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시즌3 세번째 시간 후기

수수
2021-10-18 10:58
281

영화 <아들(2002, 다르덴 형제)>

(영화에 대한 많은 내용이 들어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고려하세요)

 

   이번 시간에 함께 감상한 영화는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아들(2002)>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다른 영화들과 많은 부분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촬영 방법이나 주제 의식, 전개 방법, 엔딩까지.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내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영화의 중심 내용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아이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던 나는 영화 전반부 내내 주인공인 올리비에가 16세 프란시스를 왜 그리 집요하게 관찰하고 신경쓰는지 궁금했다. 영화를 끈기 있게 보다 보면 하나 둘 원인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가해자를 옆에서 지켜 보고 일을 가르치는 올리비에와, 그 사실을 모르고 목공일을 열심히 배우려는 프란시스. 심지어 프란시스는 올리비에에게 자신의 후견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둘의 관계를 지켜 보며 긴장감이 고조될 무렵, 영화는 갑자기 격렬한 진행과 황급한 마무리를 한다.

 

 

  "영화가 주어진 이데올로기에 의해 결정되는 한, 혹은 영화가 주어진 이데올로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한 모든 영화는 정치적이다.(교재 252p)"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우리의 일반적인 이데올로기를 뒤집는 시도를 한다. 익숙한 이데올로기를 여러 면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누는 이야기도 다채로웠다.

   우선, 형식적인 부분에서 카메라의 시선이다. 많은 시간을 인물의 뒷모습 또는 옆모습을 눈이 아플 만큼 아주 가까이 보여 준다. (주인공의 오른쪽 귀 뒤에 있는 사마귀를 누구나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에 대한 생각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인물의 감정에 더 잘 이입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오히려 그 상황에 한발 떨어져 내가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또, '용서와 복수'라는 것에 대해 일반적인, 도덕적인 균열을 낸다. 과연 아들을 죽인 아이를 제자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전 아내의 말처럼 "아무도 당신처럼 하지 않아."가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올리비에가 복수를 할 것이라고 느낀 사람들과,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판단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영화에서 올리비에가 프란시스를 데리고 목재소에 가는 장면은 더 다양한 해석을 불러 왔다. 목재소에 가는 것이 복수를 위한 것인지, 프란시스를 제자로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인지부터, 목적지를 벗어나 ‘지나치는’ 장면도 올리비에의 ‘지나친’ 행동(프란시스의 목을 조르게 되는)을 예고하는 것인지, 회복의 의미인 ‘지나가다’의 의미인지…….

 

   우리가 영화평론가들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나누는 이런 이야기들이 책에서 나온 '비평의 임무는 이런 차이들을 드러내는 것이고 이데올로기의 광범위한 장 내부에서 영화의 특별한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며 그 변형을 돕는 것이다'는 내용과 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간극’과 ‘균열’을 내는 영화들, 영화와 비평에서, 또 우리 삶에서 간극과 균열을 내야 하는 것 아닐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의미 있는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좋은 질문을 하고, 삶에 균열을 내는 것이 우리의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들을 그대로 담아 본다.

  - 예술 작품을 만들었을 때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평가를 들었을 때, 그것이 시작과는 다른 이데올로기의 움직임 아닐까.

  - 공무원 조직의 정치적 중립이 가능한가. (내부 움직임은 다분히 정치적임에도 대외적인 이미지는 정치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중립의 의미는 또 무엇인지)

  - '이데올로기의 합치에 대한 질문의 부재'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구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영화의 비평이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우리에게 결국 영향을 준다. 이러한 평가 역시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하신 분들 덕분에 이야기가 정말 많이 풍부해짐을 느낀다. '감성적인' 느티나무님과 '예리하신' 참님, (그리고 아이가 아파서 이번엔 못 오신 유님까지). 영화는 역시 함께 보고, 뭐라뭐라 떠들어야 더 재미있는 장르이다.

다음 주에는 <토리노의 말>을 보기로 했다. 상영 시간이 길어 그때는 9시에 모인다.

   모두 다음 주에 건강하게 만나요 ~~ ^^

댓글 5
  • 2021-10-19 09:02

    ㅎㅎ역시 수수님 후기는 제 취향입니당^^

    (후기에도 취향이 있남. 네! 있습니닷!ㅋ~)

    다음에 볼 <토리노의 말>, 검색 후 저 쫄고  있어요ㅠ.ㅠ

  • 2021-10-19 09:12

    각자가 주제를 다 다르게 잡아도 될 것만 같은 영화였죠?ㅎㅎ

    토리노의 말이 기대됩니다~ 음하하하

  • 2021-10-19 09:23

    와~너무 너무 잘 읽었어요.

    텍스트와 함께 짚어주시니, 어려웠던 부분이 조금 이해가 가네요. 

    그런데, 수수님의  후기를 읽으니,, 담주 후기에 대한

    압박이 😅…

    영화속에서 보여준   “노동”에 대한 시선도 묵직한 울림이 있었어요.

    마침 , 에코세미나에서 <장인>을 읽고 있어서 그 부분도 많이 와닿았네요.

    좋은 영화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21-10-20 10:03

    영화 끝장면을 보고나니

    왠지 이 감독이 궁금해졌어요.

    매력적이네요.

    토요일 아침 눈을 뜨면 설레요.

    아침부터 영화를 보는 날이라서요.

    예리한 분석, 영화의 기술, 끝도없는 이야기... 

    밤에 보는 영화도 좋지만 

    아침부터 영화를 보고나면

    하루종일 영화 속에 사는 것 같습니다.

  • 2021-10-22 16:27

    요즘 낯선 영화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다다이 영화는 혼자서 보았네요요뒷자석에 내가 타고있는느낌 ㅋㅋ

    후기를 읽으니 함께 한 느낌이네요

    내일 함께 영화보고 이야기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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