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S2> 7회차 늙어감에 대하여 후반부 후기

해야
2022-08-05 03:25
126

8/3/2022 <늙어감에 대하여> 후반부 후기

 

4장에 대한 토론은 문화적 지체를 경험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지영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이 자신이 겪는 문화적 지체의 예를 들어주셨다 (예, 낯설고 어색한 메타버스 플랫폼 참여). 문탁샘은 이 책이 쓰여진 60년대 후반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하셨다. 당시는 실존주의의 대표적 철학자였던 사르트르의 시대가 저물고 구조주의가 학문적인 대세가 되는 시기였다. 실존주의는 주체중심의 철학이고 결단을 하는 주체인 (세계에 던져진) 인간을 강조했지만, 홀로코스트 이후 주체는 구조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구조주의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에 의해  실존주의는 그 막을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실존주의에 기반한 사고를 하는 듯 보이는 아메리는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68세대의 표시체계를 따라가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문화적 지체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즌 2 의 첫 책의 저자인 68혁명 세대였던 이자벨 쿠르트브롱이 요즘의 페미니스트에게 느끼는 것도 아마 비슷한 문화적 지체였을 것이다.  

 

영애샘은 표시체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의문(질문)을 제기하셨다. 아메리는 시대사조, 시대정신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기술적 진보를 따라가지 못한다거나 현 젊은이들이 즐기는 대중문화 등에 공감하지 못한는 것도 아메리가 얘기하는 노년의 문화지체에 포함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었다. 윤경샘은 문화라는 개념이 약간 애매모호하고 다양한 범주와 층위가 있으며 본인은 주류문화에 속하거나 이를 추종하지 않으며 살아온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럴 경우 문화적 지체를 겪는지 아닌지를 딱잘라 말하기 애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탁샘은 우리 모두가 문화적 존재이며 연대기적으로 공통적인 기반은 있다고 말씀하셨다. 내 개인적으로는 철학 문학에 조예가 깊고 언론인으로도 활동을 했던 저자의 입장에서는 거대담론이나 철학사조 등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문화지체가 저자 본인에게 큰 갭으로 작용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인 <죽어가며 살아가기>에 대한 논의는 저자가 결국은 죽음이라는 이해불가능한, 경험해 본 사람이 없는 존재의 사라짐을 전제하고 삶을 대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효진샘은 늙음과 죽음이 본인의 문제라는 생각을 별로 못했는데, 이 챕터를 읽으며 내가 죽어가는 중이구나라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하셨다. 사람들이 보통 늙는 게 두렵다는 얘기를 자주 하지만 결국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근원에 있는 게 아닐까라고 하셨다.

 

저자가의 죽음에 대한 묘사 비유 등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코멘트에 문탁샘은 저자가 수용소에서 겪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심적갈등과 모순을 설명하셨다. 우리는 죽음을 추상적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큰 질병을 앓고 있어서 죽어감을 실감하는 겻도 아니고 죽음을 경험할 수도 없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사유는 쉽지 않다. 언어가 닿지 않는 그 무엇인데 ,그리고 너무 분명한 것인데 사유할 수 없다.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죽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죽어가는 과정을 저자가 압축적으로 경험한 것이 수용소에 있었을 때이다. 만일 가스실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면 그 전에  많은 생각들이 오갔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의연하게 맞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 사는 게 의미가 있나하는 회의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곱게 늙겠다거나 명랑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들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아메리는 그 경험으로 인해 죽음을 추상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리얼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한스샘은 아메리의 저항과 탈출,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을 반복했던 저자의 인생을 생각해보면 살아남은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저자는 살기 위해 아우성치는 모습을 “비굴함”이란 단어를 써서 묘사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메리의 입장에서는 죽음과 타협하며 사는 것은 공허한 기대를 갖고 스스로를 속이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타협에는 기만적인 태도가 숨겨져 있다. 아메리는 이러한 죽음의 부조리와 죽음에 타협하는 것을 멈추기 위한 방법은 자유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완벽한 무라는 것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매듭짓는 일이 아니었을까? 아메리가 생각한 논리적 결론은 자유죽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저자의 함의에 대해 질문을 해봐야 한다. 그게 합리적인 결론이지 내가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등.

 

문탁샘은 일리치 약국의 10월 이벤트를 소개하셨다. 주제가 “죽음”이며 게릴라 세미나가 두 번 있다. 아마 양생글쓰기를 하는 몇몇 분들에게 북리뷰를 부탁할 수도 있으니 그런 요청이 올 경우 놀라지 말라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북리뷰를 어떤 책으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각자 돌아가면서 공유했다. 다음 주에 모두 초안을 써오는 게 숙제.  그리고 모두 리뷰 개요를 짧게라도 게시판에 올리라는 요청을 방금 단톡방에서 확인했다.

댓글 5
  • 2022-08-05 08:52

    내용이 어려웠는데 정말 정갈하게 정리를 잘해주셨네요. 알맹이를 전달받은 느낌입니다. 해성샘 감사합니다(제가 후기 쓰겠다고 설레발쳤으면 클날뻔 했어요^^). 저는 4장을 무려 3번 읽었는데도 요약해 써내기가 어려웠어요. 아메리가 저를 20세기 지성사의 한복판으로 데리고 간 듯했고, 읽고 이해하며 감사했지만 정리는 못하고 말았다는… 

    1-3장 보다는 더 다정한 마음을 내보려고 노력했고요. 한스샘께서 ‘살아남은 자’의 마음을 말씀하셨을 때 비로소 저도 이 책과 화해한 것 같아요. 장 아메리의 표시체계 속에서 해석된 세계. 냉철하게 늙어감에 대해 분석했지만,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저는 힘들었는데요. 아메리의 분석은 받아들이되 나의 표시체계로 삶과 늙어감을 해석하고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2022-08-05 09:04

    해성샘도 훌륭하시고, 지영샘 댓글도 좋네요.

    확실히 후기들은 이제 선수가 되어가시는 듯😁

  • 2022-08-06 16:28

    해성샘의 후기를 읽으니 저번주 수업을 다시 빠르게 훑어보는 느낌이었어요. 문탁샘이 전하는 말도 깨알같이 다 메모되어있다니요!^^ 아직 초안은 시작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후기를 읽으니 더 초조해집니다. 키케로의 노년에관하여를 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아메리 책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어서 지금 멘붕입니다. 그래도 시즌1부터 함께 하는 샘들이 있어서 기운받으며, 응원받으며 힘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2에 선정된 책들과 거리감이 좀 느껴졌기도 했습니다. 아직 저에게 닥치지 않은 일 같기도 했고, 늙어감을 마주했을 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마음가짐은 달라야 된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에세이 글에 이런 저의 생각을 반영해서 녹여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느슨해졌던 이번 시즌의 저의 모습을 여름 탓으로 떠넘기며 변명해봅니다. 시즌 3에서는 좀 더 활기찬 모습으로 복귀하겠습니다.

  • 2022-08-07 07:00

    후기 잘 읽었습니다. 벌써 마지막 세미나였네요. 

    "노인은 전적으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자이자, 시간의 소유자이며, 시간을 인식하는 사람이다.(39쪽) "

    라는 아메리의 말처럼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앞에 놓인 늙어가는 존재인 저는

    아메리가 하는 말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어려워서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주말을 맞이 했네요. 

    얼렁 한글자라도 쳐야 할텐데.....여튼 손가락을 놀려보아야지요.

     

  • 2022-08-07 10:32

    해성샘,  책내용의 줄기와 세미나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같이 잘 엮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모으기에  큰 도움이 되어요.

    대부분의 책들이 삶을 긍정하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잘 치유하고 잘 살아내기 위해 쓰여집니다.  삶 만이 영원한 것처럼 말이지요.

    저는 이번 텍스트를 통해  '삶의 끝'에 대해 제대로 사유하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한 마음입니다.  

     

    ¤ 저는 지난 주중에 선배들과 제주행 일정이 있었어요.  저녁식사 후에는 자유시간이라 세미나 참여에 아무 지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돌발상황때문에 그렇지 못했어요. 선배들과의 동행이니 각오는 했지만 역시 중노동(감정노동)의 후유증이 남아서 이제야 zoom재시청을 마쳤습니다. 예고 없이 빠져서 죄송해요. 수요일에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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