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다섯번째 후기

김지영
2022-04-15 02:42
306

[동적평형] 5~8장의 내용을 주제로 다섯번째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저에게는, 쉽게 읽히지만 호락호락하게 나의 언어로 나오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메모 작성에 대한 부담으로 모든 약속을 수요일 이후로 미뤘는데, 후기도 올려야 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귀가가 늦었지만, 내일이라고 더 잘할 자신이 없고,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배웠기에 어제 세미나에 함께 한 저의 뇌세포가 흘러가버리기 전에 써봅니다.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로부터 저자가 얻은 통찰을 접하는 내내 저는 놀랍고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으로 저자가 말하는 생명의 본질을 해석하고 나와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여러분(아...호칭을 뭐라 해야 할지..)들로부터 세미나 내내 많이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후기마저 온전한 문장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네요. 나눠주신 말씀들을 정리하는 수준임을 이해하소서. 

 

[함께 나눈 이야기]

 

질병은 무엇인가(혹은 어떤 상태인가)?

현재의 질병들이 과거 어느 시대에서는 필요했던 것(ex 당뇨병)으로, 과거 기준에서 보면 그 질병은 동적평형을 이루는 조건의 하나였다. 그것이 우리의 유전자 어딘가에 남아 조건이 맞는 개체에서 발병하는 것. 

'최적부터 최악까지' 평형상태의 범위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그 상태(set point)가 정해진다. 

환경(예컨대 섭생,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 변화에 비해 우리 몸이 오랜 세월 축적해 온 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는 데서 온 문제.

유전자가 바뀌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 환경은 계속 변한다. 그 변화에 적응하도록 역할하는 것은 우리의 장(소장, 대장) 내 세균. 상황에 따라 유전자가 짧은 주기로 계속 바뀐다면 개체 소멸될 것. 필수 유전자를 유지하고 환경 적응은 장내 세균이 맡아서 하는 공생 시스템. 

 

세균, 바이러스에 대하여(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는 무엇인가 / 공생의 지혜는?)

세균과 바이러스, 그것을 이겨내려는 인간의 대응을 보면서 대립보다 공생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중심 명령체계없이 세포와 세포 간의 소통으로 각자의 역할을 찾아감으로써 이루어지는 생명의 놀라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 간에도 단절이 아닌 소통으로 공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린 마굴리스와 코끼리를 통해 본 자연의 경이로움

모든 개체마다 (아주 미세한) 베리에이션이 있고, 어떤 특정한 환경에 더 적합한 애가 생존 -> 그것이 유전되고 하나의 종이 탄생하는 것. 다윈의 진화론(종의 기원). 

그런데 화석 자료 등 보면 그렇게 작은 차이로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누적적인 차이가 아닌 점핑되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 그 중 하나가 진액 세포의 탄생. 원시 세포에서 작은 이 변이들이 누적돼 진핵 세포로 되었다고 볼 수 없어, 진핵세포의 탄생을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음.

진액 세포는 전혀 다른 원리, 다른 애를 잡아먹었는데, 잡아먹힌 세포가 그 안에서 살아남은 것,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마굴리스의 ‘미토콘드리아의 세포 공생설’은 다윈에 버금가는 발견. 마굴리스가 다닌 시카고 대학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풍이 있었던 곳. 이러한 발견도 환경이 중요. 

책에서 코끼리와 돼지의 이야기를 소개한 것은 자연 전체가 하나의 동적 평형을 이루고 있는 세계라는 것. 그 속에서는 어떤 것도 열등하거나 더 우세할 수 없다는 것. 끊임없이 서로 공존하고 공생하는 관계라는 걸 설명

 

우주적 관점(?)에서 본 안티 안티에이징

안티에이징을 위한 인간의 행위가 우주 전체의 동적평형을 파괴하는 것. 공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에이징을 받아들이는 것이 저자의 생각. 우리는 분자가 끊임없이 변해서 같은 상태에 없다는 것 즉, 세상은 변해간다는 것인데, 이는 인간의 탐욕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 평화와 조화를 유지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사라짐으로써 새로운 질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우주 전체가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안티에이징보다 받아들이면서 공존하는 방식을 체크해라 하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가 아닐까?

 

조금 더 생각해볼 과제로 남긴 것들

질병이 무엇인가? (장애인 등 소수자, 저소득층의)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생명공학의 이용...

------------

저의 부족함은 신혜샘과 여러분이 채워주시리라 믿으며... 이만 총총  

** 다음 시간에는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1~3 장. 메모는 윤경샘, 한스샘, 언덕샘

댓글 11
  • 2022-04-15 07:28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배웠기에 어제 세미나에 함께 한 저의 뇌세포가 흘러가버리기 전에 써봅니다."에서 이미 빵 터졌음. ㅋㅋ

    고맙습니다. 

  • 2022-04-15 16:35

    지영 샘의 경쾌한 에너지가 전해집니다. ^^ㅎㅎ  어려운 이야기들 무겁지 않게 정리해 주셨네요. 

    저도  머릿속 이야기들 흩어지기 전에 가볍게 한 번 써볼게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또 어제 세미나를 하면서

    생명이 엔트로피 법칙을 그냥 받아들이지도 않고, 완전히 거절하지도 않으면서 선택한 존재?방식이 참 놀랍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저희집은 그야말로 하루만, 잠깐만. 멍 때리고 있어도 발디딜 틈이 없어지고, '이 집이 우리집'라는 걸 외면하고 싶어지죠ㅡ.ㅡ

    그리고 그런 집을 치우면서 저는 또 매번 투덜거려요. '매번 하나하나 정리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이 굴레에서 난 언제나 벗어날까! 'ㅎㅎ  그런데 문탁 샘 말씀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것들, 내부에서 비롯된 모든 혼란들을 '자기화'하는 방식으로 엔트로피 법칙을 막아내고, 동적평형을 이루면서 매순간 새롭게 되는 생명이라니.  무척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또 몸이라는 것을 기계인 것처럼 취급하고 바라볼 때는,  몸의 '신비'라는 것도 미지의 것이 아닌, 다 아는 것처럼, 짚어지고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곤 하는데, 생명이란 끊임없는 '흐름'이고 '효과'라고 하니, 이쯤되면 내 몸이지만 다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구나... 싶은 겸손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자는 '안티 안티에이징'이 에이징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흐름'이고 '효과'인 생명의 본질 앞에서 에이징을 막기 위해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했고, 잘 먹는 것, 잘 쉬는 것, 건강하게 지내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것을 이야기했죠.  저자의 말에 깊이 동의하고, 결국 미지의 생명 시스템에 몸을 맡기고 사는 존재임을 자각하면서 그저 단순하고 겸손하게 할 수 있는대로 매일 몸을 돌보는 자리에 서야겠다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생명이 환경과 상호작용하기에- 저자 말대로 '생명이 곧 환경이고 환경이 곧 생명'이라면, 상호작용하는 환경에 대해 내 몸을 돌보는 것 만큼이나 마음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저자가 환경을 끊임없이 분리된 '외부 세계'로서 바라보고 발전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선형적인 세계관 자체에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생명과 환경을 포함한 세계를 비선형적으로, 순환적인 것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세미나 중에 얼핏 이야기 나눈 것처럼 '온생명'의 차원에서 내 생명도 바라보고, 주변의 생명과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면서 사는 것 중요하지 않을까. 

    결국은 모든 것과 공존해야하기에 '이타적인 삶이 개체의 생명에도 유익하다'는 지혜를 나이들수록 배워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들었습니다. ^^

    저도 이만 다른 샘들께 바통을 넘기고 총총... ^^ 

  • 2022-04-15 17:19
    후기.. 잘 보았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 '이만 총총' ^^
     
    저는 이번에 '마굴리스'라는 멋진 과학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공생하는 생명체계'라는 멋진 상상을 했던 과학자입니다. 문탁샘이 말씀하셨지만 여기에는 마굴리스가 다닌 시카고 대학의 분위기가 일조했다는군요.
    당시 시카고대학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면 전공에 관계없이 무조건 고전을 읽도록 했다고 하네요. 이름하여  '고전 100권 읽기 운동'.. 그 운동은 처음에는 저항도 많았지만, 점차 반향이 일고 그 운동은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삼류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 대학이 명문학교가 되었고, 이후 마굴리스 등 탁월한 과학자, 경제학자 등 노벨상 수상자가 100명 가까이 배출되었다네요. 청소년 시절, 대학초년병 시절 읽은 고전은 평생의 힘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고전은 어떤 힘이 있어서 그럴까요?
    어떻게 평범한 사람을 완전히 업그레이드 시켜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요?

  • 2022-04-15 19:00

    후기 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지영샘!

    저는 이번 진도에서는 <노래로 가득한 자연> 과 <돼지는 사고하는가> 이 챕터가 참 좋았습니다.

    코끼리와 돌고래는 저주파음으로 대화를 한다지요. 

    마지막 남은 마더 코끼리와 범고래의 만남 부분에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한참 울었습니다.  "귀를 기울여보라. 자연은 노래의 진실로 가득 차 있으니"

    "돼지들은 섬세하고 지적이며 품위가 있기 때문에 지금껏 사람들의 만행과 비관용을 관용으로 

    이해해 준 것이다. "  (이번 메모에는 쪽수를 기록을 안해두었네요. 도서관에 책 반납했는뎅)

    사실 그 책 읽기 전에 순대가 먹고 싶었는데 지적이고 품위있는 돼지의 관용이라니....

    순대를 먹을 수가 없었어요.

    비건이 되려 노력은 하지만 완전 비건은 어렵고 최대한 하려고 노력 중 입니다.

    앞으로 동물도 인간도 행복한 세상이 되길 바래봅니다. 

    • 2022-04-15 19:33

      저도 마더 코끼리와 범고래의 만남 부분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울음이 터지더라고요. 저는 엉엉 소리내 울었습니다. 호르몬 때문인가 싶었는데 아닌 것 같아 다행이네요 ㅎㅎ.

      아직 순대 못? 안? 드신 건가요? 비건 순대가 나오길.... 사실 저는 요 사이 얼굴에 내려앉은 기미가 보기 싫어 피부과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도 되나 고민입니다. 메모하신 부분은 202쪽이네요. 덕분에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

      • 2022-04-15 23:59

        저도 태모 코끼리와 범고래의 만남 부분에서 복받치는 감정이 올라와서 조금 당황했었는데, 많이들 그러셨다니 저도 어쩐지 마음이 놓이네요. ㅎㅎ

        남편에게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남편은 "코끼리 언어랑 범고래 언어가 달라 말이 안 통할텐데?"하며 감동을 깎아먹네요. ^^;; 

        우리가 사는 세계의 실상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제대로 보고, 알고 있는 걸까요?

        노래로 가득한 자연을 더 잘 보고, 더 많이 들을 수 있길 바래요. 

        더 많이 보고 들을 수 있게 되면,  저도  좋아하는 순대를 못 먹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듣고 싶어요. 

        오늘 아침 문탁샘 말씀 듣고 짬내어 산책을 나섰는데,  문득, 너무 바쁘게 사는구나... 너무 바빠서, 온 땅에 가득한 봄의 소리가 보여도 보지 못하고, 들려도 듣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그건 그렇고... 비건에 가까운 삶. 멋져요. ^^ 응원합니다~*     

  • 2022-04-16 18:18

    봄이 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가득하네요~ 생명도, 흐름도, 효과도 지금 이곳에 가득한 것 같아 감동이 밀려옵니다~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 조립품이 아니라 효과를 자아내는 흐름이라는 이 인식이 왜 아주 소수의 사람들끼리만 알고 지내게 되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다면 아주 많은 문제들이 좋은 흐름을 만들어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어요. 또 동적평형을 이루는 생명체로써 생각하니 오래 존재하는 것에서 타이밍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에 마음이 쏠리더라고요. 

    코끼리와 범고래 책은 원서로 도전해볼까 싶을 만큼 매혹적이었습니다. 번역이 안되어 있다니.. 무척 아쉬웠어요. 저도 눈물 뚝뚝 흘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의료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시대환경 또한 자연의 위대함과 함께 흘러들고 나가는 흐름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 평형을 이루는 감각을 잃지 않아야 그 흐름으로 적절한 효과를 낼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네요. 

  • 2022-04-17 07:11

    코끼리와 범고래 이야기를 떠올리면 '온생명'이라는 말이 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제게 없던 감각까지 생길 것만 같은.. 말씀 나눠주셔서 넘 감사해요. 

     

    잎사귀샘께서 의료기술과 관련해서 댓글에 마지막 부분에 남기신 말씀은 저 역시 세미나 말미에 생각했던 부분이에요. 김초엽과 김원영이 쓴 <사이보그가 되다>를 문득 떠올렸거든요. 계속해서 장회익 선생님의 생각을 빌리자면 낱생명이라는 단위의 '기준점'(문탁샘께서 인용하신 책의 'set point')이라는 것이 한번 정해지면 절대 바뀌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면(이건 그 책의 저자도 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동의는 되지 않을까^^;) 온생명이라는 단위에서도 그렇겠지요. 그러면 낱생명으로서 온생명의 일부가 되고 있는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되고 우리가 만든 '인위적'인 것들도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 김초엽과 김원영이 기계를 자신의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경험에 관해 쓴 것들을 읽을 때 이미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후쿠오카 신이치가 '안티 안티에이징'을 비롯해 원래의 평행상태를 거스르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 였던 거 같아요. 하나는 한마디로 해봐야 부질없다는 것, 두번째는 그게 오히려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의도한 것과 반대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 그런데 때에 따라 이 두 가지를 무릅쓰고 과감히 일시적으로 평형을 흔들어놔야 하는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가령 한스샘이 말미에 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실 때 저 역시 공감했어요. 우리는 자연을 '방해'하는 외부의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이라는 것. 문탁샘이 나 한 몸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도 그런 맥락에 이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다만 우리가 '인위적'이라는 말과 '자연적'이라는 말을 대립하는 의미로 쓰게 된 것은 우리가 '온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범고래와 코끼리의 '소리'를 우리가 생각한다면 미처 이기적이라고 또는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야만적인 것이었음을 깨닫게 돼요. 저는 아직 못 봤는데 '나의 문어 선생님'도 생각나고 식물학자 신혜우가 화분에 담긴 식물을 보면 슬픈 기분이 든다고 한 말도 생각나네요. 오늘 좀.. 뭔가 다른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 2022-04-21 10:13

      한스 샘이 장기 이식과 관련해서 하신 말씀은, 저도 깊이 공감이 되면서도 복잡한 생각을 남겼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장기 이식과 같은 생명연장 기술이 개체의 동적평형을 뒤흔들면서 생각보다 효과를 주지 못한다하더라도- 생명 연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자 '합당한 선택'이 될 때가 있다는 데 깊이 동의합니다. 저도 제 자신이나 가족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우리 사회가 허용한 동적평형의 범주내에서 큰 고민없이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선택이 온생명의 차원에서는 어떤가?는 조금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호수 샘이 사이보그를 언급하신 것과도 연결된다고 생각돼요. 저역시 호수 샘 말씀하신 것처럼 인위적인 사이보그 조차도 온생명 내로 들어오면, 그와 더불어 하나의 평형을 이루는 것이 생명의 동적 평형의 본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날이 결국은 오겠죠. 그런 상황을 호들갑 떨며 맞기에는 우린 이미 그 길로 너무 많이 걸어온 것 같네요;;) 그런데 우리가 세미나에서 이야기 나눈 것처럼 개체에게 '최적의 동적평형'이 존재한다면, 온생명 차원에서도 최적의 동적평형이라는 것이 존재하리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개별 생명의, 장기 이식과 같이 '순리를 거스르는' 선택들이 반복되고, 많아지고, 그래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오래 유지되고,... 하는 것들이 온생명 차원에서는 어떤 결과를 남길까요?  저자는 '동적 평형'은 생명의 성질, 본성 같은 것이고 생명은 그러한 동적 평형이 만들어내는 '효과'인데, 그 효과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암시를 줬던 것 같아요. 예컨대, 시간에 따라 이미 이루어진 동적평형에는 '불가역성'이 존재하고,  그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전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도 하지만, 또한 무슨 영향인가 끼쳤을텐데,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 생명연장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상용되는 것으로 생기는 한 개체 안의 동적평형의 문제는, 평형을 못 이루면- 개체의 '소멸', 이루면- '생명 연장'의 단순한 문제일 수 있겠지만, 온생명 전체로는 그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서 조금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이보그 역시도 그들, 혹은 우리의 일부를 이룰 부분체들이 나타나게 되었을 때,  결국은 온생명내에서 어떠한 '동적 평형' 에 도달하겠지만, 그 상태는 온생명 속에서 어떤 의미, 결과가 될까... 그건 별개의 문제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문탁 샘이 '환경이 곧 생명이고 생명이 곧 환경'이기에 '자기 한 몸 잘 돌보면 된다'는 말씀... 참 인상 깊었고, 두고두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문탁 샘의 말씀을 자기 몸을 정말 잘 돌보는 것에 집중하면, 그 길이 곧 환경과 공존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제가 온전하게 이해한걸까요? ㅎㅎ  저는 문탁 샘이 말씀하신 자기를 잘 돌보는 삶이, 환경과 자신의 관계를 순환적으로, 비선형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삶과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환경'이라는 거대한 실체 앞에 티끌보다도 작으면서도, 주인인양 오만하게 되는 작은 인간이 겸손하고도, 현실적으로 환경과 공존하게 되는 철학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더랬습니다...

  • 2022-04-17 20:28

    지영샘이 올려주신 후기를 읽으며 희미해진 기억들을 다시 길어올려봅니다. 지영샘은 뭔가 힘나는 에너지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후기를 읽으면서 저도 뭔가 에너지를 얻어가는 느낌이예요^^ 

    개체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이 죽음은 결국에는 온생명의 시점에서는 끝을 의미하는 죽음이 아니라 동적평형생태의 영원한 살아있음을 유지하는 죽음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또 생명을 얻고 또 어떤 개체로 탄생될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읽은 세 권의 텍스트들은 계속 저에게 나이듦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해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정도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질병과 노후의 아픔은 두려워하지 않기가 쉽지 않네요.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할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2022-04-17 20:31

    통통 튀는 유쾌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생명은 오랜 세월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과 쫓고 쫓기는 동안 조금씩 분자 차원에서 손상이 축적되다가 결국 엔트로피의 증대에  추월당하고 말았다는 저자의 말로 개체의 죽음이 인식되지만, 이어지는 문장 "모든 생명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타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그럼으로써 치명적으로 질서가 붕괴되기 전에 질서는 다른 개체로 이행하여 초기화된다" 에서 죽음이란 것이 생명 전체로 본다면 평형을 이룬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개별적인 죽음의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마음이 드네요. 하지만, 병듦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정리가 쉽지 않습니다. 
    계속 이어서 공부하며 생각해 봐야 겠지요.
    문탁샘의 양생과 연결 지은 지점에서 예전 동의보감  수업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생각을 줄이고, 걱정을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일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웃음을 줄이고, 근심을 줄이고, 기쁨을 줄이고, 노여움을 줄이고, 좋아하는 것을 줄이고, 싫어하는 것을 줄인다. 이 12가리즐 줄이는 것이 양생의 핵심이다." (갈홍 포박자, 동의보감 재인용)
    생명의 동적평형과 양생이 어떻게 연결되는 지 아직은 선명하게 잡히진 않지만, 이것도 차차 알아가겠지요.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나이듦에 대해 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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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 2023.10.16 |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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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5주차 공지]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1- 드디어 테드 창의 SF를 읽습니다 (6)
문탁 | 2023.10.15 | 조회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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