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일곱번째 후기 수풍정괘와 택화혁괘

윤슬
2021-10-07 10:37
424

64개의 주역괘들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48,49번째 괘다. 버벅거리고 헤매는 와중에 어느새 후반부에 접어 들었다. 어렵고 난해한 말들을 계속 듣다보니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았는데... 이제부터 정신을 차려야겠다.ㅎ

주역의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궁금해진다.

48,49번째 괘는 수풍정과 택화혁이다.

 

1.수풍정(水風井) 나누는 우물의 덕

 

괘사 : 고을은 바꾸어도 우물은 바꿀 수 없으니, 잃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으며, 오고가는 이가 우물물을 마신다. 거의 이르렀는데도 두레박줄이 우물에 닿지 못한 것과 같으니, 두레박이 깨지면 흉하다.

초육 : 우물에 진흙이 있어 먹지 않는다. 오래된 우물에 짐승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구이 : 우물이 골짜기물과 같으니 두꺼비에게만 흐르고 항아리가 깨져서 물이 샌다.

구삼 : 우물이 깨끗하여도 먹지 않으니 내 마음이 슬프다. 물을 길을 수 있으니 군주가 현명하면 모두 함께 그 복을 받는다.

육사 : 우물에 벽돌을 쌓으면 허물이 없다.

구오 : 우물이 맑으니 시원한 샘물을 마신다.

상육 : 우물물을 길어 얻고서 뚜껑을 덮지 않으니 변하지 않는 믿음이 있어 크게 좋고 길하다.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 댁 마을에는 우물이 있었다. 난 우물가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우물물에 얼굴을 비춰보기도 하고,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러 보기도 했다. 그러나 우물물을 긷는 것은 어린 내게 늘 어려운 일이었다. 두레박을 내리고 물에 닿을 때쯤, 두레박을 살짝 옆으로 기울이면 풍덩 소리가 나면서 두레박이 물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힘을 주어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내 두레박은 우물표면에 멈추고, 표면에서 왔다갔다, 달그락달그락 거리다가 결국은 빈 채로 올라왔다. 흘지역미율정

우물물을 눈 앞에 두고서 퍼 올릴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눈 앞에 진리를 두고 빈 두레박만 달그락 거리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을 바쁘게 달려오다 여유가 생겼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불교와 주역공부를 하고 있다. 우물이다. 누구든 먹을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고,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고, 넘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난 주저주저하고 머뭇거리며 두레박에 물을 담지 못하고 있다. 이 머뭇거림은 무엇일까? 지혜와 진리 앞으로 한발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두레박에 물을 담아야지 내가 마시든 함께 나누든 할 텐데 깊고 깊은 우물만 바라보며 빈 두레박을 잡고 있던 어릴 적 한 순간이 지금의 내 모습과 함께 오버랩 되고 있다.

 

2.택화혁(澤火革) 혁명, 크게 바꿈

 

괘사 : 시간이 지나야 믿음을 얻을 수 있다.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후회가 없다.

초구 : 황소가죽을 써서 단단히 묶는다.

육이 : 시간이 지나야 크게 바꿀 수 있으니, 그대로 나아가면 길하여 허물이 없다.

구삼 : 나아가면 흉하니 바르게 하고,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세 번 이루어지면 믿을 수 있다.

구사 : 후회가 없어지니 믿음이 있으면 천명을 바꾸는 것이 길하다.

구오 : 대인이 호랑이가 변하는 것처럼 하니 점을 치지 않아도 믿음이 있다.

상육 :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고 소인은 얼굴만 바꾸니, 나아가면 흉하고 바르게 지키고 있으면 길하다.

 

혁괘는 개혁과 변혁에 관한 괘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향한 도약이다. 개혁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믿음이다. 괘사는 ‘개혁은 일정한 세월이 지나야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에서 많은 개혁과 혁명의 순간들이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운명의 순간은 하루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다. 개혁을 위한 오랜 준비의 시간과 그것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탄탄한 믿음을 바탕으로 했을 때 개혁은 성공할 수 있었다.

역사적.사회적 개혁도 필요하지만 나자신에게도 개혁과 혁명이 필요하다. 익숙한 나와의 결별이 필요할 시점이다. 수풍정괘에서 두레박이 우물물에 닿지 못한 것은 믿음의 부족은 아닐까? 혁괘에서 믿음(孚)이란 단어가 여러번 나온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 대한 믿음,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믿음, 진리에 대한 믿음,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좀 더 가보자.

댓글 2
  • 2021-10-08 03:33

    후기 잘 읽었습니다 ~
    짧은 에세이같은 글! 대단하십니다^^

  • 2021-10-11 21:53

    두 괘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윤슬님

    좋은데요^^

    샘이 말씀하신 믿음으로 두레박에 물을 담아 길어올려 자신의 변화를 만들어가실 날이 머지 않은 듯요

    아니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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