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영화 [씨인사이드] 리뷰

김신혜
2022-08-01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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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양생글쓰기/<나이듦과 자기서사>/영화 『씨인사이드』 리뷰/김신혜

젊은 나이에 다이빙을 하다 다쳐 전신마비자가 된 라몬. 그는 27년 동안 침대에 누워 가족의 도움을 받아가며 산다.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위트 넘치는 농담으로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을 즐겁게도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삶은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자신의 의지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유가 없는 삶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병든 몸에 갇혔다. 자유를 얻기 위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죽음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그는 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의 도움으로 법적투쟁을 시작한다.

그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두 명의 여자가 있다. 한 사람은 조림공장에서 일하는 로사,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변호사 훌리아이다. 로사는 라몬이 안락사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무턱대고 찾아가 살아갈 이유와 삶의 가치를 알려주고 그의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라몬은 친구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의지를 존중해야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이 선한 사람이 된 듯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살아갈 힘을 얻으려했던 로사. 라몬은 상대방의 그런 친절을 단호히 거절한다.

“내 삶의 이유를 당신의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항상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라몬에게 타인의 친절과 배려는 때론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고민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변호사 훌리아는 라몬의 자유를 향한 죽음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라몬의 책출판을 돕는다. 훌리아는 자신 또한 퇴행성 질환으로 언제 삶이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과 고통속에서 라몬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고 라몬과 함께 삶을 마감하기로 약속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의 정성 어린 돌봄을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라몬이 요청한 안락사 재판은 기각이 되고 마음을 열었던 훌리아 마저 약속을 저버려 자신의 죽음을 이룰 수 없게 된 라몬은 절망하게 된다. 라몬을 사랑하게 된 로사는 그의 의지를 존중해 죽음을 도와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라몬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고 라몬은 카메라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라몬은 주어진 여건을 감사히 받아 들일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런 자유 없는 삶은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삶이 아니라고 말한다. 침대에 누워서 보낸 삶은 그를 구차하게 만들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지 못함에 좌절하게 만들었다. 라몬은 의존적이며 희망 없는 삶을 끝내고 싶어한다. 삶은 의무가 아니고 권리이므로 가치가 없는 삶을 존엄하게 마칠 수 있게 해달라는 그의 외침 앞에 나는 멍해졌다. 고통을 끝내고 자유롭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도피일까? 아니면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자유의지일까? 영화는 삶이 무엇인지, 자신의 죽음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 자유와 권리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질문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댓글 5
  • 2022-08-01 18:23

    "왜 자주 웃나요?"

    "도망갈 수 없고 남들에게 계속 의지할 수도 없을 때 웃음으로 울게 되지요." 

    전 이 한마디가 영화의 색과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을 아시지요? 

    삶은 권리인가? 의무인가? 라몬이 던진 이 질문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다시 한번 영화를 봐야겠어요. 

    p.s: 전 씨 인사이드라는 제목을 보고 'Sea inside' 일까? 'See inside' 일까? 생각해보았어요. 물론 Sea inside입니다만 See inside여도 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어요~~

    • 2022-08-02 07:01

      오호 저는 당근 'See Inside'인줄 알았어요... 그러고보니 사건의 발단인 'Sea inside'도 맞겠다 싶네요. ^^

    • 2022-08-04 18:00

      저도 의심의 여지없이 see inside라 생각했어요. 세상에나. 영화 다시 봐야 하나 싶네요.

  • 2022-08-02 07:15

    이 영화가 2007년 발표된 영화인데..

    1969년생인 하비에르 바르뎀이 38세에 찍었다는게 놀라웠어요.

    도저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름뎀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어서요.

    영화상에선 40대중반 이후의 설정이였지만 실제로는 더 늙어보이는 전신마비가 된 사람을 

    연기했던 영화속 그와 요새 행사장에서 선명하고 활력 넘쳐보이는 50대의 그가 너무나 대비되어

    아 신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어요. 

    또 훌리아와 해변에서 키스를 하는 상상 장면에서 라몬의 절망도 아주 조금 이해가 되었어요.

    새처럼 훨훨 날아다는 듯한 카메라 앵글과 침대 속에 묶여있는 라몬의 시선의 앵글이 겹쳐지면서

    또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텍스트와 영화 모두 무거워 생각도 무거워집니다. ^^

  • 2022-08-04 18:10

    삶은 의무인가 권리인가? 저도 이 대사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라몬의 선택을 막을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세미나, 특히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자유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명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고 그 내용이 찬반이 뒤바뀐 차원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확신의 강도가 좀 달라졌달까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머릿 속이 복잡했습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을 제도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실행할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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