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2회차 후기

기린
2022-05-25 08:16
218

<아무튼감정> 이번 세미나책 제목은 좀 혹하다.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이 질문에 대해 속 시원한 해답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책은 읽어갈수록 변죽만 울리는 거 아닌가 싶은 의심도 들었다. <사랑은 왜 아픈가> <감정노동>처럼 조목조목 논증을 들어서 설득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책에 너무 빠졌더랬나?

 

이번 주 세미나에서 노동 세계의 역사적 변화를 훑어본 다음,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노동 사회의 변화를 밝히고 있다.

 

시간과 성과의 압박, 장시간의 통근을 포함한 직업상의 잦은 이동, 수당 없는 연장근무, 직장 내 연대감 해체와 개인주의화, 업무 시간 외에도 항상 연락 가능한 상태, 일과 삶의 불균형 및 경계 붕괴, 심신 회복 욕구 무시, 일상의 빈곤화 등에 몸과 마음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146)

 

이러한 노동 환경의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연 상태에 사는 동물들에게만 유효한 ‘멀티태스킹’을 탑재해야 한다. 오늘날 작업 환경에 던져진 엄청난 양의 자극, 정보, 충동을 감당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만하고 광범위하며 피상적인 집중력”에 치우치게 된다. 그 결과 기존의 스트레스에 또 다른 스트레스가 더 추가 되었는데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불안-스트레스체계)다. 이 체계가 심화되면 번아웃이나 우울증의 위협이 더 커진다.

 

이러한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일과 삶의 균형’이다. 균형을 위해 거리두기가 필요한데, 거리두기 능력이란 ‘스위치를 잘 꺼둘 수 있는’ 능력이다. 업무 시간이 아닐 때 머리를 비워 다른 것에 몰두하는 능력 말이다.

 

일을 하면서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 주변에서 공감을 얻고 인정도 받게 되면 일을 계속하고 싶은 욕구는 물론 그로 인한 기쁨도 느낀다는 오래된 이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결국 ‘균형감각’ 이라니 아무래도 힘이 좀 빠지긴 했다. 동시에 그것 빼고 또 무엇이 있겠냐 싶다. 진단은 가능한데... 처방이 오리무중이랄까. 그런 기분으로 세미나가 끝났다. 그래도 저자가 마지막까지 견지한 지점은 여전히 중요하다.

 

실제로 여러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노동의 적’은 게으름이 아니다. 노동의 실제적인 적은 일하는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고, 인간이 의미를 상실한 채 일하고, 비안간적인 강압에 처하고, 낮은 임금을 받거나 영혼이 없는 기계가 되어가는 상황이다.(228)

댓글 2
  • 2022-05-25 10:10

    아는 것 많은 교장선생님이 쓴 책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우울증과 번아웃을 구분해주고, 역사를 통들어 현대인의 멀티태스킹,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 이르는 과정을 정리해주어서 의미 있었어요.  결국엔  일과 삶 간의 균형이라는 교과서에 나올법한 이상적인 대안도 다시 상기해주고요 ㅋㅋ  마지막 발췌 해주신 문장이 가장 인상적이에요! 

  • 2022-05-25 11:24

    감정노동과 번아웃에서는 일을, 데이트앱에서는 연애를, 다루고보니 일과 연애가 인간사에서 중요한 계기란 생각이 들고, 두 계기 모두 현재 곤궁한 상태에 몰려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해방과 추앙이 어필되는 이유가 설명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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