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강의 1> 4회차 후기

진달래
2022-06-02 00:30
171

그 사이 <시경강의 2>가 나왔다. 

 

지난 시간 결석자가 너무 많아서 대충 세미나를 때우고 

하루에 '소남'을 후다닥 읽었다. 

<표유매>, <소성> 시를 읽으면서 느낀 건 요즘 우리의 감성으로 혹은 우리 시대의 생활 모습을 통해서 시를 읽는 건 어렵겠구나였다. 

특히 고대 여성들의 삶이 드러나는 시들은 자칫하면 현재의 윤리적 잣대로 바라보게 되어 뭔가 의미가 산으로 갈 것 같았다. 

'소남'의 마지막 시가 <추우> 그러니까 산해경에 나와 있는 동물이라는 게, '주남'의 마지막 시가 <린지지>로 상상의 동물인 기린이 등장하는 것과 일부러 짝을 이루어 놓은 듯하다. 

추우(騶虞)는 '크기는 호랑이만 하고 꼬리가 몸보다 길다'고 한다. 주자는 이에 '흰 호랑이인데 검은 무늬가 있으며 살아있는 것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기린처럼 추우도 '덕이 넘치는 제후'를 비유한 것이란다. 

<하피농의>는 주나라 평왕의 손녀와 제나라 양공의 결혼식을 모티프로 한 시라고 한다. 

 

하피농의(何彼穠矣) 어쩌면 저리도 무성할까 / 당체지화(唐棣之華) 산앵두나무의 꽃이로다.

갈불숙옹(曷不肅雝) 어찌 공경하고 화목하지 않겠는가, / 왕희지거(王姬之車) 왕희의 수레로다.

 

하피농의(何彼穠矣) 어쩌면 저리도 무성할까 / 화여도리(華如桃李) 꽃이 복숭아, 자두 같구나

평왕지손(平王之孫) 평왕의 손녀 / 제후지자(齊侯之子) 제후의 아들이로다

 

기조유하(其釣維何) 낚시는 무엇으로 하는가 / 유사이민(維絲伊緡) 실을 꼬아 낚시줄을 만들지

제후지자(齊侯之子) 제후의 아들 / 평왕지손(平王之孫) 평왕의 손녀로다.

 

처음에는 뭐 이런 시가 다 있나, 공주가 결혼한 걸 시로 왜 남겼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도 흔히 유명 연애인의 결혼식, 혹은 외국 왕실 결혼식 같은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걸 생각하니 이 당시에는 이렇게 노래도 남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요즘 유튜브로 남기는 것과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런데 하필 제 양공이라니.... 

 

"<시경>을 읽다보면 이 정도 스캔들은 별거 아닙니다. 다음에 이어질 '패풍, '용풍', '위풍' 쭉 기대하셔도 됩니다. 스캔들의 규모가 어청나거든요." 

 

그러니까.... 양공의 스캔들도 어마어마 한데. ^^ 

2권은 또 언제 읽을까 싶다.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좋았던 건 '시'를 '시'처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샘이 <시경> 강의 하셨을 때는 이게 시인지 뭔지 모르고, 뜻 받아적느라 정신이 없는데 말이다. 

소리내어 읽으니 말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조촐하게 <시경강의1> 세미나를 끝냈다. 함께 읽어 준 샘들께 감사를... 그럼 다음에 또 뵈요!!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2
박연옥(겸목)&정승연(정군) 콜라보! 북토크(3월16일 한시) (2)
기린 | 2024.02.19 | 조회 217
기린 2024.02.19 217
91
[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네번째 수업 후기 (2)
잎사귀 | 2023.09.14 | 조회 175
잎사귀 2023.09.14 175
90
[게릴라 세미나] <니체강의> 읽기 세 번째 시간, 후기 (6)
김선영 | 2023.09.08 | 조회 162
김선영 2023.09.08 162
89
[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 읽기 두 번째 시간 후기 (4)
초빈 | 2023.08.31 | 조회 177
초빈 2023.08.31 177
88
[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 읽기 첫 번째 시간 후기 (3)
진달래 | 2023.08.23 | 조회 205
진달래 2023.08.23 205
87
'아모르 파티' 『니체 강의』 온라인 게릴라 세미나 모집합니다! (9)
우현 | 2023.08.04 | 조회 946
우현 2023.08.04 946
86
북쿨라 정산 결과입니다~
서생원 | 2023.07.23 | 조회 208
서생원 2023.07.23 208
85
내가 직접 잡아보고, 펼쳐본 북쿨라의 책들 (7)
고은 | 2023.07.10 | 조회 361
고은 2023.07.10 361
84
문탁 북쿨라에는 어려운 책만 있올 것이다? [O/X]
고은 | 2023.07.05 | 조회 313
고은 2023.07.05 313
83
북쿨라를 위해 문탁회원들의 책을 모읍니다
서생원 | 2023.06.25 | 조회 380
서생원 2023.06.25 380
82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저자 김해완 북토크(8월30일 화요일 저녁) (5)
요요 | 2022.08.14 | 조회 481
요요 2022.08.14 481
81
차명식의 <68혁명, 세계를 바꾸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온라인 저자 강연회(6월28일 저녁) (3)
요요 | 2022.06.18 | 조회 553
요요 2022.06.18 55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