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공지) <나이듦과 자기서사>- 3월16일 (수) 시작합니다

문탁
2022-03-03 08:00
710

1. 이 찝찝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얼마 전 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이반 일리치 강의>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가한테 연락이 왔고, 얼마 있다가 질문지가 왔고 (19분인데 190분 말할 분량의 질문을 보내셨더군요..^^), 당일에는 진행하시는 기자분과 10분 정도 먼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저를 알고 있다고 말하는 그 분, 갑자기 이러시는게 아니겠어요?

 

“프로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 훨씬 젊은 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급 당황. 헐! 뭐지? 하마터면 “어머 죄송해요. 늙어서 죄송해요. 늙었는데도 조용히 살지 않고 자꾸 이런데 나와서 떠들어서 미안해요” 라고 말할 뻔!! 했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나이듦과 관련된 기묘한 기분은 최근의 방역지침을 접할 때도 생기더군요.

 

 

새로운 방역지침에 따르면 저는, 음, 고위험군에 속하는 집중관리대상이랍니다.

저는 주로 4,50대와 함께 일하고, 심지어 많은 시간을 2,30대와 지지고 볶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에 따르면 저는 하루종일 뽁뽁이만 누르고 계신 80대 저의 오마니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사람들이, 사회가 저한테 “늙었어! 늙었어!”라면서 소리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늙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 그런데 저는 도대체 뭐가 그리 찝찝했을까요? 사회적 연령규범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늙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의 심리와 감정이 문제일까요?

 

우리 세미나의 주요한 토픽이 되겠네요^^

 

 

2. 아, 플랭크가 아니구 블랭크구나

 

개강 날 읽어오실 책은 <나이듦 수업>입니다. 인문학자, 여성학자, 심리학자, 물리학자, 사회정책활동가, 노인복지사 등 여섯분이 쓴 책입니다. 입말로 쓴 글이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전 솔직히 이 여섯분의 글 중에서 물리학자인 장회익 선생의 글이 젤 궁금했습니다. 우선 다른 분들에 비해 나이가 많으십니다. 모두 60년대생인데 장회익 선생님만 30년대 생이지요. 또 하나는 인문학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80대 물리학자는 나이듦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소제목을 보니 <노년이라는 기적의 ‘플랭크’>더라구요. 전, 순간! 플랭크?  혹시 플랭크 운동과 근육의 중요성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시는건가?, 라고 생각했죠.

 

아니었습니다. ㅠㅠ...플랭크가 아니고 블랭크blank 였습니다. 반성장으로서의 멈춤, 빈칸, 여백, 즉 블랭크! <노년이라는 기적의 '블랭크'>!!!

네, 저는 늙어가고 있고, 총기도 사라지고 있고, 눈도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좌우지간,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 여섯편의 글은 올 한해 우리의 탐구과제인 ‘나이듦’에 대한 프롤로그로서 매우 적합합니다. 우리도 이것을 도움닫기로 삼아 나이듦에 대한 자신의 질문을 만들어나갑시다.

 

 

3. 우리는 질문하고 사유합니다.

 

아시다시피 근대는 청년(정확하게는 청년남성)의 시대입니다. 동아시아에 국한시켜 생각하더라도 근대 초입, 한,중,일의 <신청년>(중국, 1915년 발간)들은 “처얼썩, 처얼썩, 쏴~~...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치면서..”(한국,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소년>, 1908)  자기나라 꼰대들과의 전면전을 선언했습니다. 바야흐로 청년의 시대를 연 거죠.

 

 

그런데 그건 근대 초입 만의 일이 아닙니다. 요즘 만인의 지탄을 받고 있는 586들도 80년대에 (20대 때)자신의 부친들을 살해하고 (‘부친살해세대’) 그들의 부친들, 소위 산업화의 역군,  국민국가의 주체와는 다른 민주화의 주체로 자신을 천명했죠.

 

그리고 그건  1990년대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위 x 세대의 대표주자  <넥스트>도 다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부릅니다.

 

 

 

어쨌든 그 과정에서 근대사회의 노인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청년의 타자로만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노인, 노년, 나이듦, 그것은 결여의 기표이고 상실의 감정입니다. 노인은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성장과 발전의 아이콘 , 청년의 시대,  근대사회는 저물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환기에 놓여있고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는 나이듦을 사유하고 담론화하기 시작합니다. 늙어서도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수련합니다.   어떻게? 일단, 읽고 말하고 쓰는 것부터. 

자, 자신의 나이듦에 대해, 나아가 우리들의 나이듦에 대해 말하고 써봅시다.

 

 

4. 이제부터 진짜 실무적 공지

 

1) 첫 세미나는 3월16일(수) 저녁 8시입니다. 그날은 자기 소개와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됩니다. 참가하시는 모든 분은 첫 날 텍스트 <나이듦 수업>을 읽고 세 개 정도의 문장에 밑줄을 쳐오세요. 그리고 그것에 밑줄 친 이유를 설명해봅니다. 글로 써오셔도 좋고 말로만 하셔도 좋습니다. 아마도 그 과정이 자기 소개 시간이 되겠지요?

 

2) 3월13일(일) 오전 10시에 인문약방 글쓰기팀이 주최하는 ‘은유샘의 글쓰기 특강’이 있습니다. 양생글쓰기 참가자분들도 참석하시면 좋겠습니다. (양생글쓰기 참가자는 참가신청 댓글을 달지 않으셔도 되고 글쓰기 특강 회비를 따로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줌링크는 당일 아침 보내드립니다. )

 

 

그럼 3월16일 뵙겠습니다.

 

앗, 그리고 <나이듦과 자기서사> 여전히 문이 열려있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신후 댓글을 달아주시면 됩니다

 

http://moontaknet.com/?page_id=8646&mod=document&uid=35357

댓글 8
  • 2022-03-03 08:52

    '아줌마' 누군가 부른다.

    설마 나? 나 부른건가?

    이 아줌마엔 묘한 뉘앙스가 있다.

    동안이라고, 그렇게 안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어

    처음 '아줌마'를 들었을 땐 화가 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아줌마가 아닌건 아니다. 쩝! 왜 쓴맛을 다시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이젠 제법 익숙하지만 그래도 들을때마다 찝찝한 아줌마! 근데 곧 '할머니'라고 불리겠구나. ㅎㅎ

    왠지 '아줌마'라는 뉘앙스보단 나은거 같기도 하고 ㅎㅎ

    반갑습니다. 나이듦 글쓰기 매우 기대됩니다.

    올해 문탁쌤과 여러 도반님들과 그 찝찝함을 같이 탐구하게 되어 기쁩니다! ㅎㅎ 

    16일날 뵈용 ~~~~

  • 2022-03-03 08:54

    나이듦의 서사에 이끌려 신청을 했는데, 이 글을 읽고 보니 저는 아직 이 수업을 들을때가 아닌가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나를 잘 알고 싶고, 나를 푹 익혀가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한걸 보니 이 수업을 들을 때가 맞는게 아닌가 하고 또 생각해 봅니다. 어찌되었건 새로운 배움과 새로운 만남은 늘 기대되고 설레입니다.

  • 2022-03-03 10:36

    저는 나이드는거 좋아요 ㅎㅎ 나 자신에 몰두했던 자의식이 옅어지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듯요. 나이든다고 총기가 흐려진다는 것엔 동의할 수 없지만 몸은 젊을 때랑 다르게 돌봐야하는거 같아요. 그러려면 마음도 돌봐야할거 같아서 세미나가 기다려지네요. 봄도 오고 참 좋네요~

     

  • 2022-03-03 10:53

    안녕하세요~

    주저주저하다가 제가 거의 꼴찌로 신청한 것 같아요.  전 '자기서사'라는 게 쫌 겁납니다. 위 글에서 알려준 것 처럼 세상에서 타자화 당한 것도 있겠지만,  저 스스로 제 자신이 늘 종잡을 수 없고 낯선 이였던것 같아요.  초등 글쓰기반부터 들어가서 첨부터 배우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는 오십중반인지라.  자기자신을 만나는 법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 그것을 알아차리고 보니 나이가 이 나이더라는 황당함을 안고 배우러 온 1인입니다.. 열심히 들을께요^^

  • 2022-03-03 13:52

    저를 돌아보는 글쓰기도 해보고 싶고 저의 얼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고 서로 격려해주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가벼워도... 되는 거죠..? ㅎ) 나이드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또 하얗게 새는 머리칼이 아무래도 어색해서 또 결국은 무난함을 추구하여 염색을 예약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다 생각하니 좀 설렙니다. 이런 느낌도 오랜만이네요 ㅎㅎ.. 2주 뒤에 뵙겠습니다 🙂

  • 2022-03-03 17:38

    글쓰기는 두렵지만, 나이듦과  자기서사에 끌려 신청했습니다.
    아직은 아니라고 노안을 부정했으나, 어쩔 수 없이 돋보기를 맞추고 서서히 나이듦에 적응 중입니다.
    다양한 나이대의 분들과 나이듦과 자기서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니, 살짝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네요.
    제 서사가 빈약해서 다른 분들의 서사가 기대됩니다^^

  • 2022-03-06 10:24

    어느때 부터인가  '나이든다는 것이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당해지기도 했구요.

    그러다 문득 제가 부럽다는 후배에게 "내가 누리는 것과 너의 젊음을 바꿀래?"라고 묻는 이중성을 보이기도합니다. 

    '나이듦'이 저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풍요와 빈곤이 함께하고, 마음과 행동이 갈라지는 충돌을 경험합니다.

    함께 만날 날이 기다려지네요.  개인의 서사가 객관의 서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2022-03-08 08:10

    저는 나이를 애써 생각하지 않고 지내다가 어느 날 제 나이를 자각하고 깜짝 놀라요.

    '꽤 오래 살았구나!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꼭 하고 싶은 일과 하지 말아야 할일을 생각해 보곤 하죠. 

    그러나 한나절도 못 되어 그 생각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살던대로 산답니다.

    나이듦, 관심있는 주제로 함께 공부하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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