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철학 시즌2 <국가> 6회차 후기

도라지
2022-07-15 01:36
326

 

국가 5권에서 플라톤의 이상 국가는 세개의 파도를 넘어야만 했다. 1파도는 남녀평등, 2파도는 가족의 공유, 3파도는 철인통치라는 파도였다. 세개의 파도가 다 만만치 않았지만. 

2파도를 잠깐 보자. 특히 자녀 양육에 관한 구상은 마블 유니버스의 빌런중 빌런인 타노스보다 더 지독했다. 타노스는 전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그 별에 사는 종족의 절반을 절멸시키는데,  누구는 죽이네 살리네가 아니라 그냥 무작위로 반을 날려버린다. 그런데 플라톤은 아주 계획적이다. 똘똘하고 쓸만할 아이만 남기고 아닌 아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싸~악~. 하지만 열받진 말자. 플라톤은 뒷목 잡을 독자들을 위하여 밑밥을 깔았다. 

그저 몽상가처럼, 가능성의 여부는 뒤로 미루고 그냥 고찰만 해보고 싶다고(458b) 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뭐 이렇게까지 이상국가에 사랑도 정도 없어야만 했던가!  싶다가도.  한편으론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2500년 전 그리스를 유추할 수 있어진다. 정치, 법, 교육, 예절, 남녀관계, 자녀양육 등등 이미 '도'가 사라진 세상이었을 것이라고...

 

플라톤은 세개의 파도중에 가장 크고 위협적인 파도는 세번째 파도라고 말한다.

 

"철인들이 국왕이 되거나, 아니면 지금 국왕 또는 치자라 불리는 자들이 진정한 철인이 되기 전에는...그러기 전에는 우리가 방금 논의한 정체가 실현되거나 햇빛을 볼 가능성이 전혀 없네."(473d)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이란 '철학을 하면서도 국가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473c)을 뜻하는데, 그들은 '학문을 진심으로 음미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불리어 마땅한 사람'(475c)들이다. 아! 호학자들 되시겠다.

플라톤이 말하고 있는 '진정한 철학자'가 어떤 사람들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책에서 찾자면 그들은 '진리를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475e),   '아름다운 것 자체의 본성을 보고 좋아하는'(476b) 깨어있는 사람들이다.

 

정군쌤이 수업 끝나고 남기신 뒤끝 톡은 플라톤이 말하는 '지식'이 자연과학적인 지식과 같은가 다른가 하는 점에 관해서였다. 질문의 뉘앙스로 찍어보자면 답은 (완전히 다르지는 않지만) 다르다에 가까울 것 같다.
플라톤은 5권 말미에 지식-의견-무지를 설명하면서 지식은 오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477e) 여기에서 힌트 삼아 생각해보면 지식은 이데아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과학적인 지식은 오류의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래서 이게 '현대적 삶의 방식'과 연관되어서도 몹시 중요한 문제입니다"라고 했던 정군쌤의 말은 아직 이해 못하겠는 걸로 보아... 나는 현대적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은 것인가? ㅎㅎ(이 문제는 철학공부를 계속 이어가야 풀릴 것 같은데 말이죠;;;)

 

5권이 읽기엔 힘들었지만, 이제 내용은 점점 더 흥미진진!  6권부터는 심지어 기대도 되네요. 

관건은 체력인데... 평일 밤 세미나가 만만한 일이 아니었어요. 저녁밥 잘먹어야겠어요!^^

 

(토토로쌤이 요구한 디테일은 없었지만, 정군쌤이 당부한 세미나의 온기는  잃지 않았기를...)

댓글 2
  • 2022-07-15 09:25

    세미나의 온기는 토요일까진 남아있습니다 ㅎㅎ

    제가 '뒤끝톡'에 남기면서 '현대적 삶' 운운 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과학으로 다 설명할 수 있다' 또는 '결국엔 과학이 해결해 줄거다' 요런 입장과 '아니다. 과학과는 다른 또는 과학 너머의 진리가 있다'라는 입장 중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우리 삶('현대적 삶')의 태도가 꽤나 다른 색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한 이야기이옵니다. 이건 다시 말해 '삶'이 제기하는 문제들이 다만 '합리'에 의거해 해결 가능한가하는 물음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죠. 제가 읽기에 플라톤의 진리는 합리적인데, 그것을 포함하여 더 큰 범위를 커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아니면 그렇게 읽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ㅎㅎㅎ) 차라리 이건 뭔가, 이치에 합당한 것이지만 다 알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도道 같달까요. 오히려 다 밝혀지면 도道가 아닌 것처럼 말이죠.

     

     

  • 2022-07-15 13:46

    저녁밥 너무 잘먹으면 잠이 올수도..

    걍 커피 한사발 때려넣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세미나인건 확실합니다.

    (나름 디테일하고. 잘 읽히는 후기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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