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F 세미나 9월 후기_<모킹버드>

노을
2026-10-01 17:39
142

9월 <모킹버드>(월터 테비스) SF세미나 후기

 

이번 세미나는 소영님의 <모킹버드>발제로 시작했다. 1980년대에 나온 이 소설이 다루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대한 문제의식이 과연 지금 여기에서 얼마나 유의미한가를 중심으로, SF 장르라는 것이 무엇이고, 이 소설이 제시하고 있는 ‘읽기’가 갖는 의미는 또 얼마나 타당한지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 차이점 가진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소영은 이 소설이 갖는 구성적 측면의 특이점, 주요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 작가의 개인사와 작품들을 통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배경을 잘 구축해주셨다. 소설의 구성이 가진 흥미로움은 소설 전체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메이크 나인 스포포스의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처리하면서 실제 도시의 모든 것을 알고,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탐지자/관리자로서의 전지적 느낌을 적절하게 반영했음을 포착해주셨다. 또한 벤틀리, 메리 루 등 각 인물들을 중심으로 각각의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는 소설의 구성상 스포포스는 목적의식이 가장 강했던 인물, ‘죽고 싶다’는 목적의식으로 인해 전체 스토리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정서를 깔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벤트리를 중심으로 보면 한 남성의 자기 성장 이야기가 될텐데, 스포포스 이야기가 시작과 마지막으로 붙으면서 성장 서사 이상이 되었다는 발제자의 생각이 인상깊었다. 더불어 스포포스가 죽고 싶은 이유는 관계 부재로 보이는데, 그것이 정말 죽고 싶은 이유에 해당하는 배경인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 지점에서 ‘스포포스’ 죽음의 이유와 맥락에 대한 생각 차이들을 주고받았다. 여기에는 스포포스가 메이크 나인, 인간 혹은 인간을 복제한 로봇의 경계라는 모호한 지점에서 발생한 것도 같았다. 스포포스는 ‘메이크 나인(Make Nine)’ 시리즈의 최종형 로봇으로, 인간의 의식을 복제해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완벽하게 설계된 탓에 스스로 죽을 수 없는 운명에 갇혀 있으며, 이 때문에 삶을 고통으로 인식한다. 스포포스는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에게 성애적 감정을 느끼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이것이 연구원 남자의 뇌를 복제하면서 만든 기억 일부였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신 산란을 막고자 뇌는 복제해도 성기는 없는 복제 로봇이 바로 스포포스였다. 인간을 복제했기에 인간적이지만, 복제 로봇일 수밖에 없는 경계의 위치성.

로봇 스포포스가 죽고 싶은 이유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존재이기에 분신자살을 선택하는 인간들과 다르지 않은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는 입장, 연구원 뇌의 기억이 남긴 자살중독으로 형성된 죽음 중독으로 보는 입장 등 다양하게 펼쳐지는 배경이 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죽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스포포스는 자신이 섬겨야 할 인간이 지구에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자살할 수 없이 프로그래밍돼 있다. 이런 비극적 존재 조건 속에서 죽기 위해 인간을 불임으로 만드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인류 전체가 이미 중독 상태인 최면제에 불임약을 몰래 섞어 인구 조절을 함으로써 인간종을 천천히 말살하는 계획이다. 출산은 멈췄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스포포스는 벤틀리와 메리 루를 끌어들이게 된다.

 

벤틀리는 고대 영화(무성 영화들)을 통해 혼자 ‘읽기’를 독학하고 스포포스에게 ‘일상을 녹음하라며’ 받은 녹음기로 기록하면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생긴다. 메리 루는 모두 대마초와 최면제를 필수적으로 먹는데 홀로 약을 멈추게 된다. 점차 그녀는 이 도시의 시스템에 오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오래전부터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된다. 벤틀리에게 메리 루는 둘은 함께 읽고 많이 섹스하면서 사랑하는 관계가 된다. 그리고 메리 루가 벤틀리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이 시점부터 스포포스는 벤틀리를 감옥에 넣어 멀리 보내버리고 메리 루와 동거를 시작한다.

 

벤틀리의 ‘읽기’ _‘읽기’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전복시킬 혹은 인간성을 유지시킬 방법일까?

 

“책을 다시 내 손에 넣어야만 한다. 만약 내가 읽고 배울 수 없다면, 생각할 가치가 있는 거리를 가질 수 없다면, 이렇게 계속 살아가느니 차라리 분신자살을 하는 게 나을 거다”

 

->벤틀리에게 읽기는 생존의 문제였다.

 

“어제 밤새워 책을 읽었고, 게다가 하루 종일 강도 높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지금 무척 피곤하다. 그래도 책들을 손에 넣어서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른다. 내 머릿속은 온종일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전부 다 새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니까.”

“나머지 책들 중 상당수 또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에게 책은 여전히 더 크고 불분명한 어떠한 무늬를 이루고 있는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 묘하기도 하면서 불명확한 느낌을 주는 문장들, 나를 슬프게 하는 문장들도 종종있다. ... 이제 글을 그만 쓰고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 내 삶이 아주 이상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읽기는 일종의 ‘혁명적 읽기’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을 위한 도구가 아닌,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읽기.

 

발제자는 테비스의 모킹버드가 제시하는 ‘읽기’의 세계에 대해 두 명의 저자를 초대해서 읽기가 하나의 대안적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모색한다. 먼저 샹바오는 우리가 타인에게 무관심해지는 이유가 서로 너무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낯선 사람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의존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 가장 쉬운 실천적 방법으로 ‘읽기’를 거론했던 것을 가져왔다. 테비스 역시 읽기를 인간에게 남은 거의 유일한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메리루가 스포포스에게 읽기를 가르쳐준다고 하자, 이미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그가 이를 거절하는 장면, 그럼에도 끝내 숱한 정보들 사이에서 자신이 찾는 뭔가, 정보 사이의 미묘하고도 구체적 차이들은 알 수 없다는 점을 꼬집는다. 사사키 이타루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반복 읽기 속에서 자신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망상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말 그럴까란 질문들, 공감의 말들이 쏟아졌다. 사사키 아타루는 읽기와 정보와 구분. 발제자 역시 읽기가 정말 대안일까 고민한다는 말, 그런데 다른 방법이 있나. 그냥 인간이 가만히 자기를 지키며 있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하셨다. 읽기는 읽을 수 없는 것, 불명확한 일상이자 세계로 진입하는 읽기라는 점에서 일종의 혁명적 읽기이며, 공적성격을 가진다는 문탁샘말이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세계를 재구성한다는 것. 그런데 우리 아래 세대로 간다면 여전히 읽기가 대안이 될까. 각자도생, 개취의 사회에서 아무도 알고리즘 질문하지 않을 때 우리의 관계성은 어떻게 될까. 그랬을 때 탈주선은 읽기로 가능한가. 고립 속에서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런 점에서 문탁공동체의 청년들의 진득한 읽기 행위들에 걸어볼 낙관의 말을 아렘샘께서 남겨주셨고, 남태령/트위터 등 읽기를 통하지 않고도 구축되는 새로운 세대의 만남, 관계 맺기 방식을 청량리샘께서 남겨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근래에 앤 츠베트코비츠의 <우울:공적감정>을 읽었다. 일상생활의 유토피아로서 제시하는 반복과 일상의 다채로운 영적 실천들을 다루는 내용 속에서 관계성, 신체성을 고려하는 ‘같이 읽기’, ‘모여서 뜨개질’, ‘트위터로 만남 도모하기’ 등 다양하고도, 창조적인 영적 실천으로 일상을 재구성하는 일들, 그 뻔한 말들이 여전히, 아직은 더 담론화되어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늦은 후기에 좋은 메모들을 다 싣지는 못했지만, 클라라와 태양을 시작하기 전 약간의 마중물이 되길 바라며 올립니다. ㅎㅎ

 

 

댓글 2
  • 2026-10-05 20:25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 로봇의 등장은 어쩌면 인간이 마주하게 될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되네요. 점점 SF 소설쓰기도 어려워 질 것 같아요. 소설이 아니라 조만간 곧 나타날 것만 같거든요. <우울 : 공적공감>에 소개된 일상적이고 다양한 영적 실천들이 궁금해 집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6-10-08 00:21

    저눈 스포포스에 자꾸 시시포스가 겹쳐져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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