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4월 상영작 '코다' 후기

2022-05-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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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감각하는 방식으로의 이 영화.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는 귀가 들리지 않는 부모님이나 후견인에게서 자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루비도 청인 가족들의 소통을 돕는 코다이다. 루비의 가족들은 어부 이고, 루비는 하루도 빠짐없이 가족들과 함께 새벽 배를 탄 후 학교로 향한다. 루비의 학교생활 에서는 적당히 뻔~하게, 생선 냄새가 난다며 놀리는 지지리 못난 아이들이 있고, 반면 항상 곁에 있어 주는 다정하고도 쎈 친구도 있다. 루비는 우연히?(아니 운명적으로?)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 자신이 노래 부르는 것을 얼마나 좋아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루비가 좋아하는 마일스 역의 청년은 영화 싱스트리트(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 영화)의 주인공, 코너였다. 듀란듀란 류의 흥겨운 80년대 신스팝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비주얼로 우리 가족이 모두 꽤나 열광 했던 영화였기에, 나는 별다른 정보 검색이나 고민의 필요 1도 없이 ‘필름이다’ 의 4월 상영작을 다소 들뜬 마음으로 보러 간 것이다. 하하. 그리고 후기를 쓰게 된 것이다. 하하하.

 

아~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루비는 줄곧 가족들에게 세상을 이어주는 선물 같은 존재였고,

그 자신도 가족들과 자신을 떨어뜨려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 때까지는...

루비는 열정적인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려! 버클리 음대의 오디션을 준비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을 돕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그 사이 온난화로 인한 어획량은 자꾸만 떨어지고, 수산 자원 관리를 앞세운 조합(여기서는 조합 또는 조합의 우두머리들이 영세어부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편이 아닌, 정부와 개인의 중간에서 단물을 빼먹고 있는 듯 해 보인다.)과 어부들이 더 큰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어부들의 한숨은 더 깊어진다. 어부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들리지 않는 불편함으로 소외되고, 어업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위험을 늘 감수해야 하는 루비네 가족의 생활고는 이루 더 말할 수 없으리라.

루비는 자신을 통하지 않는 세상과의 소통을 두려워하는 부모님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들리지 않는 부모님께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자신을 믿어 주는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노래를 통한 기쁨을 놓을 수가 없다.

한편, 루비의 오빠는 청인인 자신은 믿어 주지 않고 청인이 아닌 루비만을 의지하는 부모님에게는 서운함을 느끼고, 가족에게 얽매여 자신의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루비가 자신의 재능을 믿고 그 길을 가길 권한다.

 

영화는 ‘청인 가족’의 삶이라는 특수성과 ‘가족’ 이라는 관계의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갈등과 성장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더 큰 설득력을 얻게 된 것 같다.

여기 두 가지 장면에 주목해 보자.

하나는 루비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학교를 찾은 루비 가족들이 겪게 되는 특수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장면이다. 가족들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루비는 좋아하는 노래를 하기위해 가족을 떠날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루비의 마음이 알고 싶고 노래 실력이 너무나 궁금하다. 루비와 마일스의 감동적인 듀엣 공연으로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이 모두 압도적인 스탠딩 박수를 보내고 있는데, 노래를 들을 수 없는 루비의 가족들은 그저 주위 사람들의 호응을 흉내만 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카메라는 그들의 감각을 전하기 위해 가족의 시점으로 이동하고, 소리는 잠시 삭제된다.

정적이 흐른다.....

우리는 잠깐 동안 그들의 감각을 공유한다.

또 하나, 아버지는 여전히 딸의 소리가 너무나 궁금하다. 공연에서 부른 노래가 어떤 내용인지 묻고 그 노래를 들려달라고 하는 장면. 루비가 노래를 시작하고 아버지는 손으로 루비의 노래를 느끼고, 루비를 이해하려고 한다.

아버지의 손이라는 감각. 나는 결혼식 날, 처음으로(물론 잊혀 진 어릴 적 기억이 있겠지만) 손을 잡은 것으로 기억할 만큼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했다. 루비 아버지가 루비에게 노래를 청하고 그 소리가 만들어 내는 울림을 느끼기 위해 루비의 목에 손을 얹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공감각적 울림을 전한다.

어느 가족이건 늘 어렵다.

입으로든 손으로든 눈으로든 전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또 기억하고 기억되고 싶은 온기가 있다.

다른 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장애인을 자주 보여주는 것 만 으로도, 그리고 장애인과 미장애인(누구나 언젠가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고 지속적으로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감각은 깨닫고 조금씩 확장된다.

 

5월. 나는 이번 주말에도 <필름이다>의 영화를 보러간다.

함께 본다는 것, 함께 감각을 넓힌다는 것. 그 날처럼 또다시 다소 들뜬다. ㅎㅎ

 

 

댓글 2
  • 2022-05-23 18:44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만난 말리 매틀린을 철부지 엄마로 만나서 반갑더군요

    자주,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이 단어들이 쏙쏙 들어옵니다~

    참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2-05-24 12:33

    재밌었는디 사람이 너무 안 왔어요....ㅠㅠㅠㅠ

    필름이다, 흥해라,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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