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3차시 보충 정리^^ - 쾌락, 영혼

문탁
2022-03-31 16:53
326

하하...어제의 갑분철학... 다시 요약할게요.

처음엔 의욕이 넘쳤는데 쓰다보니 지쳐서....ㅋㅋ

 

1)쾌락

 

   <노년에 대하여> 13장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오잖아요? "가이우스 파브리키우스가... 티네아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 - 자칭 현인이라는 사람이 아테네에 있었는데, 그 사람이 우리의 모든 행위가 쾌락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매우 놀랐다 하네"(p69)

 

   요기의 현인이 바로 에피쿠로스...에요. 그래서 <노년에 대하여>의 세번째 파트, '노년은 쾌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의 내용은 에피쿠로스의 '쾌락'을 염두에 두면서 읽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렇다면 에피쿠로스 철학에서의 '쾌락'은 무엇인가?  좀 길지만 에피쿠로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봅시다

 

   “우리는 다음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욕망들 epithymia 중 어떤 것은 자연적이고 다른 것은 공허하며, 자연적인 욕망들 중 어떤 것은 행복을 위해 필요하며 어떤 것은 몸의 휴식을 위해 필요하며 다른 것은 삶 자체를 위해 필요하다. 이런 사실을 잘 관찰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피할 때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을 참고하도록 해준다. 왜냐하면 이것이 행복한 삶의 목적이므로...우리는 항상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즉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행동한다. 그리고 일단 이것이 얻어지면 모든 마음의 폭풍우가 사라진다. ... 즉 우리가 쾌락의 부재로 인해 고통을 느낄 때에는 쾌락을 필요로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쾌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쾌락이 행복한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쾌락을 우리에게 타고난 첫 번째 선이라고 인식하며, 선택하고 기피하는 모든 행동을 쾌락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모든 선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느낌을 사용하면서, 쾌락으로 다시 돌아간다.....

 

결핍으로 인한 고통이 제거된다면, 단순한 음식도 우리에게 사치스런 음식과 같은 쾌락을 준다. 또한 빵과 물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배고픈 사람)에게 가장 큰 쾌락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사치스럽지 않고 단순한 음식에 길들여지는 것은 우리에게 완전한 건강을 주며, 우리가 생활하면서 꼭 필요한 것들에 주저하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사치스러운 것들과 마주쳤을 때 우리를 강하게 만들며, 우리가 행운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쾌락이 목적이다’고 할 때, 이 말은, 우리를 잘 모르거나 우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방탕한 자들의 쾌락이나 육체적인 쾌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쾌락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왜냐하면 삶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계속 술을 마시고 흥청거리는 일도 아니고, 욕구를 만족시키는 일도 아니며, 물고기를 마음껏 먹거나 풍성한 식탁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모든 선택과 기피의 동기를 발견하고 공허한 추측들을 몰아내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계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에피쿠로스 <쾌락>, 문학과지성사, p48)

 

그런데 키케로는 여기서 이야기하는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에 속했던 것일까요? ㅎ

 

이정우 선생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키케로는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여러 각도에서 공격했다. 그는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가 아리스티포스(퀴레네 학파의 창시자입니다. 쾌락을 강조했습니다. 에피쿠로스의 쾌락각자 찾아보시면 될 듯)에서 유래한 천박한 생각이라고 보았다. 그가 ‘숙녀들의 모임에 창녀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그렇게 쾌락을 덕들의 모임에 끌어들였다’라고 비난했다.(<최고선악론>) 나아가 ‘고통이 없다’는 것과 ‘쾌락이 있다’는 것을 동일시함으로써 (하나의 말로 표시함으로써) 혼란을 가져왔으며, 쾌락을 추구할 뿐 이성이 결여된 저급한 철학이라고 보았다. 또 사회적 활동과 국가에 대한 의무를 중시한 그가 볼 때 에피쿠로스주의는 은둔과 도피의 사상에 불과했다. 에피쿠로스의 사상에는 쾌락과 유익함이 없어도 마땅히 추구해야 할 도덕이라는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이정우, <세계철학사1>, p507)

 

 

2) 영혼

 

(한참을 밖에 있다가 왔더니...이젠 짧게..^^ )

 

<노년에 관하여>의 네 번째 테제... 죽음과 관련하여 많은 분들을 당혹시킨 것이 영혼불멸설이었죠?

 

“거의 우리나라 사람이다시피 했으며...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는 우리가 우주의 신성한 영혼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영혼을 갖고 있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는 듣곤 했지. 이외에도 소크라테스가 그의 생애의 최후의 날에 영혼의 불멸성에 관해서 논했다는 이야기들이 있지...영혼의 재빠름이라든가 지나간 일에 대한 기억이라든가 미래에 대한 예견이라든가 많은 기예라든가 학문이라든가 발명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존재가 사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믿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네...”(21장, p112)

 

그래서 아주 짧게 영혼의 역사를....ㅋㅋ..

일단 영혼은 그리스어로 프쉬케psychē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숨, 생명...이라는 뜻이었지요

 

그런데 자연철학자들, 특히 아낙시메네스가 공기와 영혼을 연결시키면서 다른 원소들(불, 바람, 구름, 물, 돌)의 근원으로 봅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있는 것들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이것에서 모든 것들이 생겨나서 다시 그것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공기인 우리의 혼psychē이 우리를 결속해주는 것처럼, 바람과 공기는 세계 전체를 감싸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아카넷, p151)

 

그런데 피타고라스 학파, 오르페우스교에서는 영과 육을 철저히 구분하는 이원론을 펼칩니다. 자연철학시대의 영혼, 그러니까 물질 중의 가장 영묘한 것으로부터,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 즉 육체/물질과 대비되는 영혼/비물질의 이분법이 펼쳐지는 거지요. 이후 소크라테스/플라톤은 피타고라스 학파와 매우 유사한 영혼불멸설/윤회설을 펼치게 됩니다. (궁금하신분은 더 찾아보는 걸루다가^^)

 

하여, 키케로는 노인들의 죽음이야말로 “마치 저절로 어떠한 힘의 작용도 받지 않고 연소하여 불이 꺼지는 것” 혹은 “성숙하여 무르익은 경우..저절로 떨어지는 것”처럼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니 애닯아할 일이 없으며, 나아가 “영원한 생명이 뒤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거지요.

 

 

일단 어제 제가 이야기한 내용, 요거였어요^^

댓글 4
  • 2022-03-31 17:03

    성숙하여 무르익는 노년.. 참 멋진 나이듦.. 입니다. 

  • 2022-03-31 20:43

    자세한 이해를 위해서 이렇게 긴 설명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쾌락이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 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노년의 쾌락을 다시 생각해봐야 겠네요.

  • 2022-04-01 07:19

    "내가 말하는 쾌락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부터의 자유이다. ...

    오히려 모든 선택과 기피의 동기를 발견하고 공허한 추측들을 몰아내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계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이 이런 것이라면 키케로가 말한 

    "확언하건데 어떠한 쾌락도 정신적인 쾌락보다 더 클수는 없다네"(77쪽) 와 

    달라보이지 않는데요. 

    키케로는 왜 그렇게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싫어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아 또 공부할 거리가 생겼네요..ㅎㅎ

    긴 정리 감사합니다.^^

  • 2022-04-01 11:43

    아주 잘 읽고  옮겨적어두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19
2023년 마지막 에세이 데이 후기 (7)
김혜근 | 2023.11.30 | 조회 341
김혜근 2023.11.30 341
118
[초대] <나이듦과 자기서사> 2023년 마지막 에세이 데이 (11/26일)에 와주세요 (12)
문탁 | 2023.11.21 | 조회 400
문탁 2023.11.21 400
117
<가을시즌10주차 공지> - 에세이쓰기 3차 피드백 - 수정안- 1122 (12)
문탁 | 2023.11.16 | 조회 283
문탁 2023.11.16 283
116
<가을시즌 9주차 공지> - 에세이쓰기 2차 피드백 - 초안- 1115 (9)
문탁 | 2023.11.12 | 조회 218
문탁 2023.11.12 218
115
<가을시즌 8주차 공지> - 에세이쓰기 1차 피드백 - 초초안- 1108 (10)
문탁 | 2023.11.06 | 조회 235
문탁 2023.11.06 235
114
[s3-7주차 후기] <‘나’의 죽음 이야기 > (2)
평강 | 2023.11.04 | 조회 193
평강 2023.11.04 193
113
[s3-6주차 후기] 대세는 SF! (6)
혜근 | 2023.10.30 | 조회 253
혜근 2023.10.30 253
112
[s3-7주차 공지] <숨결이 바람될 때 > - 10월 마지막 날에 '죽음'을 생각합니다 (12)
문탁 | 2023.10.30 | 조회 317
문탁 2023.10.30 317
111
[s3-6주차 공지]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2- 낯설고 또 고전적인 테드 창의 sf (4)
문탁 | 2023.10.24 | 조회 264
문탁 2023.10.24 264
110
[s3-5주차 후기]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알 수 있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거지? (4)
바람 | 2023.10.23 | 조회 231
바람 2023.10.23 231
109
[S3- 4회차 후기] 커다란 연관과 중심 질서에 대하여 (3)
김은영 | 2023.10.16 | 조회 174
김은영 2023.10.16 174
108
[s3-5주차 공지]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1- 드디어 테드 창의 SF를 읽습니다 (6)
문탁 | 2023.10.15 | 조회 210
문탁 2023.10.15 21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