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성불하소서 - 맥적산석굴 제133굴 사미승상을 보고 나서

누룽지
2025-08-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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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적산(麦积山)은 중국 간쑤성(甘肃省) 톈수이시(天水市)에서 동남쪽으로 약 45km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이 142m의 독립된 석회암 절벽으로, 형태가 "밀짚 더미(麦积)"를 닮아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한다. 이 지역은 온대 반습윤 기후에 속하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 아래로 푸른 숲과 계곡이 펼쳐져 있으며, 위이강(渭河) 지류가 흐르는 비옥한 토지이다. 그러나 온화하지만 급격한 기온 변화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여름 장마철(6~8월)에 습도 70% 이상이고 겨울에는 한랭건조하여 영하 10°C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사과, 복숭아, 호두 등과 밀, 산에서 나는 약재가 주요 농산물이라 하니 쌀 농사를 짓는 평야의 삶과는 좀 다른 환경이다.

나는 기후나 자연환경이 문화와 떨어져 있지 않다 생각되어 잘 모르는 문화에 대해서는 일단 기후와 지리적 조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나름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이다.

돈황의 막고굴처럼 이곳도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 자리 잡아 역사적으로는 문화교류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돈황 막고굴과는 조금 다른 환경으로 높은 습도와 산성비로 점토 조각과 벽화의 훼손이 발생한다고 한다. 지질이 사암과 석회암으로 비교적 부드러워 조각은 용이했지만 풍화에 취약한 것이다.(중국 정부는 인공적으로 온습도 조절을 한다고 한다.)

이 와중에 살아 남아 내게도 모습을 보여주신 사미승이 계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를 만나려면 133굴로 가야 한다고 한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194개의 석굴이 층층이 조성되어 있으며, 석굴 사이는 나무 다리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니 실제로 가려면 다리 힘부터 키워야 할 판이다.

 

맥적산 석굴 주변의 비옥한 토지와 산악 지형이 고대 무역로와 종교 전파의 중간 기착지로 기능하여 석굴의 작품들은 중국·중앙아시아·인도 미술의 혼합이 두드러진다 한다.

막고굴 주변보다는 좀 더 풍요로운 인간의 삶이 가능해서였을까? 이토록 인간적인 불상이 만들어진 이유를 못 찾은 나는 온갖 상상을 다 해본다.

불교에서 사미(沙彌)는 산스크리트어 '스라마네라(Śrāmaṇera)'를 음역한 것으로, 출가하여 십계(十戒)를 지키지만 아직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못한 예비 승려를 의미한다고 한다.

나를 사로 잡은 것은 그의 미소이다. 구족계를 받으면 이제 세속의 연은 끊어지는 것일 텐데 그는 펼쳐질 앞날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살짝 숙인 듯 기울인 듯한 모습은 겸손한 마음을 보여주고 은은한 미소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모습이다.

사미승상(沙弥僧像)은 북위 후기~서위 초기(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이 시기는 중국 불교 조각이 인도·중앙아시아 양식에서 중국적 양식으로 전환하던 결정적 시기라고 한다. 인도의 이상화된 불상과 달리, 중국인의 얼굴 특징과 감정을 반영한 현실주의적 접근으로 이후 수(隋)·당(唐) 시대 불상의 사실주의적 경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또한 점토(泥塑) 조각 기법은 간쑤(甘肅) 지역의 독창적 기술로, 석굴 예술에서 희귀한 사례로 섬세한 표정과 손동작을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런 것보다 내게 소중한 건 ‘너무나 인간적인 미소’이다.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 사상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확 들어오는 순간인 것이다. 북위 시대 선종(禪宗)이 확산되었다는 것이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이토록 감사할 줄이야.....

1,500년을 뛰어넘는 공감.

아주 오랜만에 가슴뛰는 경험을 했다.

‘부디 성불하소서’

우주의 하찮은 먼지에 지나지 않는 나조차 합장하게 만드는 뭉클함을 준다. 당신의 이 미소가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내게 눈물날만큼 고요와 평화를 가져다 주네요

흙을 이용했기 때문에 섬세한 감정이 표현된다는 미술에서의 기법을 사족으로 다는 것이 한없이 초라할만큼 가슴을 울린 작품이었다.

 

댓글 1
  • 2025-08-13 03:25

    지난 시간에는 생각지 못했지만.....기후와 지리 조건을 통해서 불상 조각에 접근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아요.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나로서는 색다른 접근 방법, 개인마다 갖는 다양한 접근 방법이 시선을 확장시키는 것 같아서...함께 공부하는 세미나가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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