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행론10회차 후기

요요
2022-05-14 08:28
248

지난 세미나에서는 <인도불교의 역사>에서 대승 불교의 출현과 <입보리행론>의 대승 경전의 정통성에 대한 반론 부분을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대승불교권에서 태어나고 생활했기 때문에 불교를 알든 모르든 대승불교 문화를 공기처럼 호흡해 왔습니다. 그래서 '나무아미타불'이니 '관세음보살'이니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니 하는 말들에 매우 익숙하지요. 이런 것들이 불교라고 당연시하며 살아왔지만, 이것들은 오직 대승불교권에서만 통용되는 부처님, 보살님, 경전입니다.

 

제가 처음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대승비불설'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대승비불설은 대승은 불교가 아니라는 설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맥락은 일본 불교학계에서는 대승비불설을 주장하는 일군의 학자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책도 좋아했고,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도 근사하다고 생각했고, 간간히 스님들이 쓴 에세이집도 읽었지만 불교는 당연히 대승/소승이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당황했습니다. 대승불교가 불교가 아니라고?

 

알고보니 대승불교는 부처님 입멸후 수백년이 지나서 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지는 12~3세기경까지 인도에서는 대승과 소승이 공존했지만, 대승불교가 전해진 곳은 한중일베트남등을 포함하는 중국문화권과 티벳이었던 것입니다. 불교문화권이지만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와 같은 동남아시아지역은 상좌부불교(남방불교)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대승불교와는 많은 것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승불교는 남방불교를 소승이라 폄하하고, 남방불교는 대승불교를 불교가 아니라고 한다는 것도요.^^

 

대승불교가 출현한 것이 기원전후일 것이라 보는데(이보다 더 앞으로 당겨서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샨티데바가 살던 8세기 경에도 여전히 대승불교의 정통성시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거의 800년~1000년의 시간 동안 대승불교에 대한 시비가 있어왔다는 이야기겠지요. 샨티데바의 이에 대한 반론은 날카로운 맛은 있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지금 우리를 설득하기에는 좀 소박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누가 대승불교를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니 역사상 증거가 아니라 논리로서 논박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겠지요.(그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우리가 읽은 두 권의 책에서는 공통적으로 대승불교의 출현을 불교 내의 종교개혁운동, 자리이타의 보살사상의 탄생, 선정 중의 종교체험 등과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초기불교와 비교했을 때 대승불교가 훨씬 더 종교화된 느낌이 든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비달마 불교와 비교하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점이 있다는 이야기, 종교체험을 강조하는 저자들의 관점은 어떤 면에서는 종교를 제도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실천으로 확장시키는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나무아미타불만 외면 극락간다, 이런 이야기에 썩 끌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ㅎㅎ 물론 '나무아미타불'만 외면... 이라는 생각이 태어나게 된 어떤 맥락을 알게되면 그 역시 그 시대로서는 급진성을 띤 주장이었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그렇다고 부처님의 말씀을 논리적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부파불교의 법해석을 보면 머리가 아파지는 면이 없잖아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고요.

 

그렇지만 대승은 역사상 붓다인 고따마 싯다르타가 직접 설한 게  아니고 문학 작품처럼 창조된 것이니 <니까야>만 읽자고 말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승불교를 불교의 역사에서 소거해 버리고 불교를  '오직 역사상 실존했던 그분'에게만 제한할 수 있을까요? <니까야> 역시 사실 후대 사람들이 편집하고 가필하고 수정해온 텍스트인데, 역사상 기원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너무 협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 않을까요? 붓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만들어져 온 흐름을 배제하고 불교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한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우리에게 부담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 수많은 논의와 주장들을 우리가 다 알아야지만 불교를 말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아닐테니까요. 결국 지금 여기에서의 사유와 실천으로서의 불교는 어때야 할까, 그런 질문과 실천들이 모여서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같은 흐름이 만들어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 역시 그 과정에서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흐름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1
  • 2022-05-15 23:55

    대승의 역사가 그동안 궁금하긴 했어요. 

    그동안 앞뒤 칸막이 쳐진 공간에서 페이퍼만 보고 있는 느낌.  좀 그랬어요.

    조금 알고나니, 조금 입체적으로 대승의 역사가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 한참 작은 점들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언제 큰 그림을 보게 될런지... 그걸 안다고 뭐 제 공부에 어떤 도움이 될런지... 것도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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