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자로 2회차 후기

토토로
2022-05-03 10:46
279

<논어>로 알아보는 자로 2회차 입니다. 

지난 후기에서 곰곰샘이 자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정리해주었습니다. 자로를 더 분석하기엔 겹치는 부분이 많군요. 그래서 자로와 공자의 대화를 통해서,  공자의 정치 이상과 좌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정리해 보겠습니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 시대에 전통 귀족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계급층이 성장하였는데, 바로 지식인들이다. 제후나 대부들은 지식인들에게 치국의 조언을 구하고자 하였다. 이에 공자는 오랜 세월을 떠돌며 자신의 정치 이상을 실현시켜줄 군주를  찾아 다녔다. 자신이 태어난 노나라에서는 정치이상을 실현시키기 힘들다고 판단한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만 13년의 시간 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그 기간을 일컬어 '주유천하(주유열국)'이라 한다. 제후들은 명망 높은 공자를 모셔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그를 높이 등용시키지는 않았다. 공자의 정치제안은꽤 이상적이고 혁신적인면이 있어서 따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공자는 여러 번 좌절했다. 결국 공자는 다시 노나라로 돌아와 일종의 학교를 만들어 제자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교육자로서의 면모를 발휘한다.  공자의 2기, 3기 제자들은 관료로 많이 진출하였다. 

 

공자가 꿈 꾼 정치

자로는 공자에게 위나라 임금이 스승님을 대우하여 정치를 한다면, 장차 무엇을 먼저 하겠냐고 질문하였다.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대답하였다.(必也正名乎) 자로는 스승 공자를 참 현실에 어둡다고 생각했다. 이름을 바로잡겠다니! 이에 공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법이다.(君子於其所不知)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名不正 則言不順),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나라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言不順 則事不成), 나라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흥하지 못한다(事不成 則禮樂不興). 예악이 흥하지 못하면 형벌이 적중하지 않고(樂不興 則刑罰不中), 형벌이 적중하지 않으면, 백성이 손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른다(刑罰不中 則民無所조手足). 그러니 군자는 이름을 바로 잡으면 반드시 그에 대해 말 할수 있고(故君子名之必可言也), 말을 하면 반드시 실천을 할 수 있다(言之必可行也). 군자는 그 말에 대해 구차함이 없어야 한다(君子於其言 無所苟而已矣).”(13-3)

 

정명(正名)이란 자신의 위치, 신분, 역활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라는 유학의 유명한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자가 정명을 중히 여긴 것은 그 시대가 하극상이 많이 벌어지는 혼란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정치 혼란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국가가 많았고, 왕이 수시로 교체되었다. 대부와 가신들의 반란이자주 일어났다. 그런 지배층의 혼란은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전이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자는 자신의 역할에 걸맞는 정명을 강조함으로써 보편적 정치·사회 질서의 확립, 평천하 되는 것을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분제 사회에서 자신의 신분에 따라오는 책임과 의무를 다함으로 그 사회의 안정을 이루고자 한 것으로 느껴진다.

 

 

공자의 좌절(?)

그러나 공자의 정치적 이상은 지배층에게 수용되질 못했다.  그 사실을 알수 있는 글이 있다

 

자로가 석문에서 묵게 되었는데 문지기가 물었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공씨 집에서 옵니다”라는 자로의 답에 문지기는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해보려고 하는 사람 말입니까(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라고 되물었다. 그 시절 공자에 대한 평이다. (14-41)

 

공자를 써주지도 않으면서 임금들부터  반란을 일을 킨 가신들까지도 그를 만나길 원했다.  계씨의 가신이었는데 반란을 일으킨 공산불요, 진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킨 필힐이 그랬다. 스승이 이런 자들까지 만나려고 하자 자존심이 상했던 자로는 만남을 반대 하기도 했다. 

공자는 “나를 부르는 사람이 어찌 공연히 불렀겠는가. 만약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나라를 동쪽의 주나라로 만들 것이다.(夫召我者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라는 말로 자로의 반대에 일갈했다. 누구든 만나, 이상적 지도자로 만들고자 하는 공자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결국 그는 쓰임을 받지 못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해보려고 하는 사람!

이 표현에 유난히 마음이 쓰였다. 나도 이런 사람 꽤 봤다. 책과 문탁에서, 영화에서, 혹은 거리에서.. 당시에는 안되는 일에 모든것을 건 바보들 같아 보이는데,  긴 시간의 흐름에서 보자면  뭔가를 만들어 내는 위대한 사람들이었다.(뜬금없이 지난 주에 본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가 떠오른다^^) 공자 사후 2500년이 지났다. 공자의 정치 이상이 구현되었다고 아직은 말하기 힘들다. 허나 이상에 아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마지막으로 '군자'를 묻는 자로의 질문에  공자의 대답으로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군자는 공경으로써 자신을 수양하고(修己以敬), 자신을 수양하여 사람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修己而安人)(14-45)”

 

댓글 3
  • 2022-05-03 22:27

    사서학교 후기를 읽을때마다 정말 깜짝 놀랍니다. 

    너무나 다들 훌륭하게 쓰셔서요^^

    논어를 처음 읽으시는 분들 맞나요? 진정? 

    훌륭한 선생과 동학들께 박수를!! 

  • 2022-05-17 22:19

    <중용>에 '誠은 하늘의 도이고 , 誠 하는 것은 사람의 도(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이 말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해보려고 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공자'가 답답해 보였는데 말입니다. 

  • 2022-05-18 23:03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긴 한데...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염미정이 구씨에게 "거칠지만 투명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았어요. 그런데 거기서 왜 저는 자로가 생각나는 건지요? ㅋ

    지난 시간 셈나 시간에 안경도 없고 필기도 못해 고군분투(?) 하셨다지만 후기는 잘 살려주신 토토로샘. 늦었지만,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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