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차 - "생명이란 동적평형상태에 있는 시스템이다" ( <동적평형> 2차시)

문탁
2022-04-13 07:48
310

오늘이 세미나인데...공지가 너무 늦었습니다. 하여, 간단하게^^

 

 

 

 

  "한참을 들어가도 수심이 얕은 해변. 모래사장이 완만한 활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바다 표면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강하다. 하늘이 바다에 녹고, 바다가 육지와 만나는 지점에는 생명의 신비를 풀 수 있는 그 어떤 파편들이 흩어져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들의 몽상도 여기서부터 흔들리고, 여기로 돌아온다.

 

  모래로 만들어진 치밀한 구조의 그 성은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바로 그 위치에 있다. 때로 파도는 손을 깊숙이 뻗어 성벽 발치까지 다가와 벽돌처럼 쌓아놓은 모래알들을  빼앗아간다. 거센 바닷바람은 성 마루 표면의 마른 모래를 조금씩, 그러나 끊임없이 갉아먹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간이 흘러도 성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 모양 그대로 그곳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습을 바꾸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모래성이 그 모습을 유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바다의 정령들이 끊임없이 그리고 쉼없이 쓸려 나간 모래 위로 새로운 모래를 쌓아주고, 뻥 뚫린 구멍을 메워주며, 무너진 곳을 고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바다의 정령들은 오히려 파도나 바람을 앞질러 가서는 무너질 것 같은 곳을 먼저 무너뜨리면서 앞장서 수리와 보강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몇 시간 후에도 모래성은 형태를 유지한 채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여러 날이 지나도 그 성은 그곳에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지금 이 모래성 안에는 며칠 전에 이 성의 형태를 만들었던 모래들은 단 한 톨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에 그곳에 쌓여있던 모래는 모두 파도와 바람이 앗아가 바다와 육지로 되돌려놓았고, 지금 이 성을 이루고 있는 모래는 이곳에 새로 온 녀석들이다. 즉 모래는 완전히 바뀐 상태다.

 

  그리고 모래의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즉 여기 있는 것은 실체로서의 성이 아니라 흐름이 만들어낸 '효과'에 의해 여기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인 동적인 그 무엇인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자기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모래성을 끝없이 분해하고 동시에 재구성하는 바다의 정령들 역시 모래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매 순간 몇몇은 원래의 모래로 돌아가고 몇몇은 새로운 모래알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령들은 모래성의 파수꾼이 아니라 그 일부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비유다. 그러나 모래를 자연계를 대순환하는 수소, 탄소, 산소, 질소 등의 주요원자라고 생각하면, 그리고 바다의 정령을 생체반응을 관장하는 효소나 기질로 바꿔 생각한다면 이 모래성은 생명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비유가 된다. 생명이란 요소가 모여 생긴 구성물이 아니라 요소의 흐름이 유발하는 효과인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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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조 뿐 아니라 질문자들도 요기에 댓글로 올려주세요. 질문자들은 자기가 맡은 챕터에서 질문을 끌어내는 게 젤 좋지만 다른 챕터에서 질문을 하셔도 무방합니다.

 

오늘은 한 챕터, 한 챕터 차분히 짚어봐요.

(제가 기침이 좀 덜 나와야 할텐데^^)

댓글 12
  • 2022-04-13 10:48

    5장 질문입니다.

    동적평형 이론이 현대 의학의 질병치료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명이 갖는 유연함, 가변성, 그리고 균형유지라는 특성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나이 들면서 얻게 되는  다양한 질병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겪어야 할까? 

  • 2022-04-13 14:26

    5장 질문이에요.

    1. 생명의 완벽하다 싶은 상호작용 네트워크의 역동성과 균형을 이루려는 성질을 바탕으로 생각해볼 때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이 우연의 우연에 의한 산물일까? 몸의 균형을 이루려는 상호작용은 아닐까?
    2. 생명에 관한 데카르트적 기계관은 현대의학과 만나 의료산업을 육성시키는 듯 보인다. 생명에 관해 동적평형을 주장하는 저자 또한 기계론적 생명관과 관련되어 보이는 실험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2022-04-13 16:10
    6장 질문입니다.
     
    1.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생물을 어떻게 정의해야할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바이러스는 그저 단백질과 핵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사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며, 죽지도 않아 오히려 물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복제(번식) 능력은 있습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는 무엇일까요? 경계가 과연 있을까요?
     
    2. 2년 넘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백신이 여러차례 개발되고 접종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막지는 못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바이러스와 세균 같이 살아야하는데, 같이 사는 종을 없애려 하는 데서 또 다른(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치료를 안 할 수도 없을 것 같고요. 
    어떻게 이 바이러스, 세균 등 미생물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요?

  • 2022-04-13 16:55

    8장 질문입니다~ 

     

    1. 1. 어째서 저자는 긴 페이지를 할애하여 코끼리와 돼지의 이야기를 했을까요? 코끼리의 대화나 사고하는 돼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1. 2. 저자가 ‘안티 안티에이징’이야말로 에이징과 공존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3. 우리 몸이 사실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있는 ‘흐름’이며 분자가 잠시 ‘머무르는 상태’라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의 몸을 대하는 태도, 방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1.  
    2.  4. 데카르트의 기계론적인 생명관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외과수술들과 수명연장 치료, 질병치료들이 인체를 '경계'로서 받아들였기에 가능했고 발전했던 것이 아닐지.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1.    
    2. 5. 저자는 로하스적인 사고를 이야기하면서 '선형성에서 비선형성'으로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제안합니다.  그런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우리 생활방식, 사고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일까요? 

  • 2022-04-13 17:07

    6장  질문입니다.
    사람과 병원체의 싸움은 세균으로 시작해서 바이러스의 발견, 이상형 프리온 단백질과 관련된 수수께끼의 병원체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균만 하더라도 항생물질의 발견으로 인간이 승리했나 한숨 돌렸지만, 이어지는 내성이 생긴 세균들...  
    세균과 바이러스(생물과 무생물사이)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이니, 아마도 계속 변화하면서 생존할 테고 우리는 또 어떤 새로운 병원체를 맞이하게 될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병원체의 등장이 인간의 탐욕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2022-04-13 17:10

    8장 질문입니다.

    생명이 '동적 평형' 상태라면 우리의 몸은 항상 '최선의 평형 상태'와 '최악의 평형 상태'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것일까요? '최적의 평형 상태'란 어떤 것일까요?

  • 2022-04-13 17:40

    5-6장 메모 올립니다. 질문보다 늦은 메모라니... 죄송합니다. 

    책을 보다 생물학 지식이 꽝인 저를 발견하며 인터넷 뒤지다 읽은 기사링크도 붙입니다(세미나와 크게 관계없음 주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1229#home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8449

  • 2022-04-13 19:01

    질문 1) 생명현상을 이 책에서 나오는 정의대로 해석해보면,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 2) 이 책의 내용과 우리의 주제인 '나이듦'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 걸까?

     

  • 2022-04-13 19:37

    질문1) 126쪽 "포배로서는 '여분'이었을 ES세포는 다른 세포들(그것도 원래는 다른 개체의 세포)과 사이좋게 지내며

    전체 속의 일원으로서 융합할 수있게 된 것이다. "

    우리 모두에겐 이런 세포들이 있는 것이다. 서로 대화하며 융합하는.. 지금은 신구세대, 남녀 젠더, 진보와 보수 등 최고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포들을 내재한 우리들, 서로 이해하며 전체의 일원으로서 잘 지낼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우선 나부터라도 싫어하는 사람들 이해하려고 분위기 파악을 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거 같아요.

    질문2) 134쪽 특정 장소와 특정 타이밍에서 만들어졌어야 할 부품 하나가 출연하지 않은 경우, 생명은 어떤 방법으로든

    가능한 한 그 결함을 보완하려고 한다. 거기에 다이너미즘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다이너미즘을 적용시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라도 그 결함을 보완하려는 생명의 유연함, 가변성, 그리고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이 이런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어요.

  • 2022-04-13 19:38

    우리 몸은 흐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변하고 간신히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이 흐름 자체이다.” 우리가 여기서 내 삶의 배움으로 가져갈 것은 무엇일까요?

  • 2022-04-13 19:41

    급하게 정리하느라 마무리도 다 안 된 글을 올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 2022-04-13 19:54

    7장 질문입니다~

    세포 안에는 세포핵과  별개의  '미토콘드리아'라는 입자가 있는데, 이 입자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진화, 성발생 등도 모두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별개의 DNA를 갖는 별개의 생명체로부터 유래했다는 것, 모계유전입자라는 것 외에는 대부분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고 한다. 저자의 이런 설명을 따르면 우리는 아직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임신단계에서 유전질병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기술이  생명공학벤처기업에서 상용화될 단계라고  하는데,  과연 이런 기술을 환영해도 되는 것일까.., 유전질병을 가진 채로 임신하는 사람의 불안에  먼저  공감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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