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S2> 1회차 후기 "그 여름 이후..온갖 후회가 나를 엄습했다"

관리자
2022-06-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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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밸 드 쿠르리브롱의 <내가 늙어버린 여름>으로 양생글쓰기, <나이듦과 자기서사> 시즌2를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편하고 재밌게 읽으셨다고 했어요. 깜빡 잊거나 다른 바쁜 일이 있었던 몇 분을 제외하고 메모도 모두 작성해오셨구요.

저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것?

 

 

"나는 때때로 우리가 투쟁을 통해 얻어낸 대대적 사회변화의 덕은 볼 대로 다 보면서,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가 위대한 전진을 이루어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은 채 우리를 비난하는-때로는 정당한 비난인 경우도 물론 있다- 여자들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78) ---제가 자주 이렇습니다. ㅋㅋ

 

"지금보다 더 젊고,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여행을 다니던 때, 우리의 짐 가방엔 책이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봉투가 가득한 가방을 끌고 다닌다. 스무 살 때, 우리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고, 서른이 되자 일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마흔이 넘자 청소년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 커플의 어려움 등을 화제에 올렸고, 쉰 줄에 들어서자 리프팅을, 예순이 되면서는 퇴직과 각족 계획이 수다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 맞아요, 이제 여행갈 때는 책보다는 약을....ㅠㅠ

 

"오늘 우리는 영화며 책, 사고와 경험치, 여행과 정치 등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결국 건강 문제로 귀결되고 말았는데.... 곧 가정의학과 의사, 물리치료사, 침술사, 자연요범 치료사..제일 싼 값에 골밀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검사소를 비롯하여, 보다 위중한 경우, 각종 전문의 내지는 외과 의사들 연락처 주고받기로 넘어간다."--- 며칠 전에도 우리 자기배려 까페에는 유퀴즈에 나온 백년척추 의사에 대한 정보교환이...ㅋㅋㅋ

 

 

한스샘과 영애샘이 깊이 공감하신 부분은 또 이런 문장이었어요.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경험이 왜 그들의 눈에는 전혀 유용하게 비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없었다."(54)

 

 

하지만  1세대, 지식인, 여성으로서 그녀가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 - 리프팅, 좋은 와인, 최고의 엘리트, 부자 친구들 - 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이야기는 늙음과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영샘 어머니 말씀처럼 "칠십이 되니까 슬픈 마음이 든다"는, 아직은 아무도 겪지 않았지만 곧 닥쳐올 노인-우울증의 세계에 대해 우리의 탐색이 집중되었습니다.

 

 

노인-우울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보편적 현상일까?

아니 우울증은 여성에게 더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젠더화된 현상일 거야. 우울증은 여성의 고통과 감정을 무시해온 남성중심사회의 결과니까.

아니, 혹시, 어쩌면, 그녀의 우울증은 그녀의 아주 개인적 맥락과 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노인-우울증이 보편적 현상이라고 하더라고 그 원인은 호르몬의 감소에 따른 생물학적 원인 (한스샘)도 있을 것이고 "세계의 상실"이라는 불가피한 현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영애샘)입니다. 68세대인 그녀가 마지막으로 전력투구했던 마크롱의 선거캠프에서의 활동 끝에 그녀는 이런 결론에 도달하니까요.

 

 

"내가 간직한 기억, 내가 감행한 모험들은 젊은이들을 매료시키지 못한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들은 그들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그것이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세계의 차이임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나는 마지막으로 정치에 참여했고, 그 결과 앞으로 이 세상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세대들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는, 지금까지의 기나긴 경륜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영역에서의 은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터이다"(58)

 

 

 

아마, 우리 모두 그렇게 될 것입니다. 늙은 몸을 보여주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에서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게 될 때, 그 때 엄습하게 될 상실감, 슬픔, 우울, 후회의 감정들을 겪으면서 '라떼는~'을 되새김질 하지 않으려면, 전방위적 분노를 터뜨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녀는 자신을 성찰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만들어왔던 "고유한 이야기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것들을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내가 격렬하게 거부한 모든 것"이었던 엄마도, 다섯살 때 자기를 떠나버린 아버지도, 심지어 "너무나 힘들게 이혼했기 때문에 그 후 여러 해 동안 서로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던 전 남편과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그것을 화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어느 날 그녀가 있는 파리로 전 남편이 왔을 때 그가 갑자기 몸을 숙여 구두끈을 매는 순간 언제나 풍성하던 그 남자의 정수리가 휑해진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울컥합니다. 그리고 "모든 회한과 오해가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글쎄요. 이 말년의 화해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었습니다. 충분히 공감한다,도 있었고, 공감을 유예하는 입장도 있었던 것 같아요. ㅎ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늙어버린 그 여름의 상실에 맞서 나름대로 (시적이고 우아한 결코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을 해나갔습니다. 우리에게는 나이듦의 경험과 관련된, 이와 같은 미시적 이야기들이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1
  • 2022-06-24 19:15

    늙었음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다며 구질구질한 글을 쏟아내느라, 저자의 글에 집중해서 파고들지는 못했습니다. '내 기분에 너무 빠졌어'라는 타박을 하며 오가는 말씀들 듣다가, '존재감'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습니다.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상실감의 한 원인이기도 하겠지요? 제가 우울에 빠져버린 이유같기도 했어요. 이 국면에서 나오기 위해 저는 지금까지 활동해온 분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줄이고?), 인생 2막을 살아갈 새로운 무엇을 찾자 생각했어요. 하지만 일흔이 넘은 저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얘기겠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과거를 갈무리해가는 것 외에 더 할 게 없을 나이. 이런 문장을 쓰는 것만으로도 쓸쓸함이 밀려옵니다.

    하나 더 보태자면, 제가 책을 읽으며 유일하게 표시해둔 부분은 88쪽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낙담에 낙담을 거듭하며 황폐한 사막을 가로질러야 했던 그 50년의 세월을 돌아보자니, 나의 생각과 젊은 시절의 투쟁이 계승, 발전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행복하다. 그렇지만 늙는다는 것은 이미 구태의연해진 논리 속에 다시금 몸을 던지지 않고, 대신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의 저, 우리 세대의 숙제 같기도 해서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나이는 70보다는 더 빨랐으면 좋겠다, 내 나이면 적당할까...왜 놓치 못할까?.. 복잡하고 착잡하고 그랬습니다.

    "더 많은 개인의 서사가 나와야 한다"는 문탁쌤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이거구나' 싶은 것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어요. 갱년기를 맞고 '열심히 달렸다'는 얘기들만 몇 개 걸리더라고요.ㅠ.ㅠ (손도 까딱하기 힘든데 달린다니...) 

     

    (잠깐 공지) 다음주 발제는 저와 해성쌤이 합니다. 분량이 3개 장이어서 1~2장은 해성쌤 / 2~3장은 저. 이렇게 나눴고요. 겹치는 2장은 두 사람은 어떻게 다르게 읽었나 확인할 수 있는 게 관전?포인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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