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주역 7회차 후기

송우현
2022-04-27 17:37
126

 오늘도 겨우 조금씩 따라가느라 가랑이 찢어지는 우현입니다.

누룽지샘의 후기 뇌물인 수제 두텁떡과 구름샘의 마카롱+커피 덕에 아주 풍성하고 배부르게 시작했지요ㅎㅎ

봄날샘의 착각으로 시즌1 마지막 시간이 될 뻔하기도 했었습니다ㅋㅋㅋ 

 

우당탕탕 시작된 이번 세미나의 분량은 계사전 (하)의 1장과 2장이었습니다.

 1장에서는 팔괘를 비롯하여 괘상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2절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吉凶者 貞勝者也, 天地之道 貞觀者也, 日月之道 貞明者也, 天下之動 貞一者也.

길흉자 정승자야,  천지지도 정관자야, 일월지도 정명자야, 천하지동 정일자야.

길과 흉은 항상 이기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도리는 항상 보여주는 것이고, 해와 달의 도리는 항상 밝은 것이며, 천하의 움직임은 하나의 이치를 항상 하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 貞(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주자는 '항상'이라는 부사로 해석하였습니다. 그러면 길과 흉이 항상 이긴다는 것(길흉자 정승자야)은 무슨 뜻일까요?  이에 대해 구름샘은 '길은 정이 이기고 흉은 부정不이 이기는 것이기에 항상 이긴다고 해석하셨어요. 일리는 있지만 자누리샘이 해석하신 '항상 길하고 항상 흉한 건 없다'는 해석이 좀 더 잘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변變의 속성을 잘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정을 하나의 명사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해석이 아예 달라집니다. 길흉은 정이 이기는 것, 즉 정은 길흉을 이긴다는 뜻이 되지요. 그러면 뒷 문장들의 해석또한 달라지는데, 이 부분을 다시 보니까 이해가 잘 안되네요 ㅎ 인디언 샘이 정을 부사로 보지 않는 해석이 더 깔끔한 것 같다고 하셨는데, 댓글로 다시 짚어주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ㅎㅎ

 

 

 

이 밖에도 3절에서는 變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역과 효 등 주역의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가 중간에 변이 나온다고 해서 좀 뜬금없다는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주역을 모르는 저는 그런갑다 했습니다. 變변에 대한 해석이 좀 다양한 모양이었는데, 유동적으로 여기저기 달라붙는 듯한 이미지가 變과 닮아있는 것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2장은 복희씨 - 신농씨 - 황제요순 - 문무주공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인류학적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재밌는 파트였어요. 예를 들어 나무를 깎아 쟁기를 만들었다는 3절 내용에서는 신석기 시대로 농사가 시작된 걸 유추하고, 시장과 재화가 형성되는 걸 보며 잉여경제가 시작된 시기라는 걸 유추하는 식이었죠. 선생님들은 이야기를 주역의 괘와 엮어나가는 과정이 재밌다고 하셨지만, 각 괘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없는 저로써는 그냥 재밌는 이야기로만 들렸어요 ㅎ 기억에 남는 건 옷에 대한 관점이었는데, 황제 요순이 세상을 다스렸다는 5절 내용에서 의상을 드리웠다는 표현을 써요(垂衣裳而天下治). 의상을 통치와 권력의 상징으로 사용한 거죠.

6절에도 소를 길들이고 말을 탄다는 내용이 있는데(服牛乘馬), 복服자가 옷 복이면서도 부리다는 뜻이 있더라구요. 중국 고대부터 무엇을 입느냐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온 거죠. 저는 옷을 신경써서 입지 않는 편이라 이런 관점이 재밌었어요. 이런 저만 보더라도 지금보다 중국 고대에서의 옷이 훨씬 중요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안그래도 여름 옷 쇼핑을 좀 하려고 했는데, 좀 더 신경써서 제 사회적 위치를 올려봐야겠습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중국 고대 예복. 아무래도 계사전에 나온 문장은 이것보다 더 이전인 것 같죠?

 

아, 장례에 대해서 다룬 구절도 있었는데요, 맹자에 따르면 장례관습이 생기면서부터 인간의 죽음이 '슬픈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해요. 요즘 제가 빠져있는 만화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지금 얘기하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까봐 다음에 기회가 되면 풀어보는 걸로 할게요ㅎㅎ 

 

써놓고 보니 주역이라기 보다는 한자와 고대 동양의 관점에 대한 아이디어들만 적어놓은 것 같네요ㅎ 사실 제가 주역 세미나를 대하는 방식이 이렇습니다. 주역에 대한 베이스가 너무 적다보니, 재밌어보이는 것들을 긁어모으는 느낌이에요ㅎ.. 

자누리샘도 주역 1년차 때는 거의 이해를 못하셨다고 했는데, 뭐 비슷한 거라 치고 일단은 해봐야겠지요~ 

 

다음주는 시즌1 진짜 마지막날이구요~ 계사하전 3,4장(동은)과 5장(자누리샘)을 나갈 수 있는 만큼만 나갑니다. 한 문장 꼭 외워오시고, 다음주에 만나요~

댓글 2
  • 2022-04-28 08:03

    이렇게 적어놓으니 또 재밌어 보이네요ㅋ

    吉凶者 貞勝者也 이 부분 해석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해석이 분분한 구절이지만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貞을 명사인 항상함으로 보는 경우,

    길흉은 항상함이 이긴다. 즉 항상함의 덕으로 길흉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뜻이어요.

    주자처럼 부사로 보면, 길흉은 항상 서로를 이긴다, 즉 길이 이기든, 흉이 이기든 어느 하나이지

    길흉이 같이 나올 수는 없다는 뜻이 됩니다. 세상일이라는게 길흉 둘 중 하나라는 거죠. 

    길흉은 어떤 행동을 할지와 관련되는 말인데, 전자는 올바른 도를 따라가다보면 길할 때도 있고
    흉할 때도 있는건 당연지사인데 크게 연연하지 말고 계속 올바른 도를 따르는 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후자는 길흉을 대하는 자세는 대비하는 것입니다. 길이면 좋아하지만 말고 다가올 흉을 대비하고,
    흉일 때도 실망하지 말고 다가올 길을 대비하라는 것이지요.

  • 2022-04-28 08:32

    니가 진정 우현이가 맞느냐?

    ㅋㅋㅋ

     

    이제 그 아이디어를 니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만 남았구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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