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에세이 발표가 끝났다

일리치약국
2022-08-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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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단짠 글쓰기 시즌2 에세이 발표가 봄날의 살롱에서 있었다. 단짠분들께 "발표는 봄날의 살롱에서 해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다들 봄날의 살롱이 어디냐고 물으셨다. 우리가 세미나하는 장소인데도, 그간 이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왔다. 그렇다. 단짠 글쓰기에 오시는 분들 가운데는 문탁네트워크에 오신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많다. 그냥 글쓰러 왔는데, 그냥 공부하려 왔는데, 발제도 하라 하고, 후기도 쓰라 하고, 간식도 나눠 먹자 하고, 청소도 하라 하고, 이러저러한 문탁의 규율들에 어색해 하셨는데, 어느덧 10주가 지나고 '문탁의 기풍'을 몸에 익혀가고 있다.

 

단짠 시즌2의 주제는 여행이었다. '여행'이라는 주제가 산뜻해서 오신 분도 많았는데, 실제 우리의 세미나가 산뜻했는가? 돌이켜보면 모르겠다. 빌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읽을 때는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와 감동이 넘쳐 우리도 산에 가자고 의기투합했지만, 괴테의 <이탈리아기행>을 읽으면서는 그렇게 유명한 책이 이렇게 '지리하고 지난한 지 몰랐다'는 난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까칠해 보였던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세미나 내내 가장 많이 언급됐고,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은 제목만큼 참신하진 않았지만, 18세기 귀족의 감성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바가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글쓰기에서는 다들 각자의 문전에서 각자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는 휴일도 끼어 있고, 코로나에 확진된 분들도 있어, 줌으로 피드백을 진행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했으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좀 더 적절한 표현들을 찾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발표날 보니 모든 글들이 초고로부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변화해있었다. 늘 더 이상 쓸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을 갖고 골똘히 생각해보면 다시 쓸만한 부분이 나온다. 코투님은 하루 종일 앉아 있었는데 고작 두 단락 고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문탁샘께서 원래 그런거다라고 대답해주셨다. 맞다! 글쓰기는 원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 시간이 얼마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지만, 꽤 많은 시간이 쓰이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글이 안써진다, 글을 못쓰겠다, 괴로워하기 전에 아직 그만큼 시간을 안 들였구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에세이 발표를 마치고 점심으로 간단히 김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헤어지려 하는데, 이번 시즌 처음 참여하신 유상샘께서 함께 한 분들께 고마움을 표현하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고맙습니다." 유상샘의 소감에 모두 덩달아 흐뭇했다. 맞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일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도 드문 일이 되었다. 그래서 글쓰기클래스는 늘 끝날 때, 가슴 '찡한' 느낌을 준다^^

 

다음 시즌도 계속하시는 분도 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번 시즌으로 마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들 퐁당퐁당 가끔 만나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단짠 클래스로 오시구요~ 덕분에 여름 잘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3
  • 2022-08-22 10:35

    아이고, 꼭 들으려 가려고 했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아쉽네요.

    그대신 여러분들이 홈피에 올려놓으신 파이널 에세이는 꼼꼼히 읽어보겠습니다.

    시즌3때는 꼭 갈게유~

  • 2022-08-22 11:38

    이번 에세이를 쓸 때 딱히 쓸 게 없어서 일단 몸을 움직인 후 바뀌어가는 생각과 느낌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망우산에 갔는데, 새로운 일을 일부러 잘 만들지 않는 짝꿍은 글 쓸꺼리 만들기 위해 일부러 뭔가를 하냐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지만, 글쓰기와 삶은 서로 연동해서 돌고 도는 것이니 글을 쓰고 행동이 바뀌어도 좋고 행동을 바꿔본 후 글을 써도 좋지 않나요? ㅎㅎ 

     

    이번에 더 느꼈는데 같이 읽고 쓰고 마지막에 3-4주간 한 편의 에세이 완성해가는 묘미가 있어요.  제 에세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다른 분들의 글도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되는 과정과 완성을 보아 흥미로웠어요.  에세이를 완성하고 나서도 저는 제 집 앞 망우산을 온전히 누리며 산책하는 재미를 알고 종종 즐기게 되었구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퐁당퐁당 단짠글쓰기 참여할게요!

  • 2022-08-22 12:17

    모두 애쓰셨습니다 ~~올 여름 습기를 말리는 여행의 글쓰기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