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철학 에피쿠로스<쾌락> 두번째 시간 후기

서삼풍
2022-03-17 07:41
264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멋지지 않나요?  

철학책들을 읽다보면 당췌 무슨 말인지가 모르겠다가 83%, 나도 좀 이해된게 있다 2%,  요약 정리는 못하겠다만 대충은 알아들은거 같다 15% (요 안에 '와아! 이거 정말 좋은 표현이다. 밑줄 쫘악! 5%' 포함) 정도 인거 같습니다. 

가끔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밑줄 팍팍 그어놓았는데 전혀 다른 뜻이라는 걸 알고 쩝쩝~ 거린 적도 있지만^^ 그래도 철학책 읽기를 멈추는 건 안되는 거 같습니다. 맨날 감성만 쓰다가 이성이 쓰이는 그 순간의 쾌락은! 

저는 이 문장을 처음 발견하고는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한창 죽음이 무섭다는 아들에게 저 글을 읽어주었던 기억도 덩달아 나는군요. 녀석의 심드렁한 얼굴과 함께 “어느 철학자야 이젠?”

 

혼자서는 읽을 수 없을 거 같아 참석하게 된 낭독 철학 시간은 이전까지는 다른 철학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네요. 

저에게 낭독시간은 '떨림과 울림'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네~ 김상욱교수님의 책 제목입니다^^)

서로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떨림에, 서로의  울림으로 응대하는 그런 묘한 감동이 있습니다.

'주파수가 맞는다' 란 느낌. 파동이 맞았다!

생각보다, 기대했던 것 보다 좋구나 란 생각을 합니다. 

낭독이 끝낸 후, 서로의 생각과 질문을 나누는 시간도 즐겁습니다.

서로의 울림을 확인한다고나 할까요.

 

죽음에 대해 저런 쿨한 답변을 하여 저에게 울림과 파동을 느끼게 한 에피쿠로스가 이번 주에 저희에게 들려준 것은 이렇게 정리가 되더군요.  

‘행복을 얻으려면 현상들의 진정한 원인/본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들을 획득하라.  (비록 이런 종류의 지식이 행복에 기여하는 바가 없을지라도)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무지에 의해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니, 보편적이고 가장 중요한 원리들을 획득함으로 인해서 마침내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마음의 평안을 얻으리라.’ 

 

 

안 적으면 서운할지도 모를 인용문들입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들(신의 본성과  천체 현상이 신에 의해 생겨나지 않았다는 사실)의 원인을 정확히 발견하는 것이 자연학의 역할이며, 행복은 천체 현상의 본성에 대해 관찰하고 이런 목적을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획득하는데 있다고 믿어야 한다. (84쪽)

 

하지만 우리가 개별 원인에 대해 상세하게 탐구할 경우, 천체가 뜨고 지는 현상과, 일식과 월식, 그리고 회귀선과 이런 종류의 현상들에 대한 지식은 인간의 행복 –우리가 현상들을 앎으로 인해서 얻게 되는-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중략) 어쩌면 상세한 지식을 가지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더 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세부적인 것들을 알고서 놀라게 되지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으며, 천체 현상들이 최고의 원인에 의해 결정됨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84-85쪽)

 

사람들이 분명한 개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는 마음 상태에 의해서 그러한 두려움을 가지기 때문에, 만약 사람들의 고통에 한계를 그어주지 못한다면, 판단에 의해서 이런 믿음에 도달했을 때와 같거나 아니면 더 큰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평안은 이 모든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며, 보편적이고 가장 중요한 원리들을 계속 기억함을 뜻한다. (87쪽)

 

판단의 각 기준 (느낌, 감각, 일반개념, 포착된 영상)에 따라 주어진 모든 분명한 증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런 것들을 연구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속에 근심과 두려움이 생기는 원인을 올바르게 추적할 것이고, 천체 현상과 때때로 발생하는 다른 현상들의 진정한 원인을 앎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87쪽)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성됨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생겨나는 일들과 모순되지 않는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중략) 또한 세상의 한계는 원형일 수도 있고 삼각형 일수도 있으며 다른 어떤 모양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세상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세상의 한계를 인식할 수 없으므로 어떤 현상도 세상의 모습을 반증하지 않으며, 따라서 앞서 열거한 세상의 양상들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92쪽)

 

다만 이때 우리는 어떤 것이 관찰 가능하고 어떤 것이 관찰 불가능한지 고려하지 않고 관찰 불가능한 것까지 관찰하려고 하면서, 하나의 설명 방식에 매혹되어 다른 설명 방식들을 근거 없이 제외시켜서는 안된다.(97쪽)

댓글 3
  • 2022-03-17 16:55

    철알못들을 위한 초저담보 세미나!!! 

    이 말이 정말 딱 맞아떨어지는 세미나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 웃습니다. 

     

    튜터님은 에피쿠로스를 정녕 한번만 읽을 것이냐? 라고 묻지만... 저는 그럴 수도 있지...하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쾌락>을 읽고 있는 그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도 들지 않고 두려움도 없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저는 이 짧은 시간이 아타락시아...라고 생각합니다. 

     

  • 2022-03-17 17:26

    지난 시간 초저담보 세미나가 아니라고 항변했으나,
    어제 2개의 세미나를 오전과 저녁에 한 후 맞습니다. 초저담보 세미나^^
    앞으로는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읽고 듣겠습니다.

  • 2022-03-18 19:00

    '초저금리무담보'가 맞습니다만, 뭐 중요한게 아니죠 ㅎㅎ
    제가 이렇게 엷은 책인데 뭐 열번 정도 읽을 수 있는거 아니냐고 했던건 농담입니다. 진짜 농담이에요 ㅎㅎㅎ 진짜로 농담이랍니다. 정말 그래요. 농담이라고요. ㅎㅎㅎ 몇번 더하면 농담이 아닌게 될텐데, 농담입니다...?

    저어어기 철학학교 후기 댓글에도 썼지만, 저는 항상 '이해'와 싸우는 편입니다. 솔직히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읽기'의 목표는 언제나 어느 때고 (읽기)이전과는 다른 리듬으로 이동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그건 '낭독-하는 사람'의 리듬으로의 이전이 될 수도 있고, '철학-하는 사람'이라는 리듬을 나의 삶에 불러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필사-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쾌락-열 번 읽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네요 ㅎㅎㅎ. 여하튼 '이해'는 그저 새-리듬을 타면서 얻어지는 부수효과일 뿐이 아닐까요. '이해'가 목표가 되면 우리는 결코 '앎과 실천'의 폐쇄회로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될 겁니다. 거기서 '실천'은 늘 부족한 것이 되고요.

    그러니까, '반복'하면 뭐든 간에 바뀌기 시작한다---하는 마음으로 읽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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