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소처럼 읽기> 마지막 후기

누룽지
2021-11-28 18:40
156

마지막 후기라니...

<주역, 소처럼 읽기>가 드디어 끝나간다.

마지막 후기라니 여러 생각들이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정리도 안 되고 이렇게 어수선한 채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그저 심란하다.

진짜 후기 쓰기 어렵다.

난 뭘 한거지?

 

낯설었다. 그런데 어쩜 낯설지 않았다.

뭐래? 벌써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

한자로 된 괘사와 효사를 외우다니. 평생 처음 경험하는 이 일이 얼마나 낯설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많이 어려웠고 그래서 외우기 숙제 검사만 끝나면 내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무수한 비유와 상징은 세 분 선생님의 설명 없이는 알 수 없어서 내가 중국과 지척인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해야 했다.

그런데 세미나가 끝나갈 시간 쯤 되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는 그렇고 그렇네 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나 아님 옛날 동네 어른의 한 말씀 같은 친숙함이 느껴진다. 이런 사고방식이 공감된다고?

 

그저 12달 괘를 알고 싶을 뿐이었다.

절기의 풍속과 음식을 좀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 세미나가 끝날 즈음이 되니 뭘 더 알기는커녕 내가 이렇게도 모르는 게 많았구나 라는 걸 절감한다. 이게 얻은 건가?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세미나가 끝나기 전에 12달 괘와 각 괘의 괘사를 외워야겠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엄두 내기 어려울 일이 될 테니까. 다행히 선생님들 덕분에 64괘를 외울 수 있을 것 같아 64괘 속에서 12달 괘를 바라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주역에서 12달 괘에 집중하는 사람은 우리 세미나팀에서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24절기를 잘 이해하고 싶다보니 이런 것 같다. 주역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지만 주역으로 인해 좀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었다. 그 전에 주로 생각했던 것은 기후와 이 환경 속에서 생겨난 풍습과 음식이었다. 서울은 N37〬 25~N41〬 로 낙양이나 호경보다 위도도 높고 연 평균 기온은 12.8℃로 조금 낮아 24절기의 내용과 딱 맞지는 않는다. 대한이 소한집에 와서 얼어 죽었다는 말도 있으니까. 낙양 (N34〬 16)과 호경(N34〬 40)은 제주도(N33〬 06~N34〬 00)와 북위가 비슷하지만 제주도는 섬이라 제주도를 보고 상상할 수는 없었다. 연평균 기온만 봐도 제주도는 15.5℃인데 낙양은 14℃, 호경(지금 시안)은 13.3℃이다. 뭐가 다르고 뭐가 비슷할까? 중국과 우리나라의 식문화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차라리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서안에 자리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해봤다. 연중 바다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안은 계절별로 비가 고르게 내리고 겨울이 와도 그리 춥지 않고 여름에도 덜 무더울테니까. 우리나라처럼 대륙의 동안에 있어서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다 받아 계절 변화 뚜렷해서 철철이 알 것도 할 것도 많은 곳이 아니었음 좋았겠다는 상상을. 답답하니까 이런 쓸데 없는 상상도 해 본거다.

주역은 계절을 바라보는 발상을 좀 바꿔주었다. 달력에 세상의 이치와 관계를 담으면 계절이 어떻게 보이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생겼다. 기후와 문화를 연결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 얻은 셈이랄까?

그런데 역시 결론은 뿌옇고 답답하다는 거다. 이번 세미나가 끝나면 조용히 생각을 정돈할 시간을 가져야겠다. 내 그릇에 더 많은 지식을 담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니까.

지풍승괘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알려 주었다.

자누리님은 한마디로 소인이 도를 찾아가는 길이 이 괘라 하셨다. 언제나 깔끔하게 정리하신다.

나는 하늘이 낸 대인이 아니어서 좋다. 크게 하늘에 빚진 것이 없으니 세상에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도 없다. <서경>의 ‘군진’편에서처럼 바람 부는 대로 사는 풀이든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에서처럼 바람보다 빨리 눞고 먼저 일어나든 내 맘대로 사는 데 걸릴 게 없다. 게다가 너른 들판에 풀 한 포기 들고 나도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우니 가벼워 더 좋다.

다만 어느 농부의 말처럼 보이는 족족 뽑아버려야 하는 풀일 수는 없기에 겸손과 차근차근 그리고 진실한 마음을 잃지 않는 지풍승괘의 미덕을 새기며 긴긴 겨울밤을 보내야겠다.

댓글 3
  • 2021-11-29 07:47

    와...누룽지님

     

    박수.jpg

  • 2021-11-29 08:04

    저도 24절기 관심 많아요. 내년엔 24절기 공부 좀 해볼까요? ㅎㅎ 쌤의 어지러워하심이 늘 좋은 촉발제가 되어서 저는 좋았네요. 뭐든 명쾌하게 정리되길 좋아하는 세상에서 이런 아리송한 공부 하나쯤은 하는거..좋은거죠? 내년에도 같이 할수 있기를~~♥♥♥

  • 2021-11-29 15:26

    누룽지님의 공부방식 배울게 많네요 ^^

    서울과 낙양의 북위가 몇도인지는 처음 알았구만요

    64괘에서 12괘 꿰뚫으면 엄청난 거 아닌가요?

    절기와 환경과 풍습, 그리고 음식문화...사람들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거라 생각되네요

    봄날은 누룽지와 주역약선을 꿈꾸고 있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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