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후기

기린
2022-08-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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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다> 2022년 다섯번째 상영작으로 '애플'을 골랐다.

 올해 드라마-코메디-B급영화 로 이어지는 기획전의 두번째 드라마 장르로 선정한 영화이다.

첫번째 드라마 장르로 선정된 '코다'는 관객이 너무 없어서 썰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일이 필름이다 회원들과 친구들에게 개인톡을 해서 초대했다. 

그 결과 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영화를 봐서 좋았다.

'애플'의 주인공 알리스는 원인불명의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영화에서는 일종의 '유행병'이다.

그래서 알리스는 이 병을 앓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알리스는 프로그램 미션을 수행할 때 마다 사진으로 그 결과물을 남기는데, 그 미션이 자전거 타기나 공포 영화 보기,

스트립바에 가기, 데이트 등인 것이 기억과 어떤 연관을 지을 수 있을지 참 아리송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반전은 이렇게 기억을 상실하면서까지  잊고 싶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이었다.

즉, 알리스는 아내의 죽음을 잊어버리고 싶어서 실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곳곳에 알리스가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대로 행동하는 씬이 포진되어 있다.

실제 환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도 잊어버리는데, 알리스는 계속 사과를  찾아 먹는다던가,

공원에서 이웃집 개를 알아본다던가(개가 냄새로 먼저 알아보긴 했지만), 

드라이브 중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른다던가.

이런 장면을 통해 알리스는 잊으려 할수록 더욱 잊히지 않는 아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괴로움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알리스는 프로그램 미션을 멈추고  아내가 없는 집으로 돌아가 소파에 앉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시대를 예측할 수 있는 장치를 최대한 배제해서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에 집중하도록 편집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알리스의 미션을 따라가며 기억이 사라진 몸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뇌에서 작동하는 기억이 없어도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을 하는 것 등 말이다.

이럴 때 기억과 몸은 따로 분리할 수 있을까. 나를 증명할 수 없는 순간에도 몸은 기존의 습대로 움직인다면,

그 때의 나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은 뒤로 하고 영화 후 수다로 이어졌다.

이것을 드라마 장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화면 구성의 특이한 점,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니

드라마 일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을 나누었는데, 너무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이 영화를 추천한 장본인으로 나는 혼자서 이 영화를 보면서 기억 상실의 유행병이라는 SF적 요소로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겠다는 예상을 하면서 골랐는데

정작 영화에서는 그런 얘기는 못했던 것 같다. 함께 영화를 보고 중구난방 수다는 좋지만,

영화 선정의 까다로움을 생각하면 그저 누가 픽해주고 기대없이 보면서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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