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 강의> 읽기 세미나 마지막 후기

진달래
2022-01-01 01:21
278

“내 인생의 길은 우정의 길이었다. … 서로에게 늘 충실하며 우정이 없었더라면 서로에게 불가능했을 존재 형식에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 바로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온 길이다” 『이반 일리치 강의』p33   - 문탁샘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

세 번의 세미나가 끝났다. 역시 온라인 세미나는 힘들다. 코로나로 시작된 줌 세미나는 1년여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데도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다. 세미나의 마지막 시간은 『이반 일리치 강의』와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를 읽고 난 후 세미나에 참가하신 분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하여 진행되었다. 그걸 다 여기에 옮길 수는 없고…

 

 

세미나가 진행될수록 예전에 일리치 책들을 읽었을 때 어려웠던 점이 하나둘씩 기억났다. 특히 은희샘이 “결혼이 제도라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신 질문을 보니 매우 공감이 되었다. 일리치가 말하는 ‘제도’, ‘도구’와 같은 단어들이 낯설어서, 이게 무슨 말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일상적인 것들,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 같은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설명을 듣고 나면 그런가보다 하다가도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통에 정말 무슨 말인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학교 없는 사회’도 학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학교화 된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말을 이해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 그리고 이번 세미나를 하면서 다시 ‘학교’가 참 힘이 세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교육의 틀 안에서 잘 지내기도 힘들고, 그 틀 밖을 상상하기도 힘들고.

 

예전에 한참 환경에 관심이 많았을 때, 그런 질문을 많이 했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않나?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혹은 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개인이 아무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수거해 가는 업체가 한꺼번에 그냥 섞어서 버려 버리면 다 소용없는 일이 되니까. 하지만 나는 결국, 그럼에도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문탁샘 강의 중에서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어느 하나도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금 삶의 방식을 혹은 편의를 하나도 잃지 않고, 바꿀 수는 없지 않을까.

 

작년 이맘 때 쯤에는 코로나가 큰 전환점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럽다. 하지만 일리치 세미나가 진행되는 걸 보면서 한편으로는 또 다른 축의 세상을 상상해 본다. 이 세미나가 ‘환대와 우정’의 자리였을 테니까. - 좀 늦은 후기입니다.

 

댓글 3
  • 2022-01-01 15:21

    진달래샘 일리치세미나 준비하시고 진행하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처음 일리치 세미나 할 때의 놀라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안되더군요 ㅋ

    어쨌거나 샘 말대로 코로나가 큰 전환점이 되리라 기대했는데 저도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뭔가는 해야할텐데... 이런 생각은 계속 맴맴도네요

     

    문탁샘 출판기념(?) 할 수 있어 좋았구만요^^

  • 2022-01-06 17:14

    인문약방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제 느낌이 환대받다는 거였는 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문탁샘들에게서 느껴지는 것도 환대와 우정인 듯 하구요.
    문탁의 소의 경전인 일리치가 아직은 어렵지만, 천천히 알아가는 걸로 해봅니다.

    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문탁샘도 결혼할 때는 제도인지 의심하지 않으셨다 해서 기뻤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공부는 끝이 없고 올해는 문탁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걸로  늦은 댓글을 달아봅니다.

    • 2022-01-07 15:18

      자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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