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2. <중국문화유산답사기 1,2,3>
돈황 가는길
이연정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은 2018년 6월의 8박 9일 답사, 2019년 1월의 4박 5일간의 답사를 자그마치 3권의 책으로 펼쳐낸 책이다. 합해도 보름을 넘지 않았던 두 차례의 여행이 3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이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연구해 온 저자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마치 답사 버스 속에서 듣는 해설 같아서 분명 읽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뭔가 어수선하고 잘 정리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고 싶은 곳을 정하는 것은 오히려 쉬웠던 것 같다. 맥적산, 베제클리크 등 여러 석굴이 있었지만, 딱 한 곳을 고른다면 역시 돈황의 막고굴이다. 지금부터 막고굴을 향해 출발!
돈황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서안함양국제공항까지 2시간, 여기서 다시 가욕관 공항까지 2시간 30분을 비행하고 나서 돈황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고 6시간 이상 가야 돈황에 도착한다. 돈황에서 막고굴까지도 25km 거리여서 차로 약 30분을 가야하고, 실제 굴을 보려면 셔틀로 이동해야 한다. 불교 벽화와 조각의 보고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막고굴을 보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밖에.
막고굴을 간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명사산 동쪽에 있는 초승달처럼 생긴 오아시스 월아천이 그곳이다. 명사산은 멀리서 보면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고, 가까이서 보면 거대한 비단 폭이 사막에 펼쳐진 것 같다고 한다. 명불허전 명사산에 꼭 한 번 가볼 일이다.
월아천 반대편에는 대천하라는 강이 흐르고, 그 강가에 있는 높고 긴 절벽에 4세기부터 조성된 것이 바로 이 막고굴이다. 돈황의 역사는 막고굴의 역사와 함께 해왔고, 14세기 원나라 때까지 1천년간 무수한 석굴이 조영되어 천불동(千佛洞)이라 불리게 되었다. 현재 막고굴에는 492기의 석굴이 있다고 하는데, 이 중에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제45굴이다.


막고굴 제 45굴
주요 특굴 중 하나인 45굴은 8세기 경 성당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운데 본존불이 있고, 보살과 제자들이 좌우에 배치되어 있는데, 당대 작품들의 특징인 사실적이고 육감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특히 얼굴의 표현이나 옷자락 주름 등이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고,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채색 역시 색의 대비가 매우 훌륭해서 감탄을 자아낸다.
성당 시대의 조각품들도 훌륭하지만, 막고굴의 진가는 사실 조각보다 벽화라고 한다. 제 85굴의 본생담 벽화는 독수리에게 쫓기는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살을 베어주려다가 결국 몸까지 바쳤다는 ‘할육무합’ 본생담이 그려져 있다. 부처님 전생의 공덕을 참으로 극단적인 스토리를 통해 표현한다 싶지만, 벽화의 색조가 참으로 아름답다. 전란으로 죽음이 일상화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위로해 주었다는 저자의 평가에는 본생담의 극적인 스토리 뿐 아니라, 길고 긴 세월을 버틴 파스텔톤의 색조도 한 몫을 했을 것 같다.

85굴 본생담 벽화
329굴의 복두형 천장에는 비천에 감싸인 연화문을 중심으로 천불(千佛)이 사면을 싸고 있다. 불국토의 무량함을 상징하는 이 천불도는 불상 하나하나가 개별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반복되면서 일종의 리듬감을 주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로운 몰입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천불도를 본 순간 올해 5월 해남 미황사에서 보았던 천불조소상이 떠올랐다. 미황사 천불소조상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규모와 정성에 잠깐 감탄했을 뿐이지만, 돈황 막고굴의 천불도와 겹쳐지면서 수천년간 저 멀리 돈황에서부터 한반도 최남단 해남까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이어진 인간들들의 간절한 염원이 조금 더 진하게 느껴졌다.

329굴 천장 벽화 해남 미황사
돈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우선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관에 있는 ‘오타니 컬렉션’의 돈황 유물부터 꼼꼼히 둘러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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