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문화사> 와 더불어 후기

진달래
2020-12-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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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성은 두 가지 의미로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첫 번째는 성적인 측면과 생물학적 의미를 갖는 성(sex)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구성된 성 역할을 의미하는 젠더(Gender)로서의 성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중국의 혼인문화 혹은 가족사에서 여성이 희생당해온 측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남녀관계의 유형들을 찾아내고자 하였는데 그것은 인류의 보편적 화제요 화두인 성(性)과 결혼이 한민족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명의 주요한 축을 형성해왔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혼인의 문화사> 

 

서문은 좋았다.

<젠더>와 <혁명이 영점>을 읽고 고대인들의 구체적인 생활모습에 관심이 갔다.  "

그래서 1회 남은 세미나시간을 한 번 더 늘려서 하기로 하고 이 책을 두 번에 나누어 읽기로 했다. 

하지만 읽는 동안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특히 반소의 <여계>를 읽고 나서인지 이런 평은 좀 아닌 듯 싶다. 

 

"반소의 <여계>에서는 여자를 남자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로 보고 삼종(三從) 가운데에서도 남편을 따르는 것을 가장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중략 -  반소는 여성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교육 목적은 남성에 대한 여성의 할 일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함께 읽은 <여계>의 내용을 꼭 이렇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교육의 목적을 남성에 대한 여성의 할 일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고 부인의 덕인 사덕(四德)을 예로 들었는데, <소학>을 읽으면 여성이 가져야할 덕성과 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갖추어야할 덕성이 중요시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계>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지, 남성은 이러한 덕, 몸을 정결히하고 깔끔한 옷을 입어야 하고 조용하고 단정하게 법도를 알아야 한다는 등의 몸가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뭐 이런 것만 아니면 이 책은 매우 재미있다. 

고전에 등장하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기에는 술술 읽혔기 때문이다. 

 

<여사서>는 <여계>를 끝내고 <여논어>에 들어갔다. 

<여논어>는 당나라 때 쓰인 책으로  총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입신(入身)'과 둘째 '학작(學作)' 장을 읽었다. 이번 편에서 재미 있었던 것은 '학작' 부분이었다. 

여성이 배워야 하는 것으로 길쌈과 자수를 말하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적고 있다. 

이 당시 길쌈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성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었고, 가정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여성들의 경제력이 남성에게 기대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고대인들의 삶이 더 궁금해진다. 

한편으로는 <혼인의 문화사>에 등장하는 것같은 측면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금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앞으로 계속 읽어나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겠지만, 지금은 여러모로 우리는 잘 모르는 옛 사람들의 생활 방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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