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12월 <럭키몬스터> 후기

뚜버기
2021-12-27 00:10
689

올해는 어쩌다 보니 일정이 계속 어긋나서 필름이다 영화를 계속 놓쳤다. 그러다 마지막 상영에 날짜가 딱 맞아서 오랫만에 필통 친구들과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얼떨결에 관람후기를 쓰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ㅠㅠ.

 

아무래도 스포없는 후기는 어려울 듯하니 양해바랍니다 ㅋㅋ.

 

상영작은 <럭키 몬스터>.  2019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로 봉준영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라고 한다. 

사채업자에게 협박당하고 동네 고삐리양아치들에게도 무시당하는 가련한 다단계 녹즙기 판매원 도맹수씨가 사랑하는 아내와 눈물겨운 위장이혼을 한 뒤 갑자기 50억 복권에 당첨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많은 사람들이 로또 당첨을 꿈꾼다. 로또 당첨되면 뭘 할까? 도맹수씨는 오직 아내를 구해내려는 일념 뿐이다. 돈의 힘 덕분인지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들을 넘어서서 또 다른 자아인 럭키몬스터를 입닥치게 만들고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그는 히어로가 된 것일까, 몬스터가 된 것일까.

 

엔딩자막이 올라가니 여기저기서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잔인한 장면이 난무해서 별로라는 평, 폭력적인데 뻔한 클리셰라서 지루했다는 평, 뭔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평.. 

나는 좀 다르게 봤는데 .... 장난감 장도리도 그렇고, 싼티나는 온갖 소품들, 짝퉁 킹스맨 에이전시 같은 HB컨설팅까지도 감독이 깔고 있는 블랙 코미디가 왠지 정겹다고 할까....등장인물들은 의상에서부터 후질근하고 주인공의 집, 다단계 사무실, 사격장, 다방, 골목골목 어디 하나 구차함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는 게 참....

어떻게 보면 파이트 클럽이 23 아이덴티티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인데 거기에 B급 정서의 블랙코미디로 풀어가서 신선했던 것 같다.

 

불교공부에 심취한 띠우쌤은 무상고 어쩌구 하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댓글로 알려주시길... 
암튼 아내를 구하는 액션 히어로가 되려는 집착이 "나는 내가 알아서 살아...누가 누굴 구해"라는 한마디로 무너져 내린 씬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왜 하필 복권 당첨를 계기로 삼았을까? 돈의 힘에 대해 말하려고 한 걸까? 복권이 아니었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 등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다들 앞다투어 이야기를 하려 했다는 점에선 좋은 영화를 함께 보았음에 틀림없다. 그믐쌤 말처럼 혼자는 보기 쉽지 않은 불편한 영화, 그런 영화를 함께 보게 해주는 게 필름이다 영화의 좋은 점인 것 같다.

 

 

댓글 3
  • 2021-12-27 10:18

    "파이트 클럽이 23 아이덴티티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

    : 요 문장에 영화 제목이 몇개 일까요?

    이 영화들과 <럭키몬스터>와 어떻게 연관될 지 궁금~~

    여튼 영화는 소품(소소한 삶의 품격을 느끼게 하는 영화)이 좋다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요시노 이발관>을 보면 소품의 멋을... 어쩌면 B급일지도 모르는 제 취향을 누렸습니다~~~ ㅋㅋㅋ

  • 2021-12-27 10:50

    "파이트 클럽이 23 아이덴티티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

    : " 요 문장에 영화 제목이 몇개 일까요?

    이 영화들과 <럭키몬스터>와 어떻게 연관될 지 궁금~~ "   👍 역쉬 ! 이렇게 물어보면 되는 거였네요.... 저도 궁금~~

    저도 뚜버기 샘처럼 좀 다르게, 정겹게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음 공부가 부족한 탓이겠죠...

     

  • 2021-12-27 14:28

    주인공에게는 아내가 꼭 지켜야할 대상이었죠

    그게 무너지는 순간을 두 가지로 보는 관점들이 흥미로웠어요

    파괴되어 무너지는 것으로도 볼수 있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으로도 보고..

    불교 공부가 궁금(?)하신 뚜버기님께
    아함경 한권 선물할까 싶네요ㅎ

     

    그나저나 기린+그믐님 아쉬움에
    다음 영화는 꼭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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