 착각하고 있으니...일단 기본 아파트 구조에서 계속 변해가면서 장소가 바꿔가잖아요.

    정신과 개인 병원,  둘째 딸이 누워 있던 병원, 또 자신이 가게 되는 요양원 등

    비슷한 느낌의 서로 다른 장소에 대한 표현에 신경을 쓴 것 같았어요. 

    이번 시즌은 우리의 뇌와 신체에 대해 정말 많은 질문을 던져줍니다. 

    나이듦과 죽어간다는 것은 우리의 뇌와 신체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잖아요.

    장애나 질병, 또 늙어감. 이런 것들이 나와 뗄려야 뗄 수 없는 사건 일 수 있다는 걸 이번 시즌 텍스트와 영화를 보며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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