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학교] 논어 15회차 - 충서와 반성, 효의 대명사 증삼

곰곰
2022-06-26 21:31
269

지난 시간에 이어 자하와 자장, 그리고 증자를 공부했다. 자하, 자장, 자유부터 헷갈리기 시작한다고 하자, 친절한 진달래샘께서 한번 더 정리해주셨다.

 

공자의 제자는 크게

1) 1기 제자: 자로 & 2기 제자: 안회 자공 염구 재여를 묶어 한 그룹으로,

2) 3기 제자: 자하 자장 자유 증자를 묶어 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1)그룹은 정치적으로 출세한 제자들로 대신급 지위를 가짐으로써 스승인 공자가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공자의 이상향과 제자들의 현실은 자주 부딪혔고 그래서 그들간의 티키타카가 관전 포인트. 2)그룹은 공자와 나이차가 45살쯤 정도로 꽤 많이 난다. 그래서 스승 공자의 말을 잘 따랐고 부딪힐 일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은 출사보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자하는 위나라, 자장은 진나라, 자유는 오나라, 증자는 노나라 사람으로 각각의 출신도 다르며 나중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학파를 형성하였다.  

 

 

그럼, 이제 새로운 3기 제자 증자에 대해 알아보자. 

증자로 알려진 증삼(曾參)은 노나라 사람으로, 자는 자여(子與)이고 공자보다 46살 어리다. 아버지 증점과 아들 증원도 공자의 제자였다니 3대가 모두 공자학단에 있었던 유일한 집안이다. 

 

4-15. 공자께서 말씀하셨다.(子曰)

“삼아! 나의 도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參乎! 吾道一以貫之)

증자가 ‘네’하고 대답했다. (曾子曰: “唯!")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공자의 말에, 증삼은 무엇인가 안다는 듯 순순히 대답한다. 아리송한 공자의 말에 답하는 증삼도 참 신기하다. 선문답 같은 대화가 끝나고 공자가 자리를 비우자, 다른 제자들이 그 뜻을 물었다. “선생님의 도는 충과 서일 뿐이다. (夫子之道, 忠恕而已矣)" 증삼은 충서야말로 공자가 말한 ‘일이관지’라고 생각했다. 다른 제자들은 어리둥절해하며 공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증삼 혼자 공자의 말을 알아들었다. 대단한 증삼!

 

<논어>에서 공자 이외에 ‘자(子)’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사람이 둘 있다. 유약과 증삼. 이들은 각자 유자와 증자라 불렸다. 다른 제자들은 그냥 이름을 쓰거나 자를 사용했는데, 두 사람만 다른 이유는 아마 이 둘의 제자들이 <논어>를 편집했기 때문일 것이라 한다. 또 전해지는 바로는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자들은 스승 공자를 대신할 사람을 정하려 했고 이때 유약이 뽑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른 것도 아니고, 유약의 외모가 공자와 가장 비슷했기 때문. 그런데 증삼이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스승의 자리에서 물러나시요. 당신은 그곳에 앉아 있을만한 인물이 못 됩니다." (중니제자열전)

 

공자는 일찍이 증삼을 두고 ‘魯’(노둔하다, 미련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결같이 우직한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고 했는데, 증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증삼이 얼마나 스승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따르려고 했는지 드러나는 구절이 있다. 

 

1-4. 증자가 말했다.(曾子曰)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나를 되돌아본다.(吾日三省吾身)

다른 사람을 위하여 일을 도모하는 데 성의를 다했는가?(爲人謀而不忠乎?)

친구와 사귈 때 신의가 있었는가?(與朋友交而不信乎?)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가?” (傳不習乎?”)

 

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증삼은 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했다. 그는 꿋꿋하고 성실한 사람, 원칙주의적 사람이었음이 틀림없다. 

 

증삼은 ‘효’의 대명사라 한다. 그는 <효경>의 저자로 알려져 있고 <논어>에서도 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19-17. 증자가 말했다. "내가 선생님께 들었다. (: "子)

'사람들이 평소에는 스스로 정성을 다하지 않을지라도

부모의 상례에는 반드시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하셨다"(, !) 

19-18. 증자가 말했다. "내가 선생님께 들었다. (: "子)

'맹장자의 효 가운데 다른 일은 할 수 있지만, (, 也)

아버지의 신하와 정책을 바꾸지 않는 것, 이것은 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 )

 

더욱이 그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나보다. 아래 구절까지 보니 증삼은 꽤나 피곤하게 살았던 사람인 것 같아 짠-해진다. 

 

8-3. 증자가 병에 걸리자(曾子有疾), 문하의 제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말했다.(召門弟子曰)

“이불을 걷고 내 발을 보아라! (啓予足)내 손을 보아라!(啓予手)

<시경>에 이르기를(『詩』云) ‘전전긍긍하여 깊은 연못가에 선 듯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한다’고 했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이제야 나는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났음을 알겠구나! 제자들아!(而今而後!, 小子!)” 

 

증삼이 손과 발을 보라고 한 것은 자신의 신체가 상하지 않았는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효경>에 나오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이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몸을 감히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효의 시작이라 믿었다. 증삼은 효를 다하기 위해 마치 깊은 못가에 있는 듯, 살얼음을 밟듯 그렇게 살았고, 세상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이런 삶을 벗어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고백이다. 평생토록 자신을 돌아보며 전전긍긍 살아온 증삼. 이것이 바로 증삼을 증자로 만든 힘이지 싶다.

 

이런 대단한 증삼이건만, 그도 구설수에 오른 일이 있었으니....

증자가 노나라 무성에 살고 있을 때 월나라가 쳐들어왔다. 어떤 이가 증자에게 “왜 피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증자는 “내 집에 사람들을 재우되 마당의 나무를 상하게 하지 못하게 하거라”고 했고 적이 물러가자 “내 집 담장과 지붕을 수리해 놓아라. 내가 장차 돌아갈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앞서 본 증삼의 행동들과도 잘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한데...여튼 결코 좋은 행동이라 보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제사를 지내는 데 올릴 나물을 잘못 삶았다고 아내를 내친 후,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한다. 증삼이 그렇게 극진하게 부모를 봉양할 때 술과 고기, 밥을 스스로 준비했을 리 만무한데 그런 아내를 나물을 잘못 삶았다고 내친 것은 너무 야박했던 것 아닌가! 물론 둘 사이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러한 얘기로 비추어 볼때 증삼은 비겁하고 소심한 행동으로 조롱받기도 했나 보다.

 

  

댓글 2
  • 2022-06-28 16:33

    다들 에세이를 쓰시느라 바쁘신가보군요.^^

    저는 증자에 별로 감흥이 없어서,,,, 김시천샘의 글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충서, 반성이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반성이라는 말이 참 매력이 없어요. 요즘에는 

    그럼에도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힘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2022-06-29 22:18

    앗! 곰곰쌤 에세이 주제를  '효'로 잡았다고 하시더니.

    저희가 곰곰쌤에게 후기를 양보한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하하하!

     

    다음학기에는 저도 곰곰쌤처럼 꼼꼼하고 친절한 후기를 써보도록 노력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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