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 3장 세번째 시간 후기

블랙커피
2022-06-09 00:35
156

지난 강독 시간에는 “내용과 표현의 관점에서 한 지층에서 다른 지층으로 갈 때 변하는 것”에 대해 읽어보았습니다.

이는 세 가지 거대 지층군의 유형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것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들/가는 3장 앞에서부터 주장했듯이 내용과 표현 간의 실재적 구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지층에서 다른 지층으로 갈 때 변하는 것은 이 실재적 구분의 본성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먼저 첫번째 거대 지층군인 물리/화학적 지층(또는 지질학적 지층, 결정체 지층)을 살펴보자면, 여기서 내용은 분자적이고 표현은 그램분자적((“결정체는 미시적 구조의 거시적 표현이다”)이란 것이 가장 특징적입니다.

이는 내용과 표현 사이의 차이가 크기나 등급의 질서의 차이라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특성은 매개 상태들의 수와 본성에 따라(겉지층), 그리고 표현을 형성하기 위해 외부적 힘들이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곁지층) 매우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들/가는 이러한 물리/화학적 지층군의 내용과 표현 사이의 실재적 구분은 형식적인 구분에 불구하다고 말하는데요(형식적-실재적 구분).

왜냐하면 두 형식들(내용과 표현의 형식들)은 하나의 동일한 사물, 하나의 동일한 지층화된 주체를 조성하거나 형성하기 때문이죠. 이 지층군의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내용으로서의 탄소분자와 표현으로서의 다이아몬드인데요.

내용인 탄소분자는 정이십면체라는 특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표현인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C가 4개의 C를 가지고 그물을 형성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탄소 형식과 다이아몬드의 형식은 다르지만, 두 형식은 하나의 동일한 사물을 형성하죠.

 

들/가는 다음으로 유기체 지층을 얘기하는데요. 유기체 지층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형태 발생의 측면이나, 세포 화학의 측면에서 보면 첫번째 지층군의 특징을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유기체는 유전을 통해서 형질의 재생산과 변이는 하는데, 이 유전의 측면이 첫 번째 지층군의 본성(특성)과 다릅니다. 유전의 측면에서 보면 분자적인 것의 두 부류인 단백질이 내용(의 형식)이 되고, 핵산(DNA,RNA)이 표현(의 형식)이 됩니다.

그리고 단백질의 요소인 아미노산이 내용의 실체를, 핵산의 요소인 뉴클리오티드(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닌(C), 우라실(U))가 내용의 실체를 이루고 있습니다.(DNA는 위 요소들 중 AGCT의 선형적인 연쇄체/ RNA는 AGCU의 선형적인 연쇄체)

이처럼 유기체의 유전의 측면에서 단백질과 핵산은 내용과 표현을 이루지만, 각각 별개의 지층을 이루고 있고(핵산은 핵 속에 있고, 단백질은 세포질 속에 있음), 표현은 내용에서 독립성(자율성)을 획득합니다.(실제적-실재적구분)

여기서 표현(핵산)이 면이나 입체이기를 그치고 선형, 일차원이라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 표현의 “일차원적인 선은 크기의 질서들과 무관하게 내용과 표현이 상호 독립해 있도록 보장”해주면서, 결론적으로 유기체를 결정체보다 더 탈영토화된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게 합니다.

첫번째 지층인 결정체는 3차원에 예속되어 있어(분자적 구조도 3차원) 다른 차원으로 변형할 수 없기에 재생산 기능이 없고, 단지 확장될 뿐입니다. 이러한 결정체 지층의 조직화와 변이의 특징을 들/가는 ‘유도’라고 하죠.

그러나 유기체 지층에서 표현의 선이 격리되어 있고, 그 선형적 구조가 3차원(아미노산)을 만들어 내는 변이기능을 가집니다.

이게 좀 복잡한데... 유전을 전달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DNA정보를 mRNA가 복사하는 과정(전사)이 있고, 이를 tRNA가 단백질로 바꾸는 과정(번역)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유전정보 코드를 RNA가 DNA로부터 탈영토화하고, 탈영토화한 정보를 통해 단백질을 재코드화하는 과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즉 AGC --> UCG  --> AGC 과정인데요.

          전사         번역

여기서 유의할 점은 전사나 번역 과정이 화학반응이 발생하는 과정이기에 잉여성을 이루는 상보적인 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코드의 잉여-가치, 코드 변환 형상, 또는 비 평행적 진화 현상)이라는 점인데....(이게 좀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ㅠㅠ)

암튼 이리하여 들/가는 유기체 지층의 조직화와 변이를 ‘변환’이라고 부릅니다.

 

세번째 지층군은 이종(異種)형성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여기서 내용은 외부 세계를 변양시키고, 표현은 언어학적인 것이 됩니다.

들/가는 이 지층군의 내용과 표현의 구분을 ‘본질적-실재적 구분’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이는 내용과 표현이 속성들 또는 범주들 사이의 구분처럼 본질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우선 들/가는 르루아-구르앙의 분석을 예로 들며 내용으로서의 도구-손, 표현으로서의 언어-안면을 얘기합니다. 먼저 내용인 손은 앞발의 탈영토화인데요. 이는 다른 기관(발)의 시너지적 탈영토화와 연결되어야 하고, 숲에서 스텝으로의 환경과 관련된 탈영토화도 연결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표현의 실체인 음성적 실체를 만들기 위해 후두, 입과 입술, 안면의 모든 운동성, 그리고 숲에서 스텝으로의 환경적 변화까지 연결되어야 합니다.

표현의 형식인 음성 기호도 탈영토화를 겪습니다.

음성 기호들은 시간적 선형성을 가지는데, 시간 속에서의 순차성의 형식적 조합, 즉 초-선형성(음고, 음색, 음조, 얼굴까지 결합하여 언어의 의미를 만들고, 이 모두는 동일한 시점에 발화됨)이 음성 기호들을 탈영토화합니다. 즉 언어의 초-선형성은 모든 선형적 덧(초)코드화를 구성하며, 이는 이 세번째 지층군의 조직화와 변이가 ‘번역’의 특성을 가지게 합니다.

여기서 ‘번역’은 다른 언어의 소여를 ‘재현’하는 일반적인 번역을 뛰어넘어, 다른 지층(결정체 지층, 유기체 지층)까지 언어적 질서로 표현할 수 있다는 환상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언어의 덧코드화 또는 초선형성이라는 특성은 언어 안에서 표현이 내용에 대해 독립적일 뿐 아니라 표현의 형식이 실체들에 대해서도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얘기해주는데요.(유기체 지층에서 뉴클리오티드(표현의 실체)는 핵산(표현의 형식) 안에 있음)

여기서 들/가는 세번째 지층군의 내용과 표현을 기술이라는 내용과 기호 또는 상징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말합니다. 즉 내용은 손과 도구일 뿐 아니라 권력 구성체를 이루는 기술적-사회적 기계이기도 하며, 표현은 안면과 언어들일 뿐 아니라 이것들에 앞서서 존재하는 기호체제를 이루는 기호적-집단적 기계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들/가가 내용을 도구를 넘어서고 도구를 존재하게 하는 것으로, 표현을 언어를 넘어서고 언어를 존재하게 하는 것으로 까지 확장해서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인지 들/가는 이 세번째 지층에서 <기계들>과 기계들을 낳은 추상기계의 두 상태(통합태와 평면태)를 얘기합니다.

 

들/가는 이렇게 내용과 표현의 관계, 그것들의 실재적 구분, 그리고 지층들의 주요 유형에 따른 이 관계들과 이 구분들의 변주를 아주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들/가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지층들의 유형에 따른 내용과 표현의 구분의 변주를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다음 강독 시간에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암튼 우린 지금까지의 내용들을 쫓아오느라 챌린저처럼 탈영토화까지는 못되었어도, 적어도 너덜너덜하게 되어버렸다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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