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S2 에세이발표의 날 후기

이효진
2022-08-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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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휴가 시즌, 연이은 코로나 확진이 맞물린 덕분에 시즌1보다 유난히 바쁘고, 조금은 어수선했던 시즌2의 세미나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이번 시즌의 피날레였던 리뷰쓰기를 하는 동안 다들 고난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마침표를 찍고 나니 홀가분해지네요. 시즌3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 기분을 누리겠습니다.^^

 

 

 

이번 시즌에 리뷰 된 것 중 단연 최고의 인기작은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 였습니다. 문탁샘께서는 왜 다들 가장 어려운 책을 선택해서 고생하느냐고 하셨지만, 우리 모두 사서 고생하러 온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첫 번째 발표는 올해까지만 하고 다시는 글쓰기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쓰셔서 모두가 공감의 웃음을 짓게 했던 미정샘 이었습니다. 일기 같은 글을 적은 것 같다는 미정샘의 걱정과는 달리, 미정샘이 겪고 있는 현실과 장 아메리의 접점을 잘 찾으셔서 담백하고 솔직한 글이 된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소유해야만 사회적 연령을 부여받는 현대사회에서 미정샘 또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 ‘지금에라도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 는 미정샘. 다음 세미나에는 꼭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두 번째 발표는 가장 먼 곳에서 함께 공부하고 계신 혜성샘 이었습니다. <새벽세시의 몸들에게> 책을 리뷰하신 혜성샘의 글은 이번 시즌의 원 픽이었습니다. 많은 사례조사에도 불구하고 가장 일찍 초안을 완성하신 부지런함을 보여주셨죠. 혜성샘이 쓰신 시민적 돌봄에 관한 대안들이 모든 공동체에 적용 가능한 일이라 관심을 끌었습니다. 법적 가족 내에서의 돌봄 시스템을 벗어나서 우정과 연대에 기초한 돌봄 사례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돌봄 초보에서 돌봄 전문가로 거듭날 혜성샘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세 번째 발표는 늙어감에게 근육의 폭탄을 던진 윤경샘 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글쓰기로 누구보다 고뇌가 많으셨던 윤경샘은 결국 그 힘든 한 걸음을 더 나아가서 도약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몸 자아의 중요성에 대해 새롭게 접근 하면서 몸과 사유는 따로 떼어낼 수 없는 하나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항과 체념사이에서 존엄의 또 다른 실체인 근육을 끝까지 키워보겠다는 윤경샘의 10년 뒤 근육이 글과 함께 기대 됩니다.

 

네 번째는 또 다른 장 아메리파, 지영샘 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휴가 때문에 글 쓸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영샘의 푸념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단숨에 아메리를 갱년기로 만들 수 있는 센스는 오직 지영샘만이 지닌 능력이었어요. 아메리가 말한 인간실존과 죽음과 늙어감에 대한 것을 우리에게 예고편과 본편과 속편으로 보여주면서 그 매운맛을 서서히 준비하게 해주었습니다. 온전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설명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장은 저에게도 콕 와 닿았습니다.

 

 

 

 

다섯 번째는 유독 ‘장’씨에게만 사랑에 빠지는 영애샘 이었습니다. 장 주네에 이어 이번에는 장 아메리를 독파하신 영애샘은, 한 곳에 깊게 파고드는 탐구열이 웬만한 학생들은 따라가지도 못할 열정입니다. 품위 있는 노년을 내려놓기 위해 소홀한 감정과 수상한 타협을 끝까지 잡고 행해 나가보겠다고 말하면서,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가 되기 위해 지금 또 새로운 길을 걷는 영애샘의 수상한 타협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여섯 번째는 학회 때문에 참석은 못하셨지만 과제는 기어코 완성하고 가신 모범생 한스샘 이었습니다. ‘질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병에 빠지는 것은 인간 뿐’이라고 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가 병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것을 말하면서, 노인도 노인의 시선으로 봐야하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남녀의 기준을 정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를 보고, 개별적인 목표를 두어야 각자에게 가장 좋은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쓴 문장은,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우리가 타인을 볼 때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시선에 대해 말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일곱 번째는 글을 더 쓰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했던 재숙샘 이었습니다. 모두가 마감과 함께 환호성을 칠 때, 건강과 시간이 조금 더 허락했다면 더 쓰고 싶었다고 말하셔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셨는데도 무려 5페이지의 가장 긴 글을 써 오신 재숙샘은 올리버 색스라는 사람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끼셨습니다. 꼭 의대생이 아니라도 올리버 색스의 사례들은 누구에게나 생각과 배움의 질문을 던진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사람들을 어떤 태도로 만나야 하나?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떤 자세로 할 것인가?’ 특히 삶을 마무리하는 날까지 올리버 색스가 보여준 태도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덟 번째 순서는 저였습니다. 저는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책을 리뷰 하였습니다. 먼저 발표한 샘들의 글을 보면서 장 아메리의 책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키케로가 말하는 노년의 미덕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쓰면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언덕샘 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영화리뷰를 하신 언덕샘이 ‘이번 시즌 에세이는 망했다’고 발언하셔서 모두가 폭소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망했다고 말하기에는 정말 중요한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남겨 중 글이었습니다. <씨 인사이드>의 주인공 라몬이 던진 물음들을 고스란히 잘 전달해주신 것 같았습니다. 삶의 고유성과 죽음의 고유성이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저에게도 다른 누가 아닌 오직 ‘나’인 일인칭 관점에서의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이 모든 질문들을 가지고 헤엄치고 계시는 언덕샘의 마지막 시즌 에세이가 기대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하신 경희샘, 다음 시즌 때는 꼭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하셨던 신혜샘,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오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저도 신혜샘이 말씀하신 글쓰기와 독해의 고민을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힘내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저번 시즌보다 조금 작아진 인원에도 불구하고 열의는 더 뜨거워졌음을 느꼈습니다. 나이듦과 돌봄, 나아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함께 사유하고 의견을 나누어 볼 수 있어서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참석해서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갤러리 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리드하시며 애써주시는 문탁샘께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번 시즌 글쓰기가 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문탁샘의 피드백 덕분에 글이 한결 더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할 때는 힘들어도 끝나도 나면 뿌듯한. 이거 중독 맞나 봐요! 샘들과 함께 할 시즌3도 참 기대가 됩니다. 그러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보너스 시즌?(ㅋ)

 

댓글 12
  • 2022-08-30 08:42

    놀라워라!

    그날의 여러 장면을 이렇게 꼼꼼히 정리해주시다니.

    감동받았어요. 고맙습니다!

  • 2022-08-30 09:00

    읽기와 쓰기에 대한 샘들의 열의에 감탄했고, 많은 자극을 받은 하루였습니다.

    다음 시즌 에세이데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때 또 뵈어요~

  • 2022-08-30 09:18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는 후기네요. 대단합니다. 효진샘 고마워요. 

    제 상황이 번잡했고 텍스트는 어려워 아무 감도 안잡혀 저는 이번 쓰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발표회에서 다른 샘들의 글을 보며, 내가 ‘이번 쓰기는 망했다’는 예감을 너무 빨리 수용한게 가장 큰 패인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부족한 제 사유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분들께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을 또한번 체험했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즌3에서 뵈어요~

  • 2022-08-30 10:02

    참석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었는 데, 후기로 그날의 열기가 느껴지네요.
    시즌2 마무리하신 샘들 존경스럽습니다!

    • 2022-08-30 16:25

      앗, 새봄샘이다. 샘, 시즌3 복귀 안하시나유? ㅋㅋ

      보내주신 생맥산, 리뷰발표날 우리 모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해요

  • 2022-08-30 10:47

    효진샘~

    어쩜 이렇게 차곡차곡,  돋보이게 기록하실 수가 있어요? 

    현장에서도 좋았지만  후기를 보며 다시 또 두고두고 좋을 기억이 되었어요.

    감사드려요.   

     

  • 2022-08-30 10:53

    이따금 샘들 후기 들여다보며 저 혼자서 여전히 함께하는 기분을 느꼈어요:) 
    에세이데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모든 분들의 고민이 훨씬 더 깊어진 것 같아요. 샘들, 응원합니다. 

    • 2022-08-30 16:26

      앗, 호수샘이다. 보고싶군요~~

  • 2022-08-31 00:12

    효진 샘 후기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꼼꼼히 짚어 주셔서 현장에 있는 듯 합니다. 

    샘들 모두 고생하셨고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상세한 피드백 주신 문탁 샘께도 감사 전합니다. 

  • 2022-08-31 14:28

    효진샘 후기 잘 읽었어요. 우리 세미나 막내라인이 든든합니다.

    글쓸때는 정말 미추어 버릴것 같은뎅...다 같이 나눌 땐 아 그런 과정이 필요한거구나..싶어요.

    책읽고 세미나하는 것은 재미있는뎅 왜 글을 써야 할까란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근데 글을 쓰기위해 텍스트를 읽고 또 읽고 찾고 또 찾고..

    그러는 와중에 작가가 하고 싶은 본 뜻에 더 가깝게 가 닿는 느낌이더라고요.

    진정한 독서는 글을 써야만 하는건가 싶은 생각도 드는 시즌이었습니다.

    정말 논리적으로 맥락에 맞게 글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더욱 섬세하고 더욱 날카로운 감각을 갖게 하는 거겠죠. 

    그러리라 믿습니다. 

    여러 샘들과 함께 하는 공부, 정말 좋습니다. 

    이런 커리를 열어주신 문탁샘 감사드립니다.

    시즌1,2 같이 하신 도반님들에게도 많이 배우고 또 감사드립니다.

    갤러분들도 함께 해주셔서 응원해주시공 감사합니다.

    ㅎㅎ 즐거운 발표날이었습니당.^^

  • 2022-09-03 19:08

    이제야 답글을 다는 저의 게으름을 탓하며,한편으로는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후기를 글로 완성해주시는 효진삼에 감탄합니다. 함께 읽고 쓰는 기쁨이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고맙습니다.이 모든것이

  • 2022-09-06 15:56

    너무 늦게서야 이렇게 댓글을 달아서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효진쌤의 정성스러운 후기를 보고 또 한번 반성합니다.

    효진쌤의 글을 보면 뭔가 차분하고 잔잔하고 따뜻합니다. (비슷한 나이여서 그런지 전 효진쌤이 부럽습니다 ㅎㅎㅎ)

    전 이번 시즌2 기간동안 뭔지모를 무력감이 와서 중간중간에 집중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랬었는데요..

    그래도 어찌어찌 글도 완성하고, 발표도 마무리하고, 이렇게 시즌3 시작하기 전의 여유도 만끽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괴로운 시간들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여유로움을 더 달콤하게 하기 위해 있었던 듯 합니다 ㅎㅎㅎ)

    시즌3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계속 뵙게 되어서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