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시즌 1, 인간세 후기/ 진정 소요유하는 느낌이란 이런 것?

잎사귀
2022-08-17 21:32
181

장자 읽기가 점점 즐겁다. 중국 고전 읽기는 처음인데 동양철학 10년 경력으로 짱짱한 내공을 지니신 분들이 많아 이야기의 배경도 듣고, 시대상황도 감잡고,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가이드 받으면서 큰 도움을 받고 있어 개인적으로 왠 횡재냐 하며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세미나 회원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세미나를 하면서 서로 얼마나 다르게 읽고 해석하고 글쓰기가 이루어지는지 매번 놀랍다. 이런 느낌은 나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그것이 장자 시즌 1 세미나를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며 장자에 한발 다가서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각자가 느끼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말하고, 피드백 받고, 내가 읽은 것과의 격차를 줄이기도 하고, 내 해석을 고집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마구마구 질문을 던진다. 한바탕 멋진 놀이에 빠져 유유자적 소풍을 다녀온 것 같은 이 느낌, 이것을 소요유라 말한다면 또 질문을 받으리라 ㅋㅋㅋ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 여울아님이 해석서보다 장자가 쓴 이야기 "장자"에 좀 더 집중해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다. 안동림의 장자와 더불어 세 권의 해석서를 읽으며 여울아님의 말씀이 자주 생각난다. 그리고 솔직히 어쩌고 저쩌고 한 해석서보다 "장자"이야기가 가장 재미나고 매력적이며 내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좋다. 그동안 남의 해석, 기준대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 장자는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의 몸과 마음이 자유롭길 간절히 요청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인간세' 세미나에서 모두의 메모에 나온 단어는 "심재(心齋)"였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듣는 상태를 "심재(心齋)"라고 한다. 그것이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인지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성찰이 녹아 있었다. 다른 음들이 어우러져 음악이 만들어지듯 그 순간 우리는 저마다의 음으로 "심재(心齋)"를 그려나갔다. 그것은 한순간에 잡히는 것이 아니다. 실체조차 분명치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로병사를 뿌리로 하는 생태적인 부자유, 인간세라는 환경적인 부자유 속에서도 기(氣)로 세상을 듣는 자유로운 상태, 심재의 상태에 닿기 위해, 알아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경험을 쌓으며 지금. 여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우주로써 말이다. 지금.여기를 자주자주 알아차리다 보면(윤슬님이 힌트를 주셨다) 내 마음의 방이 비어져 환한 빛이 스며들지도 모를 일이다. 또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어떠한가? 이렇듯 더불어 노닐며 자유를 그리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댓글 6
  • 2022-08-18 00:19

    ㅋㅋ 한자 없는 후기를 쓰겠다고 하시더니... 심재와 기는 도리가 없지요^^ 저도 세미나가 아주 재밌어 죽겠습니다~~

    • 2022-08-18 14:28

      ㅎㅎ 정말 도리가 없더라고요^^

  • 2022-08-18 11:10

    요즘 철학학교에서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읽고 있는데  넘 이해가 안되요. 물론 장자의 심재도 확실히  알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어렴풋이 그려볼 수는 있는데.....

    동양 문화권에서 살아서 그런지, 참고서도 후쿠나가나 왕보가 읽기 편해요. 엘린슨은 쫌....ㅎㅎ

    무엇보다 세미나 학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2022-08-19 11:48

      아이구 웃겨.. 맞습니다. 읽으면 이해되는 것이 얼마나 큰 복입니까!!! 

  • 2022-08-18 23:40

    내편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각 편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무척 논리적이구요. 그래서 의문은 생기지만 뭐라 반박하기가 어렵다는^^

    현실 속에 두 발을 뿌리내리고 살면서 그 현실과 적당한 거리를 두라는데,

    그 적당함에는 부득이함을 깨달아야 하고, 마음을 텅 비게 해야 하니 장자 읽기는 수행이네요.  

    • 2022-08-19 11:10

      인간세 첫 장의 우화, 안회와 공자의 문답을 보면서 위험에 자신을 처하게 하지 말라! 정도라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세미나 시작할 때 그렇게 말했지요? 그런데, 마지막 토용님의 메모를 읽으면서 아무래도 부득이함을 부득이함으로 받아들이기조차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 매일매일 불구덩이인 줄 알고 뛰어드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구요. 가령 장자세미나에서 해석서를 3권 읽는 것보다 2권 읽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을 알면서도 나머지 한 권을 떨구지 못하는 것 같은 거요... 가령 세미나를 3개 하는 것이 2개 하는 것보다 힘들 것을 알면서도 그 하나를 떨구지 못하는 욕망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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