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주역 2회차 후기

봄날
2022-03-29 07:54
164

늦어서 죄송합니다~


낯섬과 자유로움이 있던 시간

작년에 소처럼 주역을 읽었고, 올해는 임인년이기도 해서 호랑이처럼 주역을 읽자고 했다. 그런데 <주역>이라는 텍스트만 같을 뿐, 세미나원들의 구성이나 진행방식은 전혀 연계성이 없었다. 우선 젊은 친구들의 대거 결합한 것은 흥분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세미나를 진행시켜 나갈지 ‘대략난감’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한 글자, 한 글자 익히고 자꾸 읽어내는 것밖에 없다. 우리는 (죽이 되건 밥이 되건간에) 한 장씩을 해석해와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택했다. 짧은 문장이라고 해도 한자를 다 찾고 또 해석하는 일은 우현같은 ‘한자는 일알못’에게는 시간이 오래 걸렸으리라. 의외로 거침없이 문장을 읽는 것에 깜짝 놀랐는데, 우현 하는 말이 “일주일 동안 긴 시간 읽었는데 이것 못 읽으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그래, 공부가 되겠구나. 더구나 잘 해석 안되는 문장을 맘껏 도치시키고 의역해서 그럴싸하게 풀이하는 부분에서는 아, 이래서 젊은 친구들과 하는 일이 즐거운가 보다, 했다. 여기에 모르는 것을 그대로 지나치는 것을 못견디는 누룽지님의 ‘정밀한 해석’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계사전은 작년에 읽었던 주역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괘/괘사/효사가 없이 상전과 하전 각 12장씩 배치되어 있는 것이 다르고, 그 말하는 스케일이 크다. 주역의 스케일이 작은 것이 아니라 계사전은 마음껏 철학적 의미를 쏟아내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전 2장의 성인은 복희씨, 문왕, 주공 같은 주역의 주인공을 말한다. ‘말을 달아맸다’는 의미의 계(繫)자를 쓴 것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나 현상을 더욱 잘 보여주기 위해, 잘 판단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주역 원문에는 음양이 없다. 대신 강유가 있다. 길흉이 있고 회린이 있으며 나아감과 물러남, 낮과 밤이 있다. 끝없이 대비되는 말들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부대끼는 한 가지 사물의 서로 다른 측면이다. 4장의 마지막 문장을 따라 읽어본다. “천지의 조화를 본떠서 지나치지 않게 하며, 만물을 곡진히 이루어 빠뜨리지 않으며, 주야의 도에 통해 아는지라, 신(神)은 정해진 자리가 없고, 역(易)은 고정된 몸체가 없다.” 주역의 말은 어렵지만 끝없이 어떤 힘을 발산한다. 그 힘을 따라 그저 읽을 뿐이다.

 

계사상 2장

聖人 設卦 觀象繫辭焉 而明吉凶(성인이 괘를 베풀어 상을 보고 말을 달아 길흉을 밝히며)

剛柔相推 而生變化(강과 유가 서로 밀어서 변화를 낳으니)

是故 吉凶者 失得之象也 悔吝者 憂虞之象也(그러므로 길과 흉은 잃고 얻는 상이고, 회와 린은 근심과 헤아림의 상이고,)

變化者 進退之象也 剛柔者 晝夜之象也 六爻之動 三極之道也(변과 화는 나아감과 물러남의 상이고, 강과 유는 낮과 밤의 상이고, 육효(六爻)의 동함은 삼극(三極)의 도(道)이니,)

是故 君子 所居而安者 易之序也 所樂而玩者 爻之辭也(그러므로 군자가 거처하여 편안히 여기는 것은 역(易)의 차례이고, 즐거워하여 완미하는 것은 효(爻)의 말이니,)

是故 君子 居則觀其象而玩其辭 動則觀其變而玩其占 是以自天祐之 吉无不利(그러므로 군자는 거처할 때에는 그 상을 보고 그 말을 완미하며, 움직일 때에는 그 변화함을 보고 그 점(占)을 완미한다. 이 때문에 하늘로부터 도와주어 길(吉)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3장

彖者, 言乎象者也, 爻者, 言乎變者也,(단(판단彖)은 상(象)을 말함이고, 효(爻)는 변화를 말함이고,)

吉凶者, 言乎其失得也, 悔吝者, 言乎其小疵也, 无咎者, 善補過也.(길흉은 얻음과 잃음을 말한 것이고, 회린은 작은 하자를 말한 것이고, 무구(无咎)는 과실을 잘 보충한 것이다.)

是故, 列貴賤者, 存乎位, 齊小大者, 存乎卦, 辨吉凶者, 存乎辭,(그러므로 귀천(貴賤)을 진열함(列)은 위(位)에 있고, 크고 작음(小大)을 정함은 괘(卦)에 있고, 길흉을 분별(변)함(辨)은 사[괘사(卦辭), 효사(爻辭)]에 있고,)

憂悔吝者, 存乎介, 震无咎者, 存乎悔,(회린(悔吝)을 근심함(憂)은 나뉨/경계[介]에 있고, 움직여(震) 허물이 없게 함은 뉘우침에 있으니,)

是故, 卦有小大, 辭有險易, 辭也者, 各指其所之.(그러므로 괘에는 소대(陰陽)가 있으며, 말(辭)에는 험(險)하고 평이함(易)이 있으니, 말은 각기 그 향하는 바를 가리킨 것이다.)

 

4장

易 與天地準 故 能彌綸天地之道(역은 천지와 똑같다.(천지를 좇아 준칙으로 삼았다) 고로 능히 천지의 도를 두루 다스릴 수 있다.)

仰以觀於天文 俯以察於地理 是故 知幽明之故 原始反 終 故 知死生之說 精氣爲物 游魂爲變 是故 知鬼神之情狀(우러러 천문(天文)을 관찰하고 구부려 지리(地理)를 살핀다. 이런 까닭으로 어둠과 밝음의 연고(이유)를 알며, 처음을 깊이 연구하여 끝을 돌이켜본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의 설(말, 이론)을 알며, 정기(精氣: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는 기운)가 사물이 되고, 혼(魂)이 돌아다녀 변하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귀신의 정상(情狀:사실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안다.)

與天地相似 故 不違 知周乎萬物而道濟天下 故 不過 旁行而不流 樂天知命 故 不憂 安土 敦乎仁 故 能愛(천지와 더불어 서로 같은지라 고로 어기지 않으니, 지혜가 만물(萬物)에 두루 미치고 도(道)가 천하를 구제하는지라. 고로 지나치지 않으며, 두루 행하되 흐르지 아니하여(흘러 넘치니 않아서) 하늘(天理)을 즐거워하고 명(天命)을 아는지라 고로 근심하지 아니하며, 땅(자신의 땅,자리)에 편안하여 인(仁)을 돈독히 하는지라 고로 사랑할 수 있다(능히 사랑한다).

範圍天地之化而不過 曲成萬物而不遺 通乎晝夜之道而知 故 神无方而易无體(천지의 조화를 범위(範圍-미치는 한계를 따라 본떠서)하여 지나치지 않게하며, 만물을 곡진히 이루어 빠뜨리지 않으며, 주야의 도에 통하여 아는지라 고로 신(神)은 (일정한) 방소가 없고 역(易)은 (정해진) 몸체가 없다.)

댓글 1
  • 2022-03-31 20:45

    64괘와 괘사전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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