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밀한 세미나 에세이 데이 후기

우현
2022-04-09 18:41
213

 

 

 드디어 에세이 데이를 마무리로 농밀한 세미나가 끝이 났습니다. 세미나가 끝날 때면 항상 후련하고 좋았지만, 이번엔 특히 더 인상이 깊네요. 그만큼 세미나원들 모두가 글 쓰느라 고생했고, 다행히도 잘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분명 후기는 다른 사람 시키야지 생각했는데 기분이 좋아서 제가 쓰겠다고 외쳐버렸어요ㅎ

 

 섹슈얼리티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조금 추상적이었어요. 섹스라는 행위와 성욕을 둘러싼 강한 호기심은 존재했지만, 그것의 디테일은 잘 알지 못했거든요. 기획단계에서 ‘파트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은밀한 방법!’ 같은 게 아닌 방식으로 성욕을 탐구한다는 건 무엇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그 디테일은 페미니즘이 제시해주었죠. 지금 와서 소제목을 달자면 ‘규범적이지 않은 섹슈얼리티의 탐구’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나아가 보자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였을까요? 저와 만복의 에세이는 굉장히 비슷한 내용이었어요. 전형적인 남성성에서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페미니즘 담론에 쉽게 끼지 못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동의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형적인 여성을 욕망하는 자신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드러났죠. 그러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는 다른 성에 비해 ‘남성 섹슈얼리티’는 덜 연구되고 있다는 논지까지 이어져갔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젠더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정군님과 요요샘이 ‘전형적인 남성’을 벗어나는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맥락으로 지적을 해주셨어요. 정군님은 자신이 대학생 시절에 하던 고민과 거의 같은 구도를 반복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우리의 에이스 경덕님은 그런 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주셨죠. 전형적인 성관계와 성욕에 흥미가 없어진 자신을 감염시킨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야기를 써 주셨는데요, 단순히 면역세포와의 전쟁이 아닌, 전혀 다른 세포들과 교감을 나누는 듯한 경험을 하셨다고 해요. 고통스럽지만, 그 속에서 쾌감을 발견하기도 하는....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미생물과 식물, 동물들과 인간의 교감을 이야기한 다양한 저자들을 소환합니다. 경덕님이 최근에 참여하셨던 퀴어링 세미나와 식물 세미나에서의 맥락을 적극적으로 연결하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최초의 섹스는 세포들이 먹고 먹히는 과정 속에서 결합하는 것이라 말한 린 마굴리스, 우리의 성적 속성을 "자연적으로 다른 타자를 존중할 때 얻을 수 있는 어떤 체화된 만족"이라고 말한 루스 이리가레, 반려견과의 에로틱한 교감을 이야기하는 해러웨이가 그들이었죠. 정형화된 섹스를 벗어난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던 에세이였습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고, 함께 적극적으로 이야기 나눠주셔서 더욱 풍성했던 에세이 발표였던 것 같아요!!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고생해서 글 마무리한 만복 경덕 너무 수고했어요ㅎㅎ

 

 

댓글 3
  • 2022-04-10 18:47

    아, 저도 초빈님과 정군님이 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덕분에 에세이데이가 더 풍성해졌던 것 같아요.

    에세이발표로 세미나는 마무리되었지만

    섹슈얼리티 세미나로 만난 세분이 공부영역과 접속면을 넓히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면 좋겠습니다.^^

    첫세미나 간식은 봄날님이 미리 예약해 놓았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ㅎㅎㅎ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2022-04-10 20:34

    짧지 않은 세미나였고 에세이도 주제도 쉽지 않았는데 끝까지 마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기쁩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읽기와 쓰기였고, 에세이도 가장 늦어졌는데 만복님 우현님이 먼저 앞서가주셔서 간신히 뒤따라갔네요.

    덕분에 격리 기간을 알차게 보냈습니다..ㅎㅎ

    발표회라는 것도 처음이고 부담되었는데 쌤들 애정어린 피드백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못 다한 이야기는 뒷풀이 정모 때 나누어요!

  • 2022-04-10 21:53

    시작부터 '이 세미나는 어디에 이를 것인가'라고 생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었답니다 ㅎㅎㅎ (그래서 발제문이나, 후기 등도 꼬박꼬박 읽어왔고요 후훗)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 하신 것 축하합니다! 에세이 발표를 듣고 나니, 더더욱 이 질문을 놓을 수가 없녜요. '이 세미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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