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자기서사> 영화리뷰1 - <아무르>

새벽별 이효진
2022-07-20 11:47
141

2022 양생글쓰기 / 죽음 앞에 서 있다면 / 영화 아무르감상후기 / 20220720

 

이효진

 

평온한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던 조르주와 안느에게도 결국 오고야 말았다. 삶을 조금씩 갉아먹다가 끝내 삼켜버리는 노년의 병듦이. 실패확률이 5%밖에 되지 않는 수술을 한 안느는 어이없게도 5%의 확률에 들어가게 된다. 멀쩡했던 아내는 반신불수가 되어 돌아왔다. 더 이상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마주하게 된 순간에 조르주와 안느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원망이었을까. 막막함이었을까. 혹은 절망감이었을까.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아내를 휠체어에서 일으켜 의자로 옮기는 장면은 아주 느리고 힘겹다. 그것은 앞으로 이 부부가 겪어야 할 일상을 암시한다. 갑자기 아픈 사람으로 변해버린 아내와 그것을 그저 지켜보며 돌봐야하는 남편. 그들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르고 그 시간의 대부분이 힘겨움으로 채워지게 된다.

 

병원에서 돌아온 안느는 조르주에게 한 가지 약속만 해달라고 부탁한다. “다시는 나를 병원으로 보내지 마.” 조르주는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노부부는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살아있기 때문에 주어진 하루24시간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용변도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어려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겨운 안느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조르주 또한 최선을 다해 돌보지만 자신의 체력과 능력에 한계를 느낀다.

 

딸이 찾아와 엄마의 모습을 보고 걱정하지만 조르주는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한다. 안느의 상태가 더 악화되었을 때 다시 찾아와 화내는 딸에게 조르주는 “네 집에 데려갈거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딸은 차마 대답하지 못한다. 늙은 노부부에게 이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지만 모른 척 돌아가는 딸의 모습에서 나를 본다. 부모의 진짜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싶은 철없고 이기적인 자식의 마음. 나는 가끔 무서워진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휑한 집에 혼자 있는 딸처럼 나에게도 올 그 순간. 부모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날이 닥치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워 지금은 고개를 흔들며 회피하게 된다. 안느의 병이 더 진행되면서 대화를 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된다.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참 길어.”라고 말했던 안느는 이제 물도 먹기를 거부한다. 마치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듯이. 그런 아내를 달래다가 지친 조르주는 급기야 아내의 뺨을 때린다. 자신도 통제하지 못한 찰나의 순간에 했던 그 행동이 아내에 대한 걱정이었는지 돌봄의 한계에 부딪친 분노였는지 알 수 없다.

 

 

 

안느가 누운 채로 아프다는 말만 큰소리로 정신없이 내뱉던 어느 날, 조르주는 안느를 달래며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안정을 다시 찾은 안나의 얼굴 위를 베개로 짓누른다.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나는 아직 마지막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조르주의 마지막 행동이 충동적이었던 건지, 찬찬히 계획해 왔던 건지 모르겠다. 그 마음을 이해해보기에는 나는 아직 그 시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며 우리 모두 결국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나 또한 멀지 않아 닿게 될 그 순간,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피하고 도망쳐도 오고야 마는 그 순간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제목은 프랑스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무르’다. 감독은 어떤 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름답지만 참으로 긴 인생도 언젠가는 끝이 있듯이 사랑도 끝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걸까. 조르주의 마지막 선택이 사랑이라면, 이 사랑은 최승자 시인이 말한 선량하고도 괴로운 관계-가족-의 사랑이 아닐까.

 

행복하기만 한 인생, 아름답기만 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듯이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아름답게 늙어가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죽음 너머의 세계를 가본 적이 없기에 감히 죽음에 대하여 더 이상의 정의를 하지 못하며 이 글을 마친다.

댓글 7
  • 2022-07-20 12:17

    이건, 간병살인일까요? 조력자에 의한 자유죽음일까요?

    어마무지하게 어려운........................................................

  • 2022-07-20 18:02

    보는 동안 저번시간 공부했던 간병을 잘받을 몸과 마음에 대해 계속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나의 몸에 무엇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간병 잘 받는 몸을 만들어 놓은 뒤라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어렵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씨인사이드>도 그렇고요.

  • 2022-07-21 00:02

    세미나 후 잠이 안 와서 핸폰을 뒤적거리다, 마침내 영화 후기를 달자 결심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잠깐 시민적 돌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에서 나오는 아픈 사람과 돌보는 사람의 이야기. 그것을 영화로 목격하고 있어서였겠죠. 그렇게 영화를 보다 충격 반전에 답답했던 마음은 한층 더 무거워졌습니다.  

    헌신적으로 간병하던 조르주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더이상 생을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는 안느와 더이상 삶을 꾸려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스스로를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더 늦기 전에 “죽음”으로 사랑을 완성한 걸까? 사랑이란 그토록 무거운 책임이었던가? …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은 알았을까요? 답이 없는 영역이라 영화도 모호한 질문만을 남긴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너무 어려운 영화라 감독에게 짜증내는 거겠죠, 제가? ㅎ)

    안느를 죽인 후, 꽃을 사다 또각또각 다듬던 장면. 꼼꼼하게 문에 테이핑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저는 엉뚱하게 아내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나서, 조르주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 2022-07-21 07:09

      저는 아내와 같이 저세상으로 산책가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아마 조르주는 부엌방에서 자살했겠지요. 

      그렇게 마지막 장면을 맺음 너무 삭막하고 퍽퍽하니까요.

      중간 중간 꿈과 회상 장면이 현실과 구별이 안되게 연출한 것도 좋았어요.

      다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맺기 위한 밑밥이었던거 같아요.

      • 2022-07-21 09:58

        !!!!!

        자살했겠지? 했는데 보여주지 않아 의심했어요(나란 사람 몹시 단순) 

        저는 비둘기가 계속 들어오는 것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비둘기 너무 싫어해서 일단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등장시킨 건 그냥 한 연출은 아니지 싶은데… 여하간 이래저래 츠암 어려운 영화였슴다.

        • 2022-07-26 07:15

          오 비둘기는 아무생각없이 봤는데, 지영샘 댓글을 보니 확 떠오른 생각이.

          길을 잃은 비둘기, 안나를 상징하는 것인가?? 하는..

          하늘위가 비둘기의 자리인데, 잘못 들어와 조그만, 네모난 현관 전실에 갖힌 비둘기가

          계속 맴돌고 있는 안나를 상징하는 것 같은.

          그러다 처음엔 밖으로 날려 보내줬는데, 두번째는 잡고서는 어떻게 하는지 안보여주잖아요.

          오오 소름......

  • 2022-07-21 07:55

    10년쯤 전엔가 개봉당시 이 영화를 보고 어찌나 충격이 오고 불편하던지, 영화봤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 처리해버렸죠.

    효진샘의 담담한 후기에 힘입어 이제야 되새겨봅니다. 

    생각을 아예 멈춰버리게 할 정도로 충격을 준 조르주의 마지막 선택들을 차라리 영화의 첫머리로 옮겨놓고 싶습니다.

    나머지 부분들은

    조르주와 안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마지막 나날들의 모습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것.  그럼으로써

    조르주가 왜  모든 것을 끝내려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 지 조금이나마 설명되는 거죠...

    돌봄사회화에 대한 고민이 활발하긴 하지만

    죽음, 돌봄 에는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지점이 있고 그때문에  침묵된 영역 또한 나란히 거대하게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 꾸역꾸역 말하게끔 만드는 게 재현의 힘인가보다 싶은 뻔한 생각이 새로 올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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