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욜엔 양생> 13회차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후기

그믐
2022-06-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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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표지와 제목에  '위로를 받는 느낌, 뽀송뽀송한 느낌'이 있다

   는 초희의 말에 따라 사진으로 함 올려본다. 

    그럼에도 초희는 김영민 선생님의 말투가 맘에 들지 않고 전체적

    으로 약간 시크하고 시니컬한 느낌이 있어서 김시천 선생님 책부

    터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은영님도 김시천 선생님 책은 본인이 해

   석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 같은 책이라며, 김시천 선생님 책을

   pick 했다. 김시천  선생님의 책은 공자의 제자들을 주인공으로 놓

   고 풀어놓아 여러 다양한 시선으로 논어를 볼 수 있 는 도움을 받

   았다면, 공자로 이야기를 풀어간 이번 책은 읽을수록 어려워진다.

 

김영민은 그 첫 문장에서 고전읽기의 경계지점은 고전을 '만병통치약'으로 팔고 있는 약장수라고 선언한다.  지난 시간 초희의 질문이었던, '<논어>가 고전인가요?' 가 다시 상기되었다. 어쩌면 김영민 선생님이 좋아할만한 질문을 했는데, 정작 본인은 시니컬하다고....

<논어>의 내용을 살아있는 고전의 지혜라고 부르는 것은 <논어>와 우리 사이에 놓여있는 오랜 시간과 맥락의 간극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논어>는 2,500년 전에 나온 그 시대에 맞는 책이었고, 지금은 또 지금의 콘텍스트에 맞게 해석이 되고 변주가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런가 ? 선생님은 일상의 모든 경우를 다 이 논어에 접목시켜 해석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아마 동양정치학 교수님이셔서, 일상이 <논어>의 현대판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읽었을 땐 - 지난 세미나 시간엔 처음 읽었을 때였다 - '이런 사족같은 유머코드는 강의나 대화에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거나, 글을 재미있게 쓰는 작가라는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게 것이지 이걸 글로 풀어놓으니 어렵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맞는 경우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송편논쟁,  맛없는 식당,  실연의 기술,  졸업식 사진찍기 등의 이야기들은 한 마디로 "얘 뭐래니 ?" 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이런 비유들은 모두 <논어> 를 지금의 콘텍스트에 맞게 해석해 보려고 하는 선생님의 고투인 것 같다. 튜터는 이걸 김영민 선생님의 필법이라고, 선생님의 논지를 쭉 따라가면서 읽어내야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선생님의 필법을 따라가면서 한 꼭지 같이 읽었다. 은영님이 꽂힌 '無爲'를. 

 

자로편 "자신이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질 것이고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는 무위의 상태가 규범적으로 바람직한 상태임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무위는 어떠한 상태인가, 명령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세계, 주문하지 않아도 치킨이 배달되는 세계라거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날씬해지는 세계 이런 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사형통한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사형통하는 것인가. 이 부분에서 물었다. '아니 이런 걸 무위라고 하는 거에욧?' '장자의 무위를 봐라. 맞다고요...' <논어>의 구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명령이 행해진 것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바른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즉 군주의 덕을 필요로 한다. 덕이 있는 군주는 남쪽을 가만히 바라봐주면 된다.  공자의 이상국가는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덕을, 바람직한 성정을 기를 수 있는 공동체, '작은 국가' 였다. 그리고  <논어>엔 관료적인 지시나 행동을 권하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은 군주가 무위를 하려면 관료제(좋은 인재가 있어야)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되어 갔다. 이건 논어의 아이러니라는데, 정약용이나 조선의 성리학이 그렇게 흘러간 것들도 그 예이다.  현군 밑에 현신이 있지, 악군 밑에 현신이 있겠나 ? 하는..

갑자기 장기하의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가 계속 맴돈다. 

 

<논어>에는 첫 페이지에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더니, 나중에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며 탄식하고, 도가 행해지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순이 장착되어 있다. 김영민 선생은 이러한 모순을 드러내 밝히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 인간 공자에 대해 고군분투라는 표현과 함께 아낌없는 애정을 표현한다.   

 

초희의 pick 인 제목은 기린의 마지막 메모 부분에서 짚어주었다.  '고전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 텍스트 정밀 독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훈련된 감수성을 지닌 독해자를 만나 그와 더불어 상당 기간 동안 함께 텍스트를 읽어나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수성을 열고 단련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일욜에 모였다.

 

낮에 회사에 있을 때 화장실로 걸음을 향하며 혼잣말을 한다.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어...아유 지쳐...'  어디서 좀 들어본 말이라 쉽게 내뱉게 된다. ㅋㅋ (옛날 노래에도 나오지 아마~)

댓글 3
  • 2022-06-17 12:02

    장기하의  노래에  빵터졌습니다.  공자의  무위가 그렇게  쉽게  다가올수록 있다니. . ㅎ ㅎ  넘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공부해야  할듯 하네요^~^

  • 2022-06-17 14:10

    이 노래?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그러게 말입니다~~~ 문지기도 그랬죠? 아~~ 그 안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 

    공자님은 이렇게 대답할 지도 ~~ 그럼.... 뭐 다른 거 할 것 있냐?  ㅋㅋㅋㅋ

     

  • 2022-06-19 01:31

    김영민 선생님의 다른 관점으로 논어 읽기를 우리에게 제안하고 싶었던 것 같았어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대한 선입견 혹은 자유롭지 못한 관념을 논어를 통해 알아 가보자 하는 것 같았어요

    분명 우리가 접한 세분의 언어는 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는 생각... 논어로 이해 하기엔 지식이 참 짧다는 자괴감도 일었던 것 같습니다.

    내일 뵙...아니네요 오늘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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